Question
퇴사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 회사에서는 더 이상 비전이 없는 것 같아요. 그런데 회사가 너무 바빠서 다른 데 인터뷰를 할 시간이 없어요. 회사를 먼저 그만두고 시간을 좀 가지면서 천천히 인터뷰를 진행하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Answer
회사에 마음이 떠나 이직을 결심한 많은 분들이 현재 다니고 있는 직장을 그만두고 구직 활동에만 전념하면 좋은 직장을 빨리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경우 퇴사보다는 이직이 먼저입니다. 너무나 당연한 얘기이지만 '지금 회사보다 더 좋은 오퍼를 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만 보고 퇴사하는 것보다는 '실제 오퍼를 먼저 받은 다음 현재 회사와 비교해본 뒤 더 좋을 경우'에 퇴사하는 게 좋겠죠.
더 좋은 오퍼를 받을 가능성만 보고 퇴사하지 말고
실제 오퍼를 받은 다음 현재 회사보다 더 좋을 경우 퇴사해라
이직할 회사가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퇴사할 경우 그 외에도 곤란한 점이 여러 가지 더 있습니다. 여기에서는 인터뷰할 때 특히 불리한 점에 초점을 맞춰서 왜 '선이직 후퇴사' 해야 하는지에 대한 제 '51% 정답'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왜 51% 정답이냐? 이 세상에 100% 정답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제 입장에서는 100% 정답이더라도 상대방 입장에서는 정답이 아닐 수도 있고, 또 오늘의 정답이 10년 후에는 정답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또한 51%만 정답이기 때문에 여러분께서도 제 주장을 100% 받아들이실 필요는 없습니다.
1. 직장이 없으면 협상력이 떨어질 수 있다
경력직 인터뷰를 할 때 항상 받는 질문이 "현재 연봉은 얼마인가요?"입니다.
저도 인사 부서에 있을 때 경험했는데, 인사팀에서는 경력직을 뽑을 때 대부분의 경우 (1) 회사에서 정한 직급별 연봉 레인지에 맞춰 주거나 (2) 기존 회사에서 받던 연봉 수준보다 조금 더 높여 줍니다. (회사의 직급별 연봉 레인지를 뛰어넘어서 기존 연봉보다 훨씬 더 많이 주고 스카우트해오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현재 연봉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이미 퇴사를 한 분일 경우에는 뽑는 사람 입장에서 '예전 연봉보다 더 많이 줘야 우리 회사에 모실 수 있겠다'는 생각이 아무래도 덜 하겠죠. 왜냐하면 현직에 계신 분에 대해서는 '스카우트 해온다'라고 생각하지만 퇴직하신 분에 대해서는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다시 드린다'라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이유 등으로 현직에 있을 때보다는 아무래도 협상력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Disclaimer
물론 여러 회사에서 러브콜을 받고 계신 분이라든가 회사에서 정말 뽑고 싶은 분의 경우에는 얘기가 달라집니다. 여기서는 일반적인 경우를 가정해서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2. 직장이 없으면 문제가 있는 것처럼 오해받는다.
하지만 이것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인사팀에서 다음과 같이 오해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혹시 이전 직장에서 대인관계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냐?'
'갑자기 직장을 그만둔 걸 보니... 무슨 비리가 있어서 짤린 것 아냐?'
'얼마나 참을성이 없으면 새로운 직장을 구하기도 전에 회사를 때려치울까?'
저도 현재 직장이 없으신 분들을 채용할 때에는 항상 '왜 직장을 그만두었는지', '혹시 이전 직장에서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반드시 체크합니다. 그래서 그 설명이 논리적으로 납득이 된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을 경우 또 한 번 더블 체크를 했습니다.
3. 직장이 없으면 괜히 위축된다.
위 두 가지 경우가 모두 아니더라도 여전히 문제는 있습니다. 반드시 그렇다고 할 수는 없지만 현재 직장이 없으면 인터뷰할 때 괜히 위축될 수 있습니다. 현직에 있으면 인터뷰에 떨어지더라도 돌아갈 직장이 있으니 아무래도 없는 것보다는 더 당당하고 자신감 있게 행동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태도는 인터뷰할 때 플러스의 요인이 됩니다.
4. 레퍼런스 체크에서 불리할 수 있다
그리고 일부 소수의 분들에게만 해당되는 사항일지 몰라도 중요한 것 같아서 말씀드리면, 현 직장에서 평판이 좋지 않을 경우 '레퍼런스 체크'(헤드헌팅 회사가 후보자의 직장 상사, 동료, 후배 또는 거래처 지인 등으로부터 후보자의 평판을 조회하는 행위)할 때 불이익을 당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인사팀에서는 서류심사나 1차 인터뷰를 통과한 후보자들에 한해 헤드헌팅 회사에 의뢰해서 레퍼런스 체크를 합니다. 그런데 후보자가 이직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이 현 직장에 알려지면 후보자가 매우 곤란해질 수 있기 때문에 재직 중인 회사 동료들에게는 문의하지 않는 것이 헤드헌팅 업계의 일반적인 관례입니다. 주로 전 직장 동료들에게 하죠.
따라서 현 직장에서 본인의 평판이 좋지 않다면 퇴사 전에 이직을 준비하는 게 좋습니다. 만약 퇴사를 한다면 그 회사는 더 이상 '현 직장'이 아니기 때문에 레퍼런스 체크를 할 수 있고, 그러면 본인에게 불리한 사실이 노출될 수 있습니다.
주의할 점
단,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재직 중인 상태에서 구직 활동을 하는 것은 좋지만 현재의 업무를 소홀히 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어서는 안 됩니다. 회사 이메일 계정으로 문서를 주고받는다든지, 회사 로고가 새겨진 서류나 봉투를 이용한다든지 하는 행위는 모두 현재 업무를 충실히 하고 있지 않다는 느낌을 줄 수 있습니다. 근무시간에는 업무에 매진하고 근무시간 이후 구직활동을 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는 게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제안
반드시 기억해야 할 점은 언제나 '이직 후 퇴사'이지 '퇴사 후 이직'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언제나 이직이 먼저입니다.
지키기 어렵다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직이 결정되기 전까지는 최대한 퇴사를 미루십시오. 아무리 힘들어도 버티십시오. 지금 당장은 힘들어도 장기적으로는 그게 훨씬 유리합니다.
물론 피치 못할 상황에 처할 수도 있습니다. 정신없이 업무에만 몰두하다 보면 몸이 망가지는 것을 모를 수도 있고, 이렇게 어느 날 갑자기 건강을 잃게 되면 원칙이고 뭐고 다 필요 없겠죠. 하나밖에 없는 몸부터 간수해야죠. 이 경우 아무런 대책 없이 퇴사를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도 최소한의 안전망을 확보하는 방법은 있습니다. 무급 휴직을 신청하십시오. 그리고 휴직 기간 동안 이직 준비를 하십시오. 물론 무급 휴직이 반드시 더 좋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이 경우 무급 휴직과 퇴사 중에서 어느 옵션이 본인 입장에서 더 좋을지 판단해보시고 결정할 것을 제안드립니다.
실패담
제가 '선이직 후퇴사'라고 말씀은 드렸지만 저 또한 이를 항상 실천하지는 못했습니다. 어쩌면 제가 '선퇴사'를 하면서 겪은 아픔 때문에 '선이직 후퇴사'에 대해서 강조를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3년 다니던 첫 직장을 그만둘 당시 저는 아직 향후 진로가 결정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너무 바빠서 회사를 다니면서 다른 회사 인터뷰를 잡기도 어려웠고 또 한편으로는 조금 쉬면서 힐링할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회사 인터뷰를 볼 때마다 항상 제게 물어보시는, 그래서 저를 곤란하게 했던 질문이 있었죠. "다음 회사가 결정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왜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셨어요?" 물론 이에 대한 답변을 고민해서 잘 말씀드렸지만 한편으로는 그럴 때마다 조금씩 위축되는 제 자신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그다음부터는 '선이직 후퇴사'를 원칙으로 삼고 이를 지키려고 노력했습니다.
여러분은 부디 저와 같은 전철을 밟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by 찰리브라운 (charliebrownkorea@gmail.com)
Key Takeaways
1. 직장이 없으면 협상력이 떨어지거나 내가 문제가 있는 것처럼 오해받는다. 만약 둘 다 아니더라도 직장이 없으면 괜히 위축될 수 있다.
2. 또한 현 직장에서 평판이 좋지 않을 경우 '레퍼런스 체크'할 때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
3. 따라서 명심할 것은 ‘퇴사 후 이직’이 아닌 ‘이직 후 퇴사’. 언제나 이직이 먼저다.
부족한 글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혹시 수정할 점이 있으면 댓글로 지적해 주십시오. 바로 반영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공감하시면 다른 분들도 공감하실 수 있도록 공유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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