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estion
앞서 다른 글에서 회사마다 비리를 어느 정도 눈감아주는지를 나타내는 '비리 수용도'가 다르다면서 그것을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회사의 '비리 수용도'는 어떻게 알 수 있죠?
Answer
맞습니다. 앞서 '사내 비리 고발은 살신성인'이라는 글에서 "사내 비리를 신고하기 앞서 그 회사의 비리 수용도를 꼭 먼저 파악해 보셔야 한다"라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비리에 대해 철저한 회사라면 신고를 하는 것을 권장하지만, 웬만한 비리는 다 눈감아주는 회사라면 오히려 신고하신 분만 사내에서 왕따 당해 본의 아니게 '살신성인' 될 수도 있죠. 아니, '성인'은 못하고 '살신'만 되실 수도 있겠네요. (이건 개죽음인데...) 결국 이런 회사에서는 불의를 당하더라도 인내하는 것이 답입니다.
과연 회사의 비리 수용도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먼저 오답을 말씀드리고 그다음에 '51% 정답'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오답 #1 : 기업이 공표하는 공식 자료를 통해서
먼저 절대로 '네버 에버'해서는 안 되는 일은 기업의 공식 발표를 곧이곧대로 믿는 것입니다.
'제 발 저린 도둑이 시치미를 더 뗀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실은 그런 말 없습니다. 제가 방금 전에 만들어냈습니다. 하지만 그럴듯하지 않습니까? 제 발 저린 도둑이 시치미를 더 떼는 것처럼 기업은 자신의 실체를 감추기 위해서 어떤 내용을 실제보다 더 강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 발 저린 도둑이 시치미를 더 뗀다
모 기업은 경영이념으로 '정직'을 강조합니다. 기업 홈페이지는 물론 홍보 자료에서도 스스로 얼마나 정직한 지 시도 때도 없이 얘기합니다. 하지만 이 회사를 실제로 다녀본 분들은 "비리가 없는 게 아니라 감사를 제대로 하지 않거나, 감사에서 적발돼도 덮기 때문에 비리가 잘 드러나지 않을 뿐, 실제로는 비리가 많다"라고 얘기합니다. 이처럼 기업의 공표 내용과 실체가 따로 노는 회사들이 많기 때문에 기업의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금물입니다.
오답 #2 : 회사가 비리 직원을 어떻게 처벌하는지를 통해서
개중에는 비리 직원들을 매우 강하게 처벌하는 회사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는 이유만으로 이 회사가 비리에 대해서 매우 엄격하다고 판단해서는 안됩니다.
모 기업은 비리뿐만 아니라 단순 실수에 대해서도 매우 엄격한 잣대를 가지고 엄벌합니다. 사례를 볼까요?
회사 출입카드를 안 갖고 올 경우 매일 수 만 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
법인카드를 단 돈 1만 원이라도 원칙에 어긋나게 사용할 경우 감봉되거나 최악의 경우 퇴사 처리된다.
입사와 동시에 전 직원은 금연 서약을 해야 하는데 담배 피우다 발각될 경우 인사상 큰 불이익을 받는다.
이 회사의 경우 원칙은 그렇습니다. 그리고 실제 상기 이유로 처벌을 받은 사람도 여러 명 있습니다.
하지만, 이 회사에서는 이보다 더 심한 비리를 저질러도 덮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가령 임원이 리베이트를 받아도 봐준 사례가 있습니다. 또 하나, 이 회사는 사회의 규칙을 어기는 것에 대해서는 관대합니다. 가령 경쟁사 제품을 베끼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죄책감이 없습니다. 임원의 무리한 지시를 실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차부장의 임금을 수개월 동안 체불한 적도 있습니다.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이 회사는 비리 수용도가 낮은 게 아니라, '비리에 대해서 엄격한 잣대를 만들어 놓고 그것을 회사의 이익을 위해서 자의적으로 적용한다'라고 보는 게 더 맞을 것 같습니다. 또한 큰 비리에 관대한 회사가 일부러 보여주기식 차원에서 작은 비리를 강하게 처벌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비리 수용도가 낮은 게 아니라,
엄격한 잣대를 만들어 자의적으로 적용할 뿐
큰 비리는 봐주면서
보여주기식 차원에서 작은 비리를 강하게 처벌할 뿐
이처럼 회사가 비리 직원을 엄하게 처벌한다고 해서 그 회사가 비리에 엄격하다고 판단해서는 큰 코 다칩니다.
그렇다면 회사의 비리 수용도를 그나마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51% 정답: 회장님 또는 CEO의 청렴함을 통해서
먼저 이 답은 단지 51% 정답에 불과하다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왜 51% 정답이냐? 이 세상에 100% 정답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제 입장에서는 100% 정답이더라도 상대방 입장에서는 정답이 아닐 수도 있고, 또 오늘의 정답이 10년 후에는 정답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또한 51%만 정답이기 때문에 여러분께서도 제 주장을 100% 받아들이실 필요는 없습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회장님이 깨끗한 분인지, 비리가 있는 분인지 보는 것입니다.
회장님이 깨끗한 분이면 많은 경우 직원들도 이를 본받으려고 노력합니다. 또한 스스로에게 엄격한 회장님은 직원들의 비리에 대해서도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기 때문에 직원들의 비리가 발붙일 곳이 없겠죠. 반면 회장님이 비리가 많으면 직원들 사이에도 '윗물이 더러운데 우리만 유별나게 깨끗할 필요가 있나'라는 분위기가 형성됩니다. 그래서 직원들도 큰 죄책감 없이 비리를 저지르게 되겠죠.
윗물이 더러운데 우리만 유별나게 깨끗할 필요가 있나
또 이러한 회사에서는 회장님의 부정한 축재를 돕거나 언론으로부터 그러한 비리를 숨기기 위해 많은 직원들이 업무 시간을 할애합니다. 아니, 이러한 일만 전담하는 부서도 있죠. 그리고 이러한 부서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승진을 더 빨리합니다. 그러다 보니 직원들은 비리에 대해 점차 둔감해지고 회장님뿐만 아니라 동료들의 비리에 대해서도 관대함을 보이게 됩니다. '회사 다니다 보면 그럴 수도 있지'라는 가치관이 형성되는 거죠.
회사 다니다 보면 그럴 수도 있지
이처럼 회사가 비리에 대해서 엄격한지 아닌지를 파악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회장님의 청렴함을 통해서입니다.
윗 물이 맑아야 아랫 물도 맑은데요.
자, 그럼 마지막으로 질문 하나 드리지요?
여러분의 회사는 비리에 엄격한가요?
by 찰리브라운 (charliebrownkorea@gmail.com)
Key Takeaways
1. 회사의 '비리 수용도'를 파악하는 데 있어 기업의 공표 자료는 믿으면 안 된다.
2. 회사가 비리 직원을 엄하게 처벌한다고 해서 비리에 엄격하다고 판단해서도 안된다.
3. 가장 좋은 방법은 회장님 또는 CEO가 깨끗한 분인지, 비리가 있는 분인지 파악하는 것이다.
추신
20년이라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세월(?) 동안 여러 회사를 컨설팅해보고 직접 다녀보면서 느낀 점은 기업문화는 상당 부분 오너의 성향을 따라간다는 것이었습니다.
생각해보면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상사의 성향을 닮아가잖아요. 제 선배 중에 정말 인자하신 분이 있었는데 대표로부터 하도 쪼임을 많이 당하니까 언젠가부터는 자신도 팀장들을 똑같이 쪼시더라고요. 한밤중에 카톡 보내서 일 시키고. 직원들 막 들들 볶아대고. 만약 오너가 그렇다면 그런 성향이 최소한 본부장이나 팀장까지는 트릭클 다운(trickle down) 되겠죠.
또한 시간이 지나면서 오너와 다른 성향을 가지신 분들은 서서히 도태되고 오너의 판박이 또는 아바타들만 남게 되면서 전체 기업문화가 오너의 성향과 닮아갈 수도 있을 것 같고요.
...
비리에 대한 태도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오너가 마치 자기가 회사의 100% 소유자인 것처럼 회사 돈을 횡령하거나 유용하면 직원들도 그러한 성향을 닮아가지 않을까요? 그리고 서로 눈감아주는 윈윈(?) 시스템이 형성될 수도 있고요.
정말 검은 뜻을 품고 있는 분이 아니라면 우리 모두 투명하고 깨끗한 회사에서 일하기를 희망합니다. 비리에 관대해서 자금 횡령도 넘어가고 성추행도 눈감아주고 하면... 헬컴퍼니죠. 더욱 슬픈 현실은 나 역시 모르는 사이에 그러한 기업문화에 물들어간다는 거죠.
결국 기업문화가 깨끗해지려면 오너부터 솔선수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다른 직원들이 오너의 잘못을 대신 덮어쓰고 하는 방법으로 오너의 잘못이 계속 용인된다면... 그리고 그것이 무슨 대단한 로열티인 것처럼 사회적으로 용인된다면...
우리 모두 그러한 문화에 물들어 가겠네요. ㅜㅜ
부족한 글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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