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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estion

 

올해 갓 팀장이 된 새내기 팀장입니다. 팀원 중에 같은 과 후배가 있거든요. 점심시간에 그 과후배랑 대학시절 얘기를 좀 했는데 지나가다가 이를 들으신 이사님께서 저를 부르시더니 주의를 주셨습니다. 과후배랑 그렇게 대놓고 동창 티를 내면 다른 팀원들이 섭섭해할 수 있다고요. 제가 거기까지는 미쳐 생각 못했던 것 같네요.

 

혹시 팀장이 팀원 앞에서 주의해야 할 말이 또 있나요? 저도 모르게 다른 팀원들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잖아요.

 

 

 


Answer

 

맞습니다. 팀장이 되면 팀원 시절과는 달리 말씀 하나하나에도 주의해야 합니다. 쉽게 툭 던진 말 한마디 때문에 팀 내 분란이 생기는 경우도 있죠. 무심코 내뱉은 한마디로 팀원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는 경우도 있고요.

 

저 역시 그냥 별생각 없이 제 개인사를 얘기했을 뿐인데 그것 때문에 팀원들의 마음을 상하게 한 적이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저처럼 팀원들에게 상처를 주고서도 본인이 무슨 실수를 했는지조차 모르고 지나치시는 분들이 꽤 많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럼 지금부터 팀장이 팀원들 앞에서 주의해야 할 말에 대한 제 51% 정답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부디 저처럼 팀원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기를 바라며...

 

 

1. 정치적 견해

 

팀원들에게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밝히는 것은 위험합니다. 이것은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어떤 나라에서도 마찬가지죠.

 

사실 다음 전제 조건만 충족된다면 정치적 견해를 자유롭게 논하는 것도 별 문제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1) 자신의 정치적 견해와 다른 견해도 존중한다

(2) 정치적 견해가 상황에 따라 바뀔 수도 있다

(3) 상대방의 정치관을 바꾸려고 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1), (2), (3)번 모두로부터 자유롭지 못하죠.

 

(1)번의 경우, 많은 사람들이 자신과 정치적 견해가 다른 사람들을 '생각이 없는 사람'으로 간주합니다. 심한 경우 '우리나라를 망친 주범'으로 여기고, 진짜 심한 분들은 상대편을 '더불어 살아갈 수 없는 사람' 또는 '타도 대상'으로까지 몰아세우죠.

 

(2)번의 경우, 정치적 견해가 상황에 따라 바뀔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 서로 양보와 타협이 가능하지만, 아직도 우리나라에서는 이럴 경우 '변절' 또는 '전향'으로 간주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3)번의 경우, "너는 A 찍어. 나는 B 찍을게"하면서 서로 상대방의 선택을 존중해주면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넌 송중기 좋아하는구나. 난 박보검이 더 좋은데"처럼요. 하지만 이따금씩 상대방에게도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지지하라고 강요하는 사람을 만나곤 합니다. 이런 분과 정치 얘기를 하면 논쟁으로 번질 수 있죠.

 

이처럼 현실은 (1), (2), (3)번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팀장이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밝히는 것은 팀원에게 무언의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나 혼자만 정치적으로 열린 마음을 갖고 있으면 안 되고 쌍방이 모두 열린 마음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팀장은 정말 아무런 의도가 없었는데도 팀원들은 팀장이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강요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죠. 심지어 팀장이 정치적 견해 차이를 핑계로 팀원들을 차별대우한다고까지 여기는 분도 있을 수 있습니다.

 

요즘은 많이 완화되었지만 한 때에는 부모님 고향에 따라 정치적 성향이 갈리는 경우도 있었죠. 당시에는 특정 정당을 강하게 비난하는 행동은 특정 지역에 대한 적개심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했습니다.

 

아직까지도 외국계 회사에서는 정치나 종교에 대한 얘기는 직장 동료들 간에는 삼가야 할 토픽으로 간주되고 있습니다. 아마 앞으로도 계속 그렇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2. 출신 학교 관련 얘기

 

학창 시절 얘기를 특별한 의도 없이 그냥 추억 삼아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죠. 그런데 이것도 어떤 사람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은 '학력 우선 사회', '학벌주의 사회'에서는 더욱 그럴 수 있습니다.

 

저는 예전에 미국 MBA 출신들이 많은 회사에서 근무한 적이 있었는데, 팀장님 중에 "MBA 시절에~"라는 말씀을 자주 하시던 분이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아직 MBA를 다녀오지 않은 팀원들은 소외감을 느꼈죠.

 

대학시절 얘기 역시 마찬가지죠. 예전에 제 팀장님이 점심시간에 같은 학교 같은 학과 출신 팀원과 학창 시절 얘기를 10여 분 넘게 얘기를 나눈 적이 있었습니다. 점심시간을 마친 뒤 몇몇 팀원들은 "좋은 과 나왔다고 유세하느냐"며 팀장 흉을 보더라고요.

 

출신 학교와 관련된 얘기를 자주 하면 학력 차별자로 오해받을 수도 있습니다.

 

 

3. 근무했던 회사 자랑

 

예전 회사 팀장님은 국내 컨설팅 회사 출신이 있었는데 이 분은 말 끝마다 "내가 프로페셔널 펌에서만 근무했기 때문에" 또는 "프로페셔널 펌에서 근무할 당시에는"과 같은 말씀을 하셨습니다.

 

어느 날 팀 회식 자리에서 팀장님께서 잠시 자리를 비우자 팀원 한 분이 "프로페셔널 펌에서 근무한 게 무슨 대단한 벼슬인 줄 아나?"라면서 비아냥대더군요. 그때 팀원 중 글로벌 컨설팅사 출신이 한 분 있었는데 이 분이 그냥 가만있었으면 좋았을 것을 나름 거든다고 "글로벌 컨설팅 회사도 아니고 국내 컨설팅 회사에서 근무한 게 뭐 그리 대단하다고..."라는 말을 해서 순간 분위기를 싸하게 만든 적도 있었습니다.

 

팀장님들 중에는 프로페셔널 펌에서 근무하다가 대기업으로 오거나, 대기업에서 근무하다가 중견기업으로 스카우트돼서 오신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 분들 입장에서는 답답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겠죠. 현 회사가 이전 회사에 비해 전반적으로 시스템이 덜 갖춰졌을 수도 있고, 일하는 방식이 뒤떨어졌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 분들은 나름 '한수 가르쳐 준다'는 생각에서 이전 회사 얘기를 하면서 조언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행동은 오히려 팀원들로부터 '네가 도대체 얼마나 잘났기에...'라는 반발을 살 수 있습니다. 심한 경우 팀 내 위화감을 일으켜 팀원들의 로열티를 떨어뜨릴 수도 있고요. 

 

팀원들이 팀장에게 기대하는 것은 경력보다는 실력입니다. 근무했던 회사 자랑을 하기에 앞서 먼저 실력을 보여 주십시오. 그러면 예전 회사 자랑을 굳이 하지 않아도 팀원들의 '뤼스펙트'를 받을 수 있습니다. 

 

팀원들이 팀장에게 기대하는 것은 경력보다는 실력 


실력을 보여야 뤼스펙트를 받을 수 있죠. 브루스 형님이 한 때 가수로 빌보드 톱 5에 올랐다는... [출처: Bruce Willis 'Respect Yourself' 앨범 커버]

 

 

4. 본인의 향후 커리어 패스

 

정말 생각 없는 팀장님들 중에는 '자기가 어느 회사 임원직 인터뷰를 봤다'는 둥의 말씀을 자랑삼아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제 예전 팀장님 중 한 분도 "내가 xx사 오퍼를 받았는데 가는 게 맞아?"라는 덜 떨어진 질문을 하셔서 저를 당황하게 하신 분이 있었죠. 

 

이런 팔불출 같은 말씀을 하시는 이유는 자신이 그만큼 잘 나간다는 어필을 하고 싶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하지만 이러한 발언은 절대 금기사항입니다. 듣는 팀원들을 불안하게 하는 발언이기 때문이죠. 꼭 새 직장을 찾고 있다는 말이 아니어도 '새 직장을 찾고 있다'는 뉘앙스만 풍겨도 팀원들은 흔들릴 수 있습니다.

 

당시 저는 "아니, 팀장님, 다른 회사로 가시면 저희는 어떡하라고요?"라는 마음에도 전혀 없는 말씀으로 팀장님의 기분을 맞춰드렸지만 속으로는 '그래, 가라 가! 너 없으면 더 편하다'라고 생각했었죠. 동시에 함께 든 생각은 '아, 이런 팀장을 믿고 어떻게 일하지? 이제부터 내 살 길부터 챙겨야겠는 걸'이었습니다. 

 

적어도 팀장이라면, 옛날 옛적 영화 '분노의 역류'(Backdraft)에 나오는 명대사 "유고 위고"(You go, we go!)까지는 아니더라도 "너는 내가 챙겨줄게. 우리 함께 가자" 정도의 멘트는 날릴 줄 알아야 하는 것 아닌가요? 아니, 단순한 멘트가 아니라 이 정도 책임감은 있어야죠. 

 

"나 좋아하는 남자 많아. 나한테 잘 해!"라고 말씀하시는 여친과 무엇이 다른가요? 저는 이런 얘기 들으면 밥맛 떨어져서 오히려 막 해주고 싶은데... 그리고 이분보다 더 좋은 이성친구 만나면 당장이라도 "그래, 너 좋아하는 분 찾아가!"라고 말해주고 싶을 것 같은데요.  

 


"You go, we go!" [사진 출처 영화 '분노의 역류'(Backdraft)]

 

 

5. 팀원이 본인보다 일을 못 한다는 말

 

제가 직장생활을 하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큰 상처를 받은 말 중 하나는 다름 아닌 "나라면 이렇게 하겠다"입니다.

 

예전 제 상사 중에 말씀을 느리게 하시는 분이 한 분 계셨습니다. 이분은 툭하면 이런 말씀을 하셨죠.

 

나라면 이렇게 하겠다

 

아마 그분은 별 뜻 없이 이 말씀을 하셨을 겁니다. 하지만 듣는 저는 그 말을 이렇게 해석했죠. '왜 너는 나처럼 일을 잘하지 못하니?' 또는 '너는 왜 이것밖에 못하니?' 또는 '나라면 너처럼 안 할 것 같은데...'

 

제 상사분께서는 그 말씀을 아주 천천히 하셨죠. 그 말씀을 들을 때마다 저는 비수가 가슴에 깊숙이 박히는 느낌이었습니다. 그것도 아주 천천히... "나아라아며언 이러케에 하게엤다아아아~" 

 

'그래? 그럼 네가 해. 나 시키지 말고'라는 말을 목구멍에서 삼킨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물론 팀장님 입장에서는 답답하시겠죠. '앓느니 죽지. 그냥 내가 하면 될 텐데..."라는 생각이 들 때도 많을 것 같고요. 하지만 팀원을 본인과 비교해서 깎아내리는 말씀은 절대 금물입니다. 

 

 


영화사에서 가장 잔인한 장면 중 하나인 칼로 천천히 찔러 죽이기 [사진 출처: 영화 'Saving Private Ryan']

 

 

6. 사내 경쟁자에 대한 험담

 

이 말은 팀원들에게 상처를 주지는 않지만 본인에게 해가 될 수 있습니다.

 

어느 회사에나 라이벌은 있기 마련입니다. 임원 승진을 코 앞에 둔 팀장이라면 더하겠죠. 죽마고우 같던 동기도 자리 하나를 놓고 치고받고 싸우는 사이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럴 때일수록 입조심해야 합니다. 은연중에 경쟁자에 대한 좋지 않은 얘기를 팀원들에게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어떤 팀장님은 의도적으로 라이벌에 대한 험담을 퍼뜨리기도 하고요. 하지만 이것 역시 본인을 위해서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행동입니다.

 

경쟁자에 대한 험담은 그 사람의 귀에 들어갈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누가 그런 소문을 퍼뜨린다는 얘기와 함께요. 그럼 오히려 경쟁자의 경계만 높이는 효과가 있겠죠. 결국 본인한테는 손해고요.

 

팀장님께서는 팀원들을 신뢰할 수 있을지 몰라도 팀장님에 대한 팀원들의 로열티는 생각보다 높지 않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팀원 중 한 명이 팀장님께서 경쟁자에 대해서 하신 말씀을 그 경쟁자에게 전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경쟁자 분의 환심을 사기 위해 팀장님 말씀을 두 배 세 배 부풀려서 하고 있을 수도 있고요.

 

 

7. 회사와 상사에 대한 불만

 

이 말 역시 자주 해서 본인에게 하등 도움될 게 없는 불필요한 언행입니다. 

 

제가 신입사원일 당시 바로 1년 선배 중에 회사에 대한 불만을 아주 대놓고 하시는 분이 계셨습니다. 그때에는 그런 분이 왜 그렇게 멋있게 보였던지... 멋있잖아요. 반골 기질이 있는 선배.

 

하지만 연세 사십이 가까운 팀장님들 중에서 그러시는 분은 참 없어 보이더라고요. 반골 기질도 젊은 분일 경우에나 멋있어 보이지 팀장님까지 되셔서 툴툴 거리시는 분은 그냥 '불만 많은 아저씨'로밖에 비치지 않죠. 때로는 자신의 상사와 팀원들을 이간질시켜서 중간에 이득을 취하려는 기회주의자로까지 인식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상사에 대한 불만은 또 한 번 '분노의 역류'가 되어 자신에게 되돌아올 수도 있습니다. 팀장님께서 상사를 뒤따마 까시는 모습을 팀원들에게 자주 보이실 경우 팀원들 또한 나중에 아무 거리낌 없이 팀장님 뒤따마를 깔 수도 있습니다. 

 

적어도 팀장님이라면 팀장님으로서의 품위를 지키셔야죠.

 

권한에는 항상 책임이 따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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