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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estion

올해 갓 입사한 신입 사원입니다. 요즘 동기들 간의 화두는 단연 워라벨입니다. 동기 중에는 승진이나 연봉보다 워라벨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친구들이 많습니다. 물론 워라벨이 중요한 것은 맞습니다만 저는 그게 그렇게 중요한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아직 미혼이고 이성 친구도 없어서 그럴 수 있는 것 같고요.

워라벨 관련해서 관련 바람직한 직장인의 태도는 무엇일까요?

 


Answer

아, 정말 좋은 질문 하셨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답변드리기 참 곤란한 질문이네요. 제 생각을 그대로 얘기하자니 잘못하면 도매급으로 욕먹을 것 같고...

이성 친구랑 헤어질 때 상대편이 "왜? 왜 나랑 헤어지자고 하는 건데?"라고 질문하면 뭐라고 하죠? 마음속에 있는 말을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다 까면 아마 그 분과는 철천지원수가 되겠지요. 그래도 한 때 좋은 추억으로 간직하고 싶다면 말을 아껴야겠죠.

워라벨에 대한 제 생각도 비슷합니다... 만... 에라, 모르겠다! 그냥 제 생각을 있는 그대로 다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은 '51% 정답'이 아니라 '10% 정답', 아니 '0.1% 정답'으로만 받아들이셔도 무방합니다. 읽다가 동의하지 못하시겠으면 그냥 중간에 넘겨 버리십시오. 끝까지 읽고 욕하지 마시고요.

 


 

먼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워라벨에도 두 가지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 게 어디 있냐고요? 사실 그런 거 없습니다. 그냥 제가 그렇게 생각한다는 것이죠. 다시 한번, '0.1% 정답'으로 받아들이세요.

두 가지 워라벨이란 무엇이냐? 먼저 '워'에 방점이 찍힌 '워우라벨'이 있고 '라'에 방점이 찍힌 '월벨'이 있습니다.

 

워라벨에는 두 가지가 있다
'워'에 방점이 찍힌 '워우라벨'과
'라'에 방점이 찍힌 '월라벨'

 

전자는 본인의 건강과 화목한 가정을 유지하면서 직장생활을 병행하는 소극적인 의미에서의 워라벨입니다.

반면 후자는 법정 근로 시간 외에는 절대 일을 하지 않고, 퇴근 후에는 완벽한 자유가 보장되며, 퇴근 후 또는 주말에는 취미생활에 전념하면서 직장생활을 병행하는 매우 적극적인 의미에서의 워라벨을 뜻합니다.

저는 '워우라벨'은 모든 근로자가 누려야 할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합니다. 어찌 보면 매우 당연한 말 같지만 '70년대 또는 그 이전에 태어난 우리의 선배님들은 대부분 이러한 삶을 누리지 못했습니다. 우리 아버지 세대 중에는 월화수목금토일 주 7일 근무하면서 회사를 위해서라면 휴가를 반납하고 야근 및 당직을 서는 것을 당연시하는 분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많은 여성분들이 커리어를 위해 육아를 소홀히 하거나 육아를 위해 커리어를 포기하셨습니다. 그리고 아직도 이러한 혜택을 누리지 못하시는 분들이 우리 주변에는 많습니다.

저 또한 한 때에는 '워우라벨'을 잊고 살았습니다. 일요일 점심 먹고 출근하고 나서는 금요일 퇴근할 때까지 와이프랑 대화할 기회가 없었죠. 와이프는 보통 아침 6시에 출근하고 저는 평균 새벽 2시에 퇴근했기 때문에 평일에는 서로 잠자는 모습만 볼 수 있었습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토요일 단 하루. 그래도 한 달에 한 번은 시댁과 처가 부모님을 찾아뵈어야 했기에 둘만의 시간은 많지 않았죠. 당시에는 정말 하루하루가 우울했습니다.

저는 '워우라벨'은 모두가 누릴 수 있도록 회사 차원에서, 그것이 어렵다면 정부 차원에서, 필요하다면 강제적으로라도 보장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워우라벨'을 챙기지 못하면 건강은 상하고 마음은 우울해지고 삶은 피폐해지니까요. 산업 측면에서도 아무리 우수한 인력이라도 한동안 이런 식으로 혹사당하면 직장 수명뿐만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수명조차 짧아질 수 있기 때문에 필요하다면 정부가 나서서라도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직장 개개인이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죠.

1982년 프로야구 원년 MVP였던 박철순 투수도 그렇게 자주 등판만 하지 않았더라도 선수 생명이 훨씬 더 오래가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감독의 등판 권유를 일개 선수가 어찌 거절할 수 있었겠어요? 그것도 서슬 퍼런 군사독재정권 시절에...


주인공 감사용인 이범수님. 박철순으로 등판한 공유님. 그리고 OB 4번 타자 김우열로 분한 하정우님. 당시 하정우님은 단역이었다는... [사진 출처: 영화 '슈퍼스타 감사용']

 

반면 '라'에 방점이 찍힌 '월벨'은 얘기가 다릅니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월벨을 누리고 싶겠지만 안타깝게도 월벨은 모두가 누릴 수 있는 권리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은 분들에게는 정말 미안한 얘기지만 월벨은 자신이 맡은 바를 성실히 완료하고 동료들에 비해 일도 잘하는 책임감 있는 직원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라고 생각합니다.

 

월라벨은 자신이 맡은 바를 성실히 완료하고 동료들에 비해 일도 잘하는 책임감 있는 직원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

 

그냥 쉽게 고등학생 생각하시면 됩니다. "성장발육기의 학생들은 보통 하루 평균 7시간 내지 8시간은 수면을 취해야 한다"라고 어떤 책에 나와 있습니다. 또한 "적당한 취미 생활과 규칙적인 운동을 병행해야 정신적 신체적으로 건강한 성장을 할 수 있다"라고도 누가 얘기했습니다. 친구들과 새와 벌레들이 지저귀는 산과 들에도 가끔씩은 놀러 가야 하고, 19금만 아니면 미드 영드 한드도 보고 즐길 수 있어야 합니다. 여름에는 캐리비언베이에 가서 선탠도 하고 겨울에는 스키장 가서 동계 스포츠도 즐겨야 합니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나이가 되면 이성 친구를 사귈 권리도 당연히 있고, 사춘기 꽃다운 나이라면 이성 친구를 사귀어본 경험이 너무 많으면 안 되지만 적어도 한두 번쯤은 있어야 합니다.

참고로 저희 부모님은 고1 중3 때 만나 쭈욱 사귀다가 결혼해서 지금까지 잘 살고 계십니다. 이성 친구 있다고 공부 못하고 출세 못한다는 것은 다 뻥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부모님만 봐도 그렇고, 사시 행시 공인회계사 시험에 모두 합격한 박찬종 전 의원의 경우도 고등학교 재학 시절 지금의 사모님과 만나 연애 아닌 연애를 하셨다고 하더군요.

잠깐 얘기가 옆으로 샜는데 어쨌든 고등학생도 위와 같은 다양한 경험을 누릴 권리가 있고 그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경험을 모두 누리려고 하면 정작 자신이 진정으로 추구하는 학창 시절의 꿈을 이룰 가능성은 높지 않겠죠. 그 꿈은 상위권 대학 합격일 수도 있고, 해외 유학일 수도 있고, 취업일 수도 있고, 장사일 수도 있고, 국가대표일 수도 있고, 프로 선수일 수도 있고, 걸그룹 보이밴드일 수도 있습니다만...

물론 대학 재학 당시 3시에 모두 합격한 박찬종 전 의원님 같은 천재라면 고등학교 시절에 연애와 서클 활동과 대학 합격의 멀티태스킹을 동시에 할 수도 있겠지만 대다수의 고등학생들은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스스로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잠도 줄이고, 연애도 덜 하고, 여름에 케리비언베이도 딱 한 번만 가는 희생을 기꺼이 감내하는 것이죠.

직장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직장인으로서의 꿈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책임이자 의무는 자신의 과업을 성실히 완수하는 게 아닐까요? 따라서 월벨은 자신의 과업을 성실히 마친 진정한 직장인들만이 누릴 수 있는 일종의 특권입니다.

남들은 불과 4시간 만에 뚝딱 완료할 수 있는 일을, 8시간 하루 종일 낑낑대서도 못 하시는 분들은 미안하지만 한 시간 더 야근을 해서라도 일을 마치고 퇴근하는 게 직장인으로서의 도리입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도 제대로 못하시는 분들은 적어도 일을 제대로 익힐 때까지는 약간의 자기희생을 하는 게 회사와 동료 직원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입니다.

자기 일도 제대로 못 하면서 월벨만 찾는 직원들이 많아지면 회사에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너무나 당연한 얘기지만 몇 가지 사례를 들어보겠습니다.

 


1985년 12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 김영삼, 김대중이 주도한 민주화 추진협의회 인권옹호 위원장을 지내며 신한민주당 후보로 부산에서 당선된 박찬종 전 의원

 

(1) 일도 못하면서 월라벨 찾는 직원의 일을 결국은 다른 누군가가 떠맡아야 한다

회사에서는 어차피 해야 할 업무가 있습니다. 그런데 일을 잘 못하는 직원이 있으면, 그런데 그 직원이 월벨 찾는다며 발전의 기미마저 안 보인다면... 그 직원이 제 때 일을 끝내지 못하면 결국 다른 팀원 중 누군가가 그 직원의 일을 도와줘야 합니다. 월벨 팀원 때문에 다른 팀원의 일이 늘어나는 셈이죠.  

 

(2) 일도 못하면서 월라벨 찾는 직원이 나중에 팀장으로 승진하면 애먼 팀원들이 고생한다

일 못하는 직원이 어떻게 팀장이 되냐고요? 사실 일 못하는 직원은 팀장이 되면 안 됩니다. 자기 앞가림도 못 하는 사람이 어떻게 다른 분들께 일을 배분하고 관리할 수 있겠어요?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죠. 일도 못하면서 월벨 찾는 직원이 팀장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한 사례를 수도 없이 봐왔습니다.

근무 시간 중에 툭하면 담배 피우러 가고, 커피 마시러 가고, 동료들과 수다 떨고, 카톡 라인 텔레그램 하고. 남들 야근할 때 친한 선후배 동료들과 어울려 술 마시러 가고. 그러면서 일은 항상 설렁설렁하고. 6시 "땡" 치기 4분 전부터 컴퓨터 끄고 시계만 바라보고.

심지어 이런 분들도 연차 채우면 언젠가는 팀장이 되는 회사가 있습니다. 아니, 때로는 일 열심히 하는 직원보다 붙임성과 사교성 좋은 직원이 더 빨리 승진하기도 합니다. 사교는 일이 아닌데...

이런 분들이 팀장이 되면 정말 말도 안 되는 지시를 내립니다. 일도 해본 넘이 잘한다고. 이런 팀장들은 자신이 일을 제대로 해본 적이 없으니까 제대로 지시도 내리지 못하죠. 가이드라인은? 물론 없습니다. "그냥 알아서 해오란 말이야!"

 

(3) 일도 못하면서 월라벨 찾는 직원들이 많아지면 결국은 회사 경쟁력이 떨어진다

이런 분들이 많은 회사는 결국 서서히 경쟁력을 잃게 되겠죠. 너무나 당연한 얘기입니다.

어떤 분은 이렇게 반문할지도 모릅니다. "그러한 주장을 증명할 수 있는 실증적 근거를 대"라고.  

물론 그러한 주장을 증명할 수 있는 실증적 근거는 없습니다. 하지만 증명을 못 한다고 해서 다 사실이 아닌 것은 아니죠. 보이는 것만이 진실이 아닙니다. 논리적으로 따져봤을 때 말이 되면 진실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일반적으로 공부를 더 많이 하는 학생이 덜 하는 학생보다 성적이 좋습니다. 운동 연습을 더 많이 하는 학생이 덜 하는 학생보다 스코어가 좋습니다. 실전 경험이 더 많은 건달이 그렇지 않은 건달보다 싸움을 더 잘합니다. 마찬가지로 일 잘하는 직원이 많은 회사가 일도 못하면서 월라벨 찾는 직원이 많은 회사보다 경쟁력이 더 있다는 것은 굳이 증명할 필요가 없습니다.

고등학생이 월라벨을 지나치게 찾으면 자기 꿈을 못 이루게 돼 결국은 자기 손해죠. 하지만 직장인이 일도 못하면서 월라벨을 지나치게 찾으면 본인도 손해지만 팀도 손해고 회사도 손해입니다.

학교 다닐 때에는 온갖 말도 안 되는 희생 다 하면서 참았던 분들이 직장 생활을 하면서부터는 작은 희생에도 왜 그렇게 인색해지는 걸까요? 그것이 자기뿐만 아니라 동료들과 회사에게까지 피해를 주는 대도요. 그리고 그러한 피해가 짧게는 20년, 길게는 40년 이상 하게 될 자신의 직장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도요.

 


 

그렇다면 다시 원래의 질문으로 돌아와서 워라벨 관련 가장 바람직한 직장인의 태도는 무엇일까요?

글쎄요... 이것은 정말 답변드리기 어려운 질문입니다. 먼저 제 답변이 정부 방침과 다소 어긋날 수도 있기 때문에 제가 정부 정책에 대한 반대를 조장하는 것으로 오해를 하실 수도 있겠지만 그런 것은 절대 아닙니다. 저는 그냥 제 경험에서 비롯된 저의 부족한 의견을 말씀드릴 뿐입니다.

 

 

1. '워'에 방점이 찍힌 '워우라벨'은 무조건 수호해라.

 

본인의 건강과 화목한 가정은 어떠한 경우에도 지키십시오. 건강과 가족은 절대 선입니다.

 

회사 일로 술을 너무 마셔서 건강을 해친다?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제 선배님 한 분은 회사 일로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40대 초반에 돌아가셨습니다. 그런데 그 회사에서는 산재 처리를 안 해주려고 했습니다. 사실 해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부족했을 수도 있고요. 어쨌든 그 선배님의 가족은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회사 일로 너무 바빠서 와이프와 자식들과 멀어진다?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만약 회사가 그렇게 밖에 일을 할 수 없는 회사라면... 그냥 다른 직장 알아보십시오. 저도 그랬습니다. 물론 그 직장이 싫어서가 아니었습니다. 그 직장은 정말 좋은 직장이었습니다. 단지 저에게는 가정이 더 소중했을 뿐입니다.

 

회사 일로 밤이면 밤마다 술집 가서 접대하고 주말이면 주말마다 골프장 가서 접대하느라 와이프와의 관계가 소원해진다면? 죄송합니다. 그건 그냥 핑계입니다. 선생님이 그냥 술집과 골프장 가는 것을 좋아하는 것입니다. 그런 분은 회사 그만둬도 자기 돈으로 술 먹고 골프 치실 분입니다. 적당히 노십시오. 제발 가정을 지키십시오.

 

 

2. 직장생활 초기에는 '라'에 방점이 찍힌 '월라벨' 보다는 본인의 경쟁력 배양에 힘써라.

앞서 '워우라벨'은 무조건 수호하라고 말씀드렸습니다만 '월벨'에 대한 입장은 조금 다릅니다. 아니, 완전 다릅니다.

이왕 대학에 갈 거면 열심히 공부해서 상위권 대학에 가는 것이 유리합니다. 상위권 대학은 졸업 후 출발선이 다르기 때문이죠. 모든 상위권 대학 졸업생들이 다 뛰어난 것은 아닙니다. 개 중에는 정말 이상한 또라이들도 많습니다. 또 본인의 노력이 아니라 부모님의 '노오력'으로 들어온 실력 없는 애들도 많고요. 하지만 상위권 대학 졸업생이면 일반적으로 상대적으로 유리한 출발선을 점유할 수 있기 때문에 이왕이면 다홍치마를 사는 것처럼 학창 시절 공부를 할 거면 이왕이면 상위권 대학을 목표로 공부를 하는 것입니다.

직장생활도 마찬가지입니다. 직장생활을 오래 할 거면 이왕이면 잘해야 하지 않겠어요? 직장생활을 잘하기 위해서는 초반에 많은 경험을 하고 실력을 쌓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야 직장생활을 더 잘, 더 오래, 그리고 나중에 더 편하게, 남들에게 폐 끼치지 않고 할 수 있습니다.

실력은 눈덩이와 같아서 실력이 있는 사람은 계속해서 실력이 붙습니다. 가령 엑셀을 잘 못하는 사람은 100시간 걸려도 못하는 일을 엑셀을 잘하는 사람은 불과 1시간 안에 뚝딱 해치울 수 있습니다. 엑셀에 무슨 큰 실력 차이가 있냐고요? 그런 질문을 하시는 분은 엑셀을 못하시는 분입니다. 엑셀을 잘하면 일을 일찍 끝마칠 수 있고 남는 시간에 더 중요한 일을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하루 종일 엑셀로 손가락 노가다만 하시는 분들에 비해서 더욱 많은 경험과 실력을 쌓을 수 있습니다.

또한 실력이 있는 사람에게는 계속해서 중요한 업무가 주어집니다. 실력이 없는 분들에게는 죄송한 말씀이지만 허드렛일만 떨어집니다. 그런데 초반에는 그 실력의 차이란 게 크지 않아요. 남들이 월벨 챙길 때 조금 더 열심히 노력해서 업무를 익히면 약간의 실력 차이가 생기게 되는 것이죠. 그 약간의 실력 차이 때문에 맡은 업무에서 차이가 생기게 되는 것이고요. 하지만 이런 상황이 반복돼서 계속해서 중요한 일만 하는 사람과 계속해서 허드렛일만 하는 사람은 1년 후, 3년 후에는 결국 그 실력 차이가 넘을 수 없을 만큼 벌어집니다.  

또한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이따금씩 좋은 기회가 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러한 기회가 주어졌을 때 준비가 많이 된 분은 성공적으로 일을 수행할 수 있지만 준비가 덜 된 분은 우연히 굴러들어 온 천운의 기회마저 뻥 차 버리는 우를 범하게 되겠죠. 그렇기 때문에라도 월벨 찾는 시간에 조금 더 실력을 연마해서 준비된 자세를 갖추고 있는 게 중요합니다.

물론 월벨을 찾는다고 다 일을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월벨을 누리면서도 일을 잘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만... 그건 여러분들 동기들만을 놓고 봤을 때 얘기이고 여러분보다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한 직장 선배들의 입장에서 봤을 때 여러분들은 그냥 다 일을 못합니다. 잘해봤자 그냥 동기들 사이에서 도토리 키 재기이고 다른 선배들과 다이다이 비교해보면 그냥 다 일을 못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지금은 시대가 변해서 비슷한 시기에 입사한 동기들과만 경쟁하는 시대가 아니죠. 선후배 모두가 여러분들의 잠재적 경쟁자입니다. 고등학교로 비유하면 고1에서 짱 먹어도 큰 의미 없습니다. 고2, 고3에 싸움 더 잘하는 사람 있으면 학교 짱 못 먹습니다. 전국 체전에서 학년 별로 시합하나요? 회사도 마찬가지입니다.

 


고1임에도 불구하고 고2, 고3 다 이기고 학교 짱 먹은 이학주 [사진 출처: 영화 '통 메모리즈']

 

우리나라는 가진 게 인적 자원밖에 없습니다. 여러분 부모님께서 강남이나 명동의 건물주가 아닌 이상 아마 여러분들도 가진 게 인적 자원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 유일한 인적 자원을 개발하기 위해서 학창 시절에는 밤낮없이 노력하시던 분들이 왜 직장에 들어와서는 갑자기 월벨을 찾으시나요?

학창 시절은 마라톤 예선 게임에 불과했습니다. 예선 게임에서는 죽자살자 노력해서 간신히 본선에 올라왔는데 막상 본선에서는 시합이 시작되자마자 열심히 뛰기는커녕 날아가는 새들 바라보며, 강 건너 빌딩 구경하고, 관중들에게 손 흔들고...

일단은 마라톤 선두 그룹에 끼어야 합니다. 워우라벨은 중요합니다. 컨디션 관리를 잘해야 완주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월벨은 잠시 잊어두세요.

예? 원하는 회사에 입사했으니 목표를 달성한 것이라고요? 목표를 달성했으니 월벨을 누리겠다고요?

물론 마라톤 선수 중에는 예선 통과만을 목표로 연습을 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그래서 본선에 올라오면 설렁설렁 뛰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아니요! 그런 선수가 세상에 어디 있어요? 일단 본선에 올라온 이상 최선을 다해 완주하는 게 모든 선수들의 목표죠. 그리고 이왕 완주할 거면 입상까지는 못하더라도 좋은 성적으로 완주해야죠. 그러려면, 다시 한번, 초반에 선두 그룹에 끼어야 합니다.  

가치관이 다르다고요? 승진이나 연봉보다 월벨이 더 중요하다고요?

물론 그럴 수 있습니다. 그 말씀 믿습니다. 대신 정말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앞으로 연봉 인상은 기대하지 마십시오. 특히 팀장 승진은 꿈도 꾸지 마십시오.

그렇게 생각하시는 분은 아마 40대 초반부터 월벨을 즐길 수 있지 않을까요? 단, 반강제적으로. 왜냐하면 그런 분은 마치 세렝기티와 같은 직장생활의 전쟁터에서 일찌감치 도태될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그래서 40대 초반에 정규직이라는 꿀보직을 잃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면 아마 주 15시간 일하는 알바 밖에 못하겠죠.

 

3. 일을 잘하게 되면, 그래서 자리보전에 대한 위협이 없어졌을 때 비로소 '월라벨'을 즐겨라.

그렇다고 평생 월벨을 포기하고 살라는 말씀은 아닙니다. 언젠가는 월벨을 누려야죠. 언제? 아마 다음 두 가지 경우 중 하나가 아닐까 합니다.

 

(1) 역량의 80%만 발휘해도 일을 잘할 수 있을 때

직장생활을 오래 하다 보면 가끔 일이 너무 쉽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본인 역량의 100%를 발휘하지 않아도 일을 성공적으로 할 수 있을 때가 있습니다.

저도 한 때 그런 때가 있었습니다. 제 역량의 한 80%만 발휘해도 "일 잘한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어떤 분들로부터는 "천재 같다"는 소리도 들었습니다. "천재다"가 아니고 "천재 같다"는 것이었으니까 좀 다르겠죠. 어쨌든...

벨을 누려야 할 때는 바로 이때입니다. 그냥 법적 근무시간만 근무하고 칼 퇴근하십시오. 아니, 회사에서도 설렁설렁 일하십시오. 그래도 누가 나 못 건드립니다. 어차피 다른 사람들이 100%, 아니 120% 열심히 일해도 나의 80%만도 못하는데요.

그러나 그러한 순간이 오래가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자주 오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그냥 오지도 않습니다. 그러한 순간은 그동안 정말 열심히 일한 분들에게만 아주 가끔씩 찾아옵니다. 따라서 그 순간이 마침내 나에게 왔다면... 무조건 월벨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순간이 30년 직장 생활하면서 한 번도 오지 않는 분도 분명 있을 겁니다.


(2) 아무리 열심히 일 해도 발전의 가능성이 보이지 않을 때

앞서 말씀드린 첫 번째 모멘트가 30년 동안 한 번도 오지 않았다면, 지금 말씀드릴 두 번째 모멘트가 곧 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것은 바로 '아무리 열심히 일 해도 발전의 가능성이 보이지 않을 때'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정년을 앞두고 더 이상 승진의 가능성이 보이지 않을 때'죠. 만년 부장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임원은 물 건너갔고, 정년은 코 앞이고. 이때가 바로 월벨을 즐겨야 할 때입니다. 어차피 해도 안 되는데 뭣 하러 열심히 일해요. 그냥 월벨 하세요.

아니면 회사에서 결정적인 실수를 여러 차례 범해서 임원은커녕 팀장 승진도 어려울 때입니다. 이때에도 월벨 하세요. 그것으로라도 정신적 보상을 받아야지 안 그러면 무슨 낙으로 회사 다니겠어요? 그것이 보상이 될는지는 모르겠지만...

앞서 말씀드린 두 가지 경우가 아니라면 가급적 월벨은 참으십시오. 안 그러면 팀장 되어서 고생하십니다. 아니, 팀장뿐만 아니라 팀원들도 모두 고생하십니다. 일 못하는 팀장님 덕분에요.

 



아마 개중에는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도 분명 있을 겁니다. "우리나라 직장인들 모두가 월라벨을 추구하면 되지 않느냐?"라고. 또는 "정부에서 법적으로 월라벨을 강제하면 되지 않느냐?"라고.

이것이 과연 가능할까요? 땅 파면 석유 나오는 중동의 산유국도 아니고, 관광 자원이 넘쳐 나는 서유럽 국가도 아닌 우리나라에서?

아마 이러한 가정이 현실화되면 국가 경쟁력이 전체적으로 떨어질 것은 불 보듯 뻔합니다. 글로벌 경제 전쟁에서 국내 기업들이 판판이 지겠죠. 그리고 글로벌 기업들은 한국 사람 채용 안 하고 한국에 투자 안 하겠죠. 아니, 한국 회사들도 한국 사람 채용 안 하고 한국에 투자 안 하겠죠.

북유럽 복지국가처럼 적게 일하면서 '잘 살고 싶은 것'과 '잘 살 수 있는가'는 완전 다른 얘기입니다. 모든 남자들은 미스 코리아랑 결혼하고 싶어 해요! 하지만 미스 코리아랑 결혼할 수 있는 분은 많지 않습니다. 북유럽 복지국가처럼 적게 일하면서 잘 살고 싶다고 정말로 적게 일하면... 그냥 열심히 일할 때보다 더 못 살게 되겠죠.

 

북유럽 복지국가처럼 적게 일하면서 잘 살고 싶다고 정말로 적게 일하면
그냥 열심히 일할 때보다 더 못 살게 된다

 

아, 그리고 저는 미스 코리아랑 결혼하고 싶지 않습니다. 미스 코리아보다 제 와이프가 더 예쁩니다.  

예? 제 말씀이 고등학교 선생님 말씀 같다고요? "너희들 공부 안 하면 좋은 대학 못 간다"라고 훈계하시는 꼰대 선생님 같다고요?

아닙니다! 대학은 안 가도 됩니다. 대학 말고도 다른 길이 많으니까요. 하지만 직장생활은 그만 두면 생계가 막막해져요. 직장생활을 설렁설렁하시는 분이 자영업이라고 잘하실까요?

여러분! 젊었을 때 실력을 키우세요! 월벨은 나중에, 일 잘하실 때에 하는 거예요!

 


제 말씀이 꼰대 같다고요? 아니요! 월라벨 지나치게 찾는 분이야말로 나이 들어서 일도 못하는 꼰대 돼요! [사진 출처: tvN 드라마 '미생']

 

by 찰리브라운 (charliebrownkorea@gmail.com)

 


Key Takeaways

1. '워'에 방점이 찍힌 소극적인 의미에서의 워라벨인 '워우라벨'은 꼭 수호해라. 건강과 가족은 절대 선이다.

2. 직장생활 초기에는 '라'에 방점이 찍힌 적극적인 의미에서의 워라벨인 '월벨' 보다는 본인의 경쟁력 배양에 힘써라.

3. 일을 잘하게 되면, 그래서 자리보전에 대한 위협이 없어졌을 때 비로소 '월벨'을 즐겨라. 안 그러면 나 때문에 다른 사람이 고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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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nto 딘토 Dinto는 deeply into를 뜻하며 '깊이'에 대한 우리의 열망을 상징합니다. 깊이 없는 아름다움은 장식에 불과하다고 믿습니다. 우리는 매 순간 감응하며 나만의 철학과 아름다움을 쌓아가는 여성을 찬미하며 고전문학에서 영감을 받은 컬러로 여성의 삶을 다채로이 채색하고자 합니다. 전과는 다른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는 그런 글처럼 딘토가 하나의 계기가 되기를, 안목을 넓히고 격을 높여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 핀 더 푸드 our phillosophy 배부른 영양결핍과 고달픈 자기관리에 지쳐버린 현대인들에게 생기와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도록 당신의 삶을 가볍게 그리고 즐겁게 핀더푸드가 제안하는 건강한 다이어트&이너뷰티의 시작 our promise 더 간편한 더 맛있는 더 효과적인 경험을 위한 핀더푸드 내 몸을 위한 거니까, 자연주의 착한 성분으로 HACCP&GMP의 엄격한 품질관리로 다양하고 트렌디한 식이요법을 약속합니다. our vision 바쁜 일상 속, 더 이상의 수고를 보탤 필요는 없기에 우리가 당신의 예쁨과 멋짐, 건강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방법을 제안합니다. 더 확실하고, 더 맛있고, 더 간편한 제품개발을 위해 끝없이 연구합니다. 고된 자기관리에 지친 당신을 위해, 핀더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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