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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계의 고전, Lean startup

Eric Ries의 Lean startup은 6년 전에 나온 책이다. 하지만 Lean startup 방법론이 스타트업계의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스타트업 관련 인사들이 추천하는 책에서 절대 빠지지 않는 고전의 반열에 올랐다. 이제는 스타트업 종사자가 아니라도 한 번쯤은 다 들어봤을 정도로 유명하다.

 

그런데 고전의 특징은 많이 들어는 봤어도 읽어본 적이 없다는 것. 나도 스타트업에서 인턴을 하면서 말은 많이 들었지만, 막상 책을 읽어본 적은 없었다.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이) 개념은 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책을 읽어보니 깨달았다. fast iteration, MVP 등의 용어들은 들어봤지만 그 용어들이 어떤 맥락에서 나왔는지에 대한 이해가 없었다는 것을. 책을 읽으며 전체 맥락과 알고 있었던 부분, 스타트업에서 일했던 경험을 꿰어가는 과정이 즐거웠다.

 

스타트업은 왜 새로운 방법론이 필요한가?

 

Lean Startup은 스타트업을 위한 경영 방법론이다. 스타트업은 일반 기업과 뭐가 다르길래 스타트업을 위한 경영 방법론까지 필요한 걸까? 첫 번째 챕터에서 Eric ries는 스타트업을 이렇게 정의한다. 

극도의 불확실성 하에서 새로운 사업을 창조하는 조직

 

여기서 키워드는 극도의 불확실성이다.

기존의 경영 이론은 주로 수백 명 이상의 조직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일관되게 관리할 것인가의 문제였다. 주요한 키워드는 규모의 경제, 수직적 통합, 매스 마케팅이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많은 자원 투입이 필요하다. 

 

따라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때 충분한 마켓 리서치를 하고 탄탄한 계획을 세워서 모든 사람의 동의를 얻은 뒤에 시작한다. 이런 접근법은 이미 확실하게 정의된 시장이 존재하거나, 앞으로의 변화가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할 때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그러나 스타트업의 상황은 완전히 다르다. 스타트업은 새로운 시장을 창조해야 한다. 기존의 시장에서는 적은 자원으로 대기업들과 경쟁하기 매우 어렵다. 모두 ‘자신만의 시장’을 만들어내서 독점해야 한다.

 

그러나 시장 환경의 변화는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지고  변화를 예측하는 일도 더 어려워지고 있다. 새로운 시장의 발견, 제품과 서비스의 혁신이 어디서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바로 그래서 스타트업은 극도의 불확실성에 직면한다. 스타트업이 열에 아홉은 망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따라서 대규모 마케팅, 마켓 리서치, 잘 짜인 계획을 기반으로 한 기존 경영 전략은 오늘날 스타트업이 마주하게 되는 현실에는 맞지 않다. 

 

이런 한계를 느낀 사람들은 ‘계획보다는 행동’, ‘Just do it’  마인드로 스타트업을 운영하기도 한다. Eric Ries는 이 또한 적절한 방법은 아니라고 비판한다. 많은 사람들은 스타트업은 열정적이고, 파괴적이고, 혁신적이라고 생각하는 반면 '절차', '관리', ‘시스템’을 생각하면 답답하고 비효율적인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제 아무리 열정적이고 아이디어 넘치는 스타트업이라도 성공하고 혁신을 일으키려면 반드시 제대로 된 프로세스와 시스템이 필요하다.  

 

기존의 경영 이론도 아니고, ‘Just do it’도 아닌, 스타트업에게 맞는 새로운 방법론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이 Eric ries가 주장하는 Lean startup이다. 

 

Delivery에서 Learning으로

린 스타트업은 목표와 성과를 정의하는 방식을 바꾼다. 많은 기업들은 고객들이 원한다고 생각하는 것을 열심히 만들어서 시장에 내놓는 것에 집중한다. 이 경우 눈에 보이는 아웃풋이 성과가 된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고객이 실제로 무엇을 원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기업가들은 고객들이 뭘 원하는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맞는 경우는 거의 없다. 모든 기업들이 수많은 실패와 시행착오를 거쳐서 결국 고객이 원하는 것을 만들어낸다.

 

Eric Ries도 IMVU라는 스타트업을 창업했을 때의 경험을 얘기한다. 6개월 동안 서비스의 품질을 위해서 밤을 지새운 뒤에 출시했지만 막상 그 서비스를 아무도 원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는 그 뒤에 고객들과 만나고 여러 가지 테스트를 지속하면서 어떤 부분이 잘못되었는지 찾아냈다. 하지만 이미 그 과정에서 아무도 원하지 않는 제품을 만드느라 너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낭비한 뒤였다.

 

어떻게 하면 이런 일을 다시 겪지 않을 수 있지 않을까? 그는 기업이 목표와 성과를 배움(Learning)으로 정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제품을 잘 만들어서 내놓는 것(Delivery)이 목표일 때는 최소한의 비용과 시간을 이용해서 제품을 만드는 것이 성과다. 

 

그러나 겸손한 마음으로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아는데 집중한다면, 고객의 행동과 심리, 맥락들을 하나하나 이해해가는 것이 성과다. 최소한의 비용과 시간으로 고객에 대해서 배우는 것이 성과가 된다.

고객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한 학습(Validated learning), 이것이 Lean startup의 지향점이다.

 

군살 빼기

Lean은 ‘군더더기 없는’이란 뜻이 있다. Lean startup의 원조 격인 Lean production은 도요타 자동차가 각 생산 프로세스에서 낭비를 모두 제거하는 데 집중했기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여졌다. 이와 마찬가지로 Lean startup도 서비스 개발에서 비효율을 최소화하려는 방법론이다.

 

그렇다면 Lean startup에서 비효율은 무엇인가? 목표를 재정의했으므로 비효율의 정의도 달라진다. 지금 하고 있는 것이 고객 니즈에 대해 배우는 데 도움이 되는가? 예스면 효율, 노라면 비효율이다. 여기서 가차 없는 판단이 이루어져야 한다. 고객 니즈에 대해 배우는 데 불필요한 모든 것들을 과감하게 없애야 한다.

 

고객, 시장이 원하는 것을 캐치하느냐 못하느냐가 스타트업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매출액, 사용자 수, 직원 수, 투자 유치 금액 등등은 성공의 본질이 아니다. 궁극적으로 고객이 원하는 것을 파악해 가치를 제공해야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를 만들 수 있다. Lean startup은 이 원칙에 입각해 핵심에 집중함으로써 군더더기를 모두 빼고 속도와 효율성을 얻는다.

 

Build-Measure-Learn

따라서 Lean startup을 구성하는 여러 방법론은 모두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한의 배움을 얻는 수단이다. 

 

이를 위해 Lean startup은 과학적 방법론(scientific method)을 빌려온다. 과학자들이 연구실에서 실험과 검증을 반복하듯이 비즈니스를 만들어나간다. Eric ries는 이 프로세스를 Build - measure - Learn loop라고 부른다.

B-M-L loop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3가지다.

 

첫 번째, 명확한 가설 수립 

모든 문제 해결 방법론들은 가설 기반 사고를 강조한다. 증명하고 싶은 가설이 확실하게 정의되어 있어야만 실험을 구체적으로 설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명확한 가설 없이 곧장 데이터 수집을 하거나 분석을 진행할 경우에는 막상 결과를 얻더라도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알 수가 없다.

 

모든 비즈니스는 가설(가정)에서 시작한다. 스타트업도 증명되지 않은 수많은 가설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어떤 가설을 더 먼저 증명해야 할까? 가설의 우선순위는 가설의 impact와 가설의 risk에 따라 결정할 수 있다. 증명될 경우 비즈니스에 큰 영향(impact)을 줄 수 있는 것, 그리고 만약 그 가설이 아닐 경우 사업에 치명적인 위협(risk)이 될 수 있는 것부터 테스트해야 한다. 온라인 중고차 쇼핑몰을 시작한다고 생각해보면, ‘목표 고객들이 온라인에서 중고차 판매자를 신뢰한다’ 같은 가설이 예가 될 수 있겠다. 이는 비즈니스를 창출하기 위한 핵심적인 가정이며 만약 아닐 경우 사업에 큰 리스크가 된다.

 

Eric Ries는 초기 스타트업에게 중요한 가정은 가치 가설(Value hypothesis)과 성장 가설(Growth hypothesis)이라고 한다. 고객들에게 이 제품이 정말로 가치를 줄 수 있는가? 에 관한 가설이 가치 가설이고, 어떻게 새로운 고객들이 제품을 발견할 것인가? 에 관한 가설이 성장 가설이다. 

 

즉, 1) 고객에게 가치를 줄 수 있으며, 2)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검증된 가설이 새로운 사업을 창조하는 첫 번째 단계다. 저자는 단순히 이윤을 창출한다고 해서 가치 가설이나 성장 가설이 증명되었다고 보면 안 된다고 말한다. 이윤은 창출하고 있지만, 성장 가설이 현실과 맞지 않아 정체되어있다면 바로 방향 전환을 고민해야 한다. 

 

핵심 가설을 찾아내기 위해서 필요한 다음 질문을 해보는 것도 좋다. 

1) 고객이 우리가 해결하려는 문제를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가? 

2) 우리가 그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가? 

3)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다면 고객은 돈을 지불할 의사가 있는가? 

4) 그 고객이 우리를 선택할 이유가 있는가?

 

두 번째, Rapid prototyping

반드시 실제 제품(prototype)을 만들어서 테스트를 해야 한다. 왜 실제로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가? 그래야만 고객에게 정확한 피드백을 얻을 수 있다. 명확한 모델 없이 이런 이런 서비스라고 말로 설명해주더라도 고객들이 생각하는 디테일은 모두 다르다. 

 

또 고객들도 자신들이 실제로 어떻게 반응할지 잘 모른다. 실제 고객 조사를 해보면 ‘이런 이런 제품/서비스가 있는데 어떨 것 같습니까’하고 물어본 것과 간단하더라도 직접 프로토타입을 보여주면서 관찰한 고객의 행동은 아주 다르다. 

 

게다가 구체적으로 질문을 하게 되면 그 질문의 프레임이 고객의 대답을 결정할 수 있다. 어떤 방식으로 질문하느냐에 따라서 고객의 대답도 달라진다. 실제로 프로토타입을 만들어서 테스트를 하면 이런 문제를 피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미리 질문을 할 생각조차 해보지 못한 새로운 발견을 할 수도 있다.

 

프로토타이핑을 효과적으로 하려면 ’ 가설을 증명할 수 있는 정도’ 내에서 최대한 간단하게 만들어야 한다. 대부분 제품을 개발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만들어낸 것에 애정이 생기기 때문에 허접하게 보이는 제품을 내놓는 것을 잘 못한다고 한다. 하지만 프로토타이핑에서 가장 핵심은 속도와 효율이다. 목표는 테스트를 통한 배움이지 완벽한 제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Eric ries는 “어차피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면 우리도 ‘퀄리티’가 뭔지 모른다.”라고 말했다. 고객에 대해 알기 전에 퀄리티 따지지 말라는 뜻이다.

 

그래서 Lean startup은 Minium Viable Product를 강조한다.  MVP는 가설을 테스트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최소한의 기능을 가진 프로토타입을 말한다. MVP는 가설을 테스트할 수만 있다면 어떤 형태든 가능하다.

 

세 번째, 빠른 방향 전환

리더의 의사결정을 연구한 정재승 교수에 따르면, 뛰어난 리더는 모두 100% 확신에 집착하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한다. 이들은 70%-80%의 확신이 들면 결정을 내리고 대신 그 결정을 유연하게 바꾼다. <1.4킬로그램의 우주, 뇌>

 

스타트업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생각이 항상 틀릴 수 있음을 염두에 두고, 고객 데이터를 통해 현재 결정이 잘못되었음을 알았다면, 재빠르게 수정해야 한다. 

 

이 변화는 제품을 튜닝하는 수준의 작은 변화일 수도 있고, 제품의 방향 자체를 바꾸는 큰 변화일 수도 있다. 특히 전략을 완전히 바꿔야 하는 경우, 처음으로 돌아가서 다시 생각해야 하는데, 이를 피벗(Pivot)이라고 한다.

 

피벗은 사실 쉽지 않은 결정이다. 창업자들은 대부분 자신의 서비스에 대한 강한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Eric은 성공한 회사의 스토리를 보면 초기 아이디어가 대박 나서 탄탄대로로 성장했을 것 같지만 대부분은 중간에 피벗을 거쳤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얘기한다.

 

그리고 완전히 실패하지도 않았지만, 성장하지도 못하고 있는 좀비(Living dead) 상태가 가장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좀비(Living dead)란 고객들의 반응이 완전히 나쁘지도 않지만, 비즈니스가 성장할 만큼 충분하지도 않은 상태의 스타트업을 말하는데, 대부분 이 상태에서는 피벗을 망설인다. 하지만 데이터가 나아지지 않고 있다면,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를 만들어내기 위해서 피벗을 하는 것이 훨씬 낫다고 조언한다.

 

로켓과 자동차

여기까지 Lean startup의 핵심 특징을 알아보았다. 책에는 더 디테일한 내용들이 더 많이 있지만 이 글에서는 기본 원칙만 정리했다. Eric Ries도 "책에 소개된 세부적인 전술(Tactics)은 이해를 돕기 위한 것일 뿐 핵심은 아니다. 기업마다 나름대로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린 스타트업이 지향하는 원칙은 어떤 비즈니스를 하더라도 적용될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여태까지의 내용을 쉽게 정리해보자. 

비유하자면 Lean startup과 기존 경영 방법론의 차이는 자동차 운전과 로켓 발사의 차이다.

 

일반적인 경영 전략은 로켓 발사와 같다. 로켓 발사를 할 때는 목표 지점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아주 미세한 오차도 엄청난 실패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모든 과정을 철저하게 점검하고 통제한다. 일이 어떻게 이루 어져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있어야 한다. 

 

로켓은 한 번의 임팩트가 크다는 단점이 있지만, 주변 상황이 빠르게 바뀌는 상황에서는 거대한 비효율을 불러온다. 자본력이 충분하고 예측이 어느 정도 가능한 시장을 공략하는 기업들에게는 이 방법이 효과적일 수 있다.

Lean startup은 자동차 운전과 같다. 가는 목적지가 정확하지 않고, 주변 상황이 빠르게 바뀌기 때문이다. 자동차를 운전할 때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끊임없이 주변 환경, 도로 상황, 신호등을 보면서 끊임없이 미세 조정을 한다. 

 

Lean startup의 Build-measure-learn 루프가 바로 이런 과정이다. 그리고 길을 잘못 들면, 빠르게 핸들을 돌릴 수 있다. 그럼으로써 미지의 영역을 탐험하는 리스크를 최소화한다. 

 

완벽한 방법론은 없다

Lean startup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금융, 헬스케어 같은 산업군에서는 잘못된 결정이 고객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빠른 실험과 검증이 어렵기 때문이다. 확실히 몇몇 부분은 IT 이외의 분야에서는 적용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실제로 인턴 시절 금융 서비스를 기획하면서 Lean startup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점이 굉장히 많기 때문이다. 

 

Lean startup이 완벽한 방법론은 아니다. 그리고 기존의 경영 이론은 완전히 틀렸다는 말도 아니다. 다만 상황에 따라서 적절한 선택이 필요할 뿐이다. 그리고 Lean startup은  IT 스타트업 분야에서는 그 효과를 충분히 입증했다.

 

게다가, 사회 전체가 빠르게 디지털화되면서 거의 모든 산업이 IT와 결합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동시에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는 비용도 매우 낮아졌다. 그리고 점점 더 빠르게 낮아질 것이다. 

이에 따라서 Lean process로 무장한 스타트업들이 대부분의 산업을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Lean startup의 위상은 한동안 계속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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