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합격 후에 입사를 취소하는 입사지원자들을 막기 위한 방법으로 최소한 하루 이틀 내에 작성할 수 없도록 만들자는 게 핵심주장이었다. 그래서 평소 지원하기로 마음을 굳게 가졌던 사람이 아니라면 도저히 귀찮아서라도 지원하지 못하도록 입사지원서 항목을 까다롭게 만들었다는 게 내부 직원의 의견이었다.
어렵게 입사지원서를 작성하는 지원자들 입장에서는 이런 배경이 황당하기 그지없을 거다. 짧게는 2~3일에서 길게는 열흘 이상이나 고민하며 작성했고, 앞으로도 그래야 하니 마음도 상할 만하다. 하지만 관점을 조금만 바꿔서 인사 담당자 입장으로 생각해볼 필요도 있다.
회사나 직무에 대한 관심도 별로 없는 사람들이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지원했다고 하자. 그런데 이들 중 별로 입사하고 싶지도 않았는데 합격한 사람이 20~30%나 된다면? 장담하건대 이들은 짧게는 2~3개월에서 길게는 1~2년 사이에 상당수 퇴직한다.
실제로 신입 사원의 첫 직장 평균 근속 기간이 1년 3개월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조기에 퇴사한다면 기업은 1인당 최소3,000~4,000만 원에서 많게는 수억 원의 손실을 보게 된다. 채용한 직원에게 지급한 연봉뿐 아니라 그 사람을 채용하느라 들어간 비용, 교육하느라 들어간 비용, 업무를 위한 제반 지원 비용, 지원 부서의 인건비 등 부대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새로운 인재를 채용하려면 그만큼의 비용이 다시 발생하니 기회비용까지 잃어버리게 된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일부 기업들이 도저히 힘들고 귀찮아서 작성하기 어려울 정도로 입사지원서 항목을 많이 늘리는 이유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러니 입사 지원자가 며칠 고생하며 입사지원서를 작성하는 것에 대해 투덜거리고만 있을 일도 아닌 것이다.
그런 면에서 자신의 역량을 부각함과 동시에 누구보다 회사에 충성하며 오랫동안 일할 수 있는 인재라는 점도 자기소개서를 통해 드러내는 게 좋다. 다만 ‘시켜만 주세요!’라는 머슴 스타일의 매달림은 안 된다. 정말로 열정도 있고, 재능도 있고, 게다가 회사에 대한 열의도 강렬함을 입증해야 한다. 그걸 입증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단지 ‘열심히 하겠다’는 말보다는 ‘지원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지금까지 어떤 어떤 유관 경험과 학습을 해오면서 어떤 역량을 쌓았고, 그걸 바탕으로 앞으로 어떤 부서에서 어떤 직무를 맡아 어떤 성과를 내고 싶다’는 식으로, 보다 구체적으로 의지를 전달해야 한다. 그렇지 못한 지원자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다.
입사지원서에 기재할 항목이 많다고 해서 불필요한 질문이 연속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 자세히 읽어보면 제대로 내용을 채우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그만큼 기업은 그 질문 속에서 지원자의 열정과 재능을 파악하고자 하는 것이다. 기업 나름대로 몸부림치며 새로운 질문들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넘치는 스펙 속에 숨은 인재를 찾기 위한 인사 담당자들의 노력도 그만큼 치열하다.
따라서 기업에서 요구하는 입사지원서 질문 항목을 억지로 대답해야 하는 사항으로만 바라보지 말고 조금만 더 긍정적으로 바라보자. 그러면 인사 담당자들의 질문 속에서 자신을 탐색하며 강점을 발견하고, 과거를 통해 미래를 설계해나는 데도 도움을 얻을 것이다.
입사지원서 항목을
의무감으로만 채우려 하지 마라.
좀 더 즐거운 마음으로
인사 담당자의 마음을 읽으려 노력해보자.
더 멋진 당신을 만날 수도 있다.
- 출처: <따뜻한 독설>
출처: https://careernote.co.kr/2636 [정철상의 커리어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