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가 바꾼 싱가포르 외국인 노동자 일상 ① feat. 정리해고가 있나요?
"너 사스 알아? 그때 되게 무서웠는데."
"응. 알아. 그런데 한국에서는 3명 정도 걸리고 잘 넘어갔었어."
"그렇구나. 그때 싱가포르 굉장히 심각했었거든? 그런데 요즘 내가 느끼는 게 그때보다 코로나 19가 더 심각한 것 같아. 그때보다 더 무서워."
2003년 당시 사스가 아시아를 덮쳤을 때 한국은 정말 대처를 잘했다. 잘 넘어갔기에 오히려 그에 대한 기억이 없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물론 나는 그때 학생이었으니 더 그랬다. 사스 당시 싱가포르에서는 사망자도 나오는 등 한국에 비해 굉장히 심각했다. 싱가포리안 중에는 사스의 기억을 트라우마 수준으로 가지고 있는 사람도 괘 있다.(메르스에 대해 한국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기억과 비슷하려나..?) 국가 경보 레벨이라고 할 수 있는 DORSCON (Green-Yellow-Orange-Red로 이뤄져 있으며, Red가 가장 심각한 상황.)이 지난 2월 'Orange'가 되었을 때 사람들은 마트로 진격했다. 빵을 사러 갔다가 마트 밖까지 이어진 긴 줄을 보고 충격받았던 기억이 있다. 그 이후로 총리가 새로운 발표를 할 때마다 혹은 발표가 있을 거라는 말이 나올 때마다 모든 온오프라인 마트는 사람들로 넘친다. 요즘 온라인으로 장 보는 건 거의 포기 상태.
지난 일요일 총선 국외부재자 투표를 하고 왔다. 대사관 건물 입구에는 이제 일상과도 같은 발열 체크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체크 후에는 오늘 날짜가 적힌 스티커와 함께 손 소독제 대신 위생 장갑을 받았다. 위생장갑이라니! 정말 기발했다. 사람들 사이 항상 1m 이상의 간격을 유지하도록 만들어 놓은 노란 선에서 내 차례를 기다렸다. 투표가 끝난 후 건물을 나올 때 위생장갑을 벗었다. 이렇게 부재자 투표를 무사히 마침.
정리해고 계획이 있나요?
한 달 전에 전사 차원에서 webcast를 했다. 코로나 19와 관련한 회사의 대처와 앞으로의 방향에 대한 이야기였다. 프레젠테이션이 끝나고 Q&A 시간이 되었다.
“정리해고 계획이 있나요?
'뭐 저런 걸 물어보지? 여기는 여행사도 아니잖아?'
일시적 해고, 권고사직, 정리해고.. 사실 요즘 같은 때 어디에서든 심심찮게 등장하는 단어다. 하지만 내가 일하는 곳은 정말 감사하게도 경기를 잘 타지 않으며, 오히려 이런 시기에 더 필요할 수도 있는 업종으로 볼 수도 있기에 그 질문이 잘 와 닿지가 않았다.
"이 질문은 미국지사에서 나온 질문입니다."
그 한 마디에 내 의문이 해소됐다. 안 그래도 해고가 쉬운 미국인데 요즘 같은 때라면? 아마도 그의 친구, 가족들 중 해고를 당한 사람이 있을지도 몰랐다. 내가 있는 자리가 안전하다고 생각해도 정리해고를 연일 말하는 뉴스를 본다면 불안감이 스멀스멀 올라올지도 몰랐다. 실제로 미국의 실업률이 가파르게 오르고 실업수당을 요청 건수도 현저히 올라가는 중이란다. 싱가포르에서도 실업수당을 좀 더 늘리고, 모든 성인(당연히 로컬만 해당)에게 600불을 지급하는 등의 지원하는 등의 정책을 실시하는 중이다.
https://time.com/5814350/jobless-layoffs-us-coronavirus/
The job cuts are mounting as businesses close across the world
time.com
특히나 타격이 큰 업종이긴 하지만, 여행사에서 일하는 친구는 할 일이 없어졌다고 했다.(특히 한국 여행사는 지난해 No Japan운동부터 계속 타격을 받아오던 중.) 승무원 친구는 평소보다 일이 80% 줄었다고 했다. 그 와중에도 잘 버텨오던 그는 어제 있었던 미팅에서 앞으로 1년 동안의 암울한 전망을 들은 후 슬슬 다른 길을 생각하고 있었다. 도산 위기, 구조 조정.. 요즘 들어 자주 신문에 등장하는 단어가 되었다.
아무튼 회사에서는 코로나 19로 인한 정리해고는 절대 없을 거라고 못 박았다. 그동안 일로는 내게 직접적으로 와 닿는 문제는 없었지만, 오늘 공급사 한 곳이 정리해고를 하는 바람에 자재 공급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1월에 중국 공장이 문을 닫아 국내 자동차 생산에 문제가 있었다는 뉴스가 남 일이 아니게 됐다.
일상이 되어가고 있는 재택근무
재택근무를 한 지 두 달이 넘어가고 있다. 처음 재택근무를 시작할 때만 해도 4월 30일까지라는 기한이 있었지만 상황이 점점 악화되며 4월 30일은 ‘무기한으로’ 바뀌었다. 물론 나는 재택근무가 더 좋다. ^^ 아침에 지하철에서 뭔가를 하는 것보다 일어나자마자 침대에서 책을 보든 글을 쓰든, 나만의 프로젝트를 하는 일로 시간을 알차게 쓸 수 있어 정말 좋다. 꽉 막힌 사무실보다 집 창문 밖에서 들려오는 새소리를 들으며 일하는 것도 좋다.
하지만 이곳에 취직하기 전 집, 카페 등 어디서나 일할 수 있었던 그 상태와 달리 지금의 재택근무에 점점 답답해지기 시작한다. 거실의 테이블은 책상이 되어버렸다. 집에서 뭘 해 먹는 시간도 길어지니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시간이 거실이 되는 중이다. 점심에 뭘 먹을지도 갑자기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한 달 전부터는 미루고 미루다 재택근무 행렬에 동참한 남편까지 합세해 거실은 말 그대로 사무실이 되고 점점 난장판이 되어갔다. 남편은 이제 동료가 되어 간다. (실제로 ERP 팁을 알려주기도 한다.) 평일 오전이지만 아이 우는 소리, 피아노 치는 소리가 밖에서 들려온다.
"가족과의 시간을 늘려요!"
캠페인이 많았지만 이런 식으로 가족과의 시간이 늘어날 줄이야.
https://brunch.co.kr/@swimmingstar/229
해외취업을 생각하고 계신 20대를 위해 | 한국에서 나는 그저 그런 스펙을 쌓은 뒤, 지방 사립대의 인문대를 졸업했다. 그리고 몇 개월간의 대기업 인턴과 다시 몇 개월간의 백수 생활을 거쳐 지방의 중소기업에 정규직으로 취직했다. 그 중소기업은 외국계 기업이긴 했지만, 한국에 진출한 기업들이 으레 그렇듯 지극히 한국적인 곳이었다. 그곳에서 1년반쯤 일하다 싱가포르로 넘어갔고, 거기서 다시 4년간 일했
brunch.co.kr/@swimmingstar/229
오랜만에 다음 메인 화면에 걸렸어요. :) 좋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