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가 바꾼 싱가포르 외국인 노동자 일상 ②
싱가포르가 다시 위험해지나..?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 초반에는 약간 기분이 상할 정도로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어디를 갔다 왔냐 갈 계획이 있냐 등을 많이 물어보고 조사했다.
'바이러스가 뭐 국적을 따지는 줄 아나? 우리한테 왜 이래?'
그리고 그 질문에 짜증이 좀 많이 났다. 지난해 말부터 어디 나간 적도 없고, 언제 나갈 수 있을까 모르는데. 그 질문이 귀찮기도 억울하기도 했다.
"너 지금 나가면 비자 취소될 수도 있어."
내 휴가 계획은 당연히 무산됐다. 실제로 자신의 중국 여행 기록을 숨기거나 자가격리 지침을 어긴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비자 취소 사례가 몇몇 있었다. 영주권자라도 위태롭다. 그리고 그런 일이 발생한 기업에는 추후에 비자 신청 시 불이익이 있을 수도 있다고도 했다.
그게 2월이었다. 그리고 지금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는 듯 보이다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중국을 제외한) 고국에 다녀온 사람, 아시아가 아닌 곳에 여행을 다녀왔던 사람들이 돌아오고, 뒤를 이어 지역사회 감염이 시작됐다. 요즘은 어디에서 감염되었는지 알 수 없는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다. 재택근무는 기약 없이 계속되고 있다.
요즘 들어 매일 몇 백 명씩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이 글을 쓰는 현재 오늘 하루 확진자만 900명 이상.. ㄷㄷㄷ) 대부분 3D 업종에 종사하는 (대부분 인도, 방글라데시 등 개발도상국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들이 사는 도미토리 하우스에서 나오는 중이다. 배낭여행에서 후지고 사람 많고 삐그덕 소리가 나는 이층 침대가 있고, 방 안에 화장실이 없는 게스트하우스에서 지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도미토리 하우스를 쉽게 상상할 수 있다. 물론 이 도미토리 하우스는 그런 게스트하우스보다 더 좁고 더 많은 사람들이 지내고 있을 거다. 바이러스는 사람을 따지지 않을지언정 사람이 사는 곳은 따지나 보다. 재난이 일어날 때 취약계층이 가장 먼저, 많은 타격을 입는다는 전형적인 장면이 바로 여기 있다. 지금까지 싱가포르 정부는 1m 이상 서로 떨어져 지내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말해왔다. 그리고 마스크는 아픈 사람만 써라고 했다.
"작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어떻게 1m 넘게 떨어지는 게 가능해? 그런 도미토리 하우스에 어떻게 서로 1m 떨어져 사는 게 가능하지? 사람들이 진짜로 어떻게 사는지 모르고 말도 안 되는 소리만 하네."
요즘 여기는 불평불만이 넘쳐난다.
의식의 흐름에 따른 주제와 벗어난 이야기 주의구간
이런 일을 볼 때면 우리가 같은 땅에 살고 있다는 게 가끔 환상 같다. 싱가포르에 살던 초반 몇 달간 이런 곳보다 낫다고 할 수 있는 호스텔에서 지낸 적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나는 운이 좋아서, 좋은 국적을 가지고 태어나서, 그들보다 많은 돈을 받으며 안전한 곳에서 살고 있다. 이렇게 살다 보면 그런 곳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서서히 잊는다. 아마 모르고 사는 사람들도 있을 거다. 마치 다른 세계처럼. 도미토리에서 사는 사람들은 그나마 나을지도 모른다.
예전에 살던 집 근처의 공사 현장에서는 밤이 되면 항상 빨랫줄이 올라왔다. 창문도 문도 없이 이제 외벽만 쌓아 올린 곳에 밤마다 불이 켜졌고,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이야기하고 놀고 있었다. 그들이 낮에는 그 건물을 짓고 밤에는 그곳에서 잔다는 걸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이것도 사계절 여름이라 가능하다.
-_-)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저런 데서 자게 할까. 그 날 처음으로 내가 그렇게 오고 싶어 했던 이 싱가포르에 역겨움을 느꼈다.
"저기 xx로드에 새로 짓고 있는 집 알지? 거기 Worker들이 살고 있어. 웬만하면 그쪽으로 가지 마. 위험해~"
'?? 그 사람들은 나한테 아무것도 안 했는데?'
집주인은 내 생각한다고 그 말을 했지만, 참 씁쓸했다. 물론 정부에서는 건설 업체에게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도미토리를 제공하라고 하며 이를 어기는 사업자들에게 벌금을 왕창 때린다. 그리고 저런 비양심적인 사람들도 분명 적을 거다. 내가 씁쓸했던 건 그런 법을 만들어야 할 정도로 다른 사람에 대한 의식, 예의가 없다는 점이었다. 생존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의식주의 '주'아닌가? 돈만 아끼면 장땡이다, 이거?
아무튼 이런 글로벌 시대에 모든 나라가 다 마찬가지겠지만 싱가포르는 참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도 마찬가지긴 하지만) 나라가 작지만 인구 밀도는 높다. 게다가 외국인과의 교류로 주로 먹고사는 나라니 수많은 사람이 들락거린다.
점심시간에 요가하러 갈 수 있다니!
집의 테이블이 사무실 책상보다 불편한지 목이 걸려왔다.
“요가 스튜디오에 목, 어깨 수업이 있었지!”
대박. 재택근무를 하니 점심시간에 요가를 하러 갈 수 있었다. 게다가 시간이 시간이니만큼 사람도 많이 없다. 일주일에 한 번씩 갔더니 한동안 뻐근했던 목과 어깨가 풀렸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요가 스튜디오에서는 한 클래스 안의 인원을 줄여 나갔다. 하지만 싱가포르 내 확진자 수가 매일 가파르게 상승하는 걸 보던 요가 스튜디오는 5월 초까지 문을 열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나마 한 군데 있었던 갈 곳이 사라졌다.
그러던 중 정부는 3월 말부터 4월 30일까지 싱가포르의 공연장, 영화관, 펍, 클럽 등의 운영을 금지시켰다. 음식을 함께 파는 곳은 몰라도 술만 파는 곳은 다 문을 닫는단다. 그런데 집 근처 펍은 매일 문 열던데? 아마 클락키 같은 곳의 문을 다 닫을까? 생전 처음으로 밤이 조용한 클락키를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역시나 마케팅을 잘하는 클럽들은 영업 중지에 들어가기 전날 작별 파티 Farewell party를 열었다고 한다. https://www.channelnewsasia.com/news/singapore/covid-19-clubs-promotions-farewell-parties-call-off-closures-12574446
SINGAPORE: Some clubs which had planned to hold promotional events on the night before their venues are slated to close have decided against such ...
www.channelnewsasia.com
"이렇게 아무 곳도 가지 못하는 요즘, 호캉스 어때요? 우리는 스파, 뷔페 무료!!!!"
호텔은 또 얼마나 힘들까! 호캉스 프로모션 관련한 기사도 유독 많이 띄었다.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Marina Bay Sands 호텔의 하룻밤 가격도 이런 가격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낮아졌다. 하지만 그것도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③편으로 이어집니다. ③편은 진짜 끝!
https://brunch.co.kr/@swimmingstar/339
feat. 정리해고가 있나요? | "너 사스 알아? 그때 되게 무서웠는데." "응. 알아. 그런데 한국에서는 3명 정도 걸리고 잘 넘어갔었어." "그렇구나. 그때 싱가포르 굉장히 심각했었거든? 그런데 요즘 내가 느끼는 게 그때보다 코로나 19가 더 심각한 것 같아. 그때보다 더 무서워." 2003년 당시 사스가 아시아를 덮쳤을 때 한국은 정말 대처를 잘했다. 잘 넘어갔기에 오히려 그에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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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보는 프로그램인 '요즘 책방: 책 읽어드립니다.'입니다. 얼마 전 전염병을 주제로 한 소설인 '페스트'가 나와서 정말 재미있게 봤어요. 설민석 쌤의 강독 풀버전이 유튜브에 풀렸네요. 요즘 같을 때 흥미롭게 볼 수 있을 거예요. 강독 풀버전도 좋지만 게스트들의 이야기도 정말 재미있고 유익해서 페스트 회차의 풀버전도 추천해요!
https://www.youtube.com/watch?v=9f4cEDyCb_E&t=674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