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상해로 갈 생각을 하고 상해에 있는 회사와 면접을 본 적이 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난 스탑오버를 위해 상해 푸동 공항에서 시간을 때우던 걸 빼면 중국에 간 적이 한 번도 없다. 그러고 보니 작년에는 미국에 가지 않고 미국에 있는 회사와 면접을 봤다.
나는 어떻게 면접을 봤을까? 회사에서는 감사하게도 내가 상해에 없다는 이유로 면접 기회를 주지 않거나, '니가 상해에 오게 되면 나한테 연락해 줘' 따위의 희망고문을 하지 않았다. 대신 스카이프 ID를 물어봤다.
시차를 확인하고, 면접 시간 30분 전 랩탑을 켰다. 카메라를 켜고는 어디에 어떻게 앉아야 빛을 적당히 받아 예쁘게 나올까 궁리했다. 오랜만에 하두리(기억하시는 분?)로 놀던 때가 떠올랐다.(아 옛날이여ㅋㅋ) 좋은 위치를 찾다 보니 의자에 한 쪽다리를 접어서 걸터앉아 버리게 됐지만, 괜찮아 보인다.
'근데 왜 이렇게 허전하지? 뭘 잊어버렸나?......... 오 마이 갓. 화장!'
아무리 집 거실에서 하는 면접이라도 그렇지 어떻게 화장을 까먹고 있었을까? 옷은 면접용으로 쫙 차려입고서는 말이다. 부랴부랴 화장을 하고 예상 질문과 답변이 될 키워드를 다시 봤다. 어차피 못 외우는 스크립트는 만들지 않았다. 대신 몇몇 중요한 키워드만 기억하려 애썼다. 그중 몇 개의 단어가 입에 달라붙지 않았다. 랩탑 너머 벽에 포스트잇으로 입에 달라붙지 않은 단어를 붙여두었다. 일종의 커닝 페이퍼? 화상면접을 보니 이런 점이 좋았다.
면접 시간 5분 전에 스카이프에 접속했다. 약속 시간에서 2분이 지났다. 살짝 불안해져서 내가 먼저 전화를 걸까 하려는 찰나, 스카이프의 통화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기분 좋은 긴장감을 안고 전화를 받았다.
해외취업을 생각하시는 분들이라면 화상면접이나 전화면접이란 개념을 알고 있는 게 좋다. 비슷한 두 지원자라면 당연히 우리나라에 올 지 안 올지 모를 외국에 거주 중인 사람보다는 현지에 있는 사람을 선호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하지만 아직 타국에 있더라도 충분히 관심이 가는 지원자라면 화상면접을 먼저 진행하는 경우가 제법 있다.(인사 담당자와 대화를 나누는 분위기에 따라서 지원자가 먼저 화상면접을 제안해 볼 수도 있다.) 화상면접이라고 해서 보통 면접과 다른 점은 없다. 다만 화상면접을 하는 공간이 (주로) 집이다 보니 적당한 긴장을 유지하는 게 좋다.
글로벌 기업 같은 경우에는 본사와도 면접을 하다 보니 화상 면접을 하는 경우가 더 많다. 얼마 전 친구가 트위터에서 면접을 봤다. 싱가포르에서 일하는 포지션이었음에도 불구하고 3차 면접부터는 싱가포르에서 일하는 포지션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에 있는 팀과 화상면접을 했단다.(무려 7차 면접까지 봤다고 함. 참고로 그 팀의 팀원 모두와 면접을 봤단다.) 특히 본사가 미국이나 유럽에 있는 경우라면 시차 때문에 이른 아침이나 한밤중에 면접을 보게 되는 경우도 많다. 그러다 보니 밤 11시에 가출하려는 정신을 붙잡고 모니터 앞에서 환한 미소를 짓고 있어야 할 때가 있다.
앞서 말했던 상해에 있던 회사와 면접 볼 때는 시차가 1시간밖에 차이 나지 않아 별 문제없었지만, 미국에 있는 회사와 면접 볼 때는 사정이 달랐다. 우리는 서로의 시간을 맞추기 위해 조금씩 배려하여 나는 저녁 여덟 시 반, 그쪽은 아침 여덟 시 반에 면접을 진행했다. 아무튼 이런 화상면접은 그 나라로 이주 혹은 면접(겸 여행 겸 동향 파악)을 보러 가기 전에 회사와 지원자 모두의 시간과 자원을 아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또한 (아직 한국에선 먼 이야기지만) 원격 근무라는 것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시대에 화상/전화 면접은 먼 곳에 살지만 좋은 인재를 채용할 수 있는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한다.
떨어졌지만 이쯤에서 공유해 보는 나의 첫 화상면접 이야기
나와 이메일을 주고받던 사람은 인사팀의 Mia라는, 여성으로 짐작되는 사람이었는데 오늘 내가 마주한 사람은 Andrew라고 하는 중국인 남자였다. 목소리도 분위기도 굉장히 차분해서 나도 덩달아 차분해졌다.
면접을 보기 전 이미 이메일로 업무와 관련된 테스트를 한 상태였기에 내가 실제로 어떤 콘텐츠를 다루고 무슨 일을 하는지에 대해 서로 알고 있다는 전제 하에 면접이 진행되었다.
"이전에 하시던 일이랑 좀 다른데... 매일 글을 보고 그걸 번역하거나, 우리 서비스와 다른 경쟁사들과의 서비스를 비교하고 분석하는 게 주된 일이 될 거예요. 그러다 보니 컴퓨터만 보며 앉아 있을 일이 많을 텐데 하다 보면 분명 지겨울 수 있을 거예요. 이 부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요? 지겨움을 잘 극복할 수 있겠어요?"
"본인이 끝낸 결과물에 대해 팀의 동료나 상사가 잘못된 부분이라며 지적을 해요. 근데 본인이 생각하기에 틀린 것 같지는 않아요. 이럴 때 어떻게 할 거예요?"
"상해에 와서 오래 있을 예정이에요? 계획이 어떻게 되나요?"
"왜 우리 회사에 지원했나요?"
"우리 회사 서비스 이용해 본 적 있나요?"
"혹시 중국어를 할 수 있나요?"
그가 가끔 농담을 할 때, 내가 재미있어하는 감정이 모니터 너머까지 전해지는지 조금 궁금했다. 아무리 나의 의견과 생각을 다 말한다고 해도 화면 너머의, 몇 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그에게 전달이 될지도 역시 궁금했다. 면접이 서서히 끝나가고 있었다.
"혹시 궁금한 거 있어요?"
"저는 이 업계가 전망이 좋다고 보는데, 직접 일하시는 입장에서 이 업계의 전망이나 일하는 것을 어떻게 보시나요?"
"이 포지션에서 일 잘 하는 사람들에게는 어떤 강점이 있나요?"
"참, 다음 채용 프로세스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하다 보니 난 3가지 질문을 해 버렸다. 좀 많은 느낌은 들었지만, 순수한 마음으로 정말 궁금했던 것들이었다. 면접은 예상대로 30분 정도 걸렸다. 화상면접이 처음이라 그런지 평소보다 긴장을 많이 했나 보다. 면접이 끝나고, 배가 고픈 나는 고기가 급 당겼다.
1. "바지도 입어."
내가 곧 화상면접을 볼 거라고 하니 내 친구가 제일 먼저 한 이야기다. 실제로 자신의 친구가 화상면접을 준비하면서 깨끗하게 샤워하고 면도하고, 멋있게 슈트를 입었건만 정작 아래엔 팬티 하나만 달랑 입고 있었단다. 면접이 끝날 때쯤 면접관이 갑자기 일어설 수 있겠냐고 물어봤고... 그다음은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다.
2. 커닝이 가능할까?
어떤 면접관은 손바닥을 보여달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손바닥에 단어를 적어두고 커닝하는 사람들도 있는가 보다. 전화면접이라면 또 모를까 화상면접이라면 손바닥을 펴서 무언가를 읽는 게 다 보일 텐데 그게 일어나는 일인가 싶지만, 그러려니 하자.
화상면접에서 모든 답변을 줄줄 읽는 건 너무 티 나겠지만 카메라 너머 잘 보이는 곳에 자신이 꼭 어필하고 싶은 내용에 대한 키워드를 몇 가지 붙여놓는 것은 어떨까 싶다.
3. "다시 한 번 말씀해 주시겠어요?"
꼭 화상면접이 아니더라도 이야기하는 중에 잘 못 알아들었거나 이해가 안 된다면 꼭 말하자. 특히 전화든 스카이프든 어떤 매체를 통하면 연결 상태에 따라 음질이 더 안 좋을 때도 있는데, 괜히 나중에 음질 탓하지 말자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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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흙수저인 내가 해외취업을? ①
2. 흙수저인 내가 해외취업을? ②
3. 그래도 싱가포르라 다행이야. (많고 많은 나라 중에 싱가포르라서 좋은 점)
4. 내가 생각하는 싱가포르 취업의 장점①
5. 내가 생각하는 싱가포르 취업의 장점②
6. 싱가포르 취업 시 감당해야 할 것들
7. 싱가포르 취업 전 알면 좋을 것들
8. 싱가포르 취업을 위한 구직 사이트 총정리
9. 문과생 신입이 주로 취직하는 분야는?
10. 막간 링크드인 활용법
11. 외국 채용공고를 보고 기죽지 말아요.
12. 레주메는 누가 어떻게 검토할까?
13. 면접 - Two way out
14. 나의 첫 화상면접 이야기
15. 외국 회사에서 살아남기
16. 외국 회사 풍경
17. 영어로 이메일 쓰기 - 이것만 알고 있자.
18. 인터뷰 - 싱가포르에 사는 그의 이야기 ①
19. 인터뷰 - 싱가포르에 사는 그녀의 이야기 ②
20. 소소한 싱가포르 생활기
21. 친구는 어찌 만들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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