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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고인이 된 스티브 잡스 Steve Jobs의 한 사진이 국내에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스티브 잡스 Steve Jobs


2010년 아이패드가 발매되는 날 미국 팔로 알토 Palo Alto에 있는 애플 스토어에 들렀다 포착된 스티브 잡스. 찢어진 청바지에 후드티를 입고 혼자 나오는 모습에서 쿨함이 그냥 뚝뚝 묻어 나왔다. 한국 대기업의 회장이 매장을 방문할 때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와 비교하는 사진이 한참 나돌았었다.



이세돌과 구글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



최근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에서 이세돌이 승을 거뒀을 때 화제가 된 또 하나의 사진이다. 구글 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이 수수하게 차려입고 겸손한 자세로 이세돌의 손을 맞잡은 사진이다. 만약 국내 대기업에서 유사한 이벤트를 열고 시상을 하면 어떤 모습이었을까?


흔히 의전이라고 얘기를 많이 한다. 사전을 찾아보면 ceremony, formality, etiquette 등으로 표현된다. 원래 뜻은 공적인 행사에서 행사를 치르는 법식인데 다르게 쓰인다.
"의저 챙겼어?" "걔 의전 참 잘해"
공직에 있는 사람이나 대기업 임원 심지어 이제는 부장 팀장이 참석하는 행사에도 의전을 따지는 모습을 흔히 본다.



아주 오래전에 국내 대기업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했을 때다. 몇 개월의 교육과 수습 기간을 거쳐 기획팀에 발령을 받았다. 기획팀 하면 뭔가 드라마에 나오는 것처럼 멋지게 차려입고 프레젠테이션하면서 회사의 존망을 결정지을 줄 알았다......


첫 번째 맡은 임무는 임원들의 회의에서 OHP를 넘기는 거였다. (아직 PPT로 발표하는 게 정착이 안 되었을 때다. 컴퓨터와 MS 오피스는 있었다. 무슨 석기시대 사람처럼 보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뭐, 신입사원이 그런 업무를 맡을 수는 있다. 그런데 내가 그 업무를 맡게 되자 바로 윗 사수였던 과장님이 내게 한 말,
"너무 빨리 크는 거 아냐?"
마시고 있던 자판기 커피를 풉 하고 뱉을 뻔했다.
뒤이어, "저번에 이거 맡았던 과장은 너무 긴장해서 손을 떠느라 제대로 OHP를 못 넘겼어. 결국 딴 데로 발령 났다, 잘해."

결국 커피를 뿜었다.




한국은 의전 때문에 안돼~ 경쟁력 떨어져하는 말들도 참 많은데 그럼 한국만 그런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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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도 기업의 크기와 산업에 따라서 분위기가 달라지듯이 외국 글로벌 회사도 어느 나라가 본사인지, 업종은 무엇인지에 따라 많이 다르다. 요즘 많이 회자되고 흔히 말하는 글로벌 IT 회사 중심으로 한정지어서 얘기한다면,


우선 결론적으로 의전이라고 부르는 형태는 분명히 존재한다.
2년 전에 내 외국인 보스는 나이도 많고 정말 경력이 오래된 분이었다. 전 세계를 다니며 조언과 컨설팅을 하던 분이었다. 그분이 한국에 방문을 할 때면 이런 스케줄을 만들어 준비를 하곤 했다.



흔히 Itinerary라고 부르는 여정표다. 공항에 도착해서 호텔까지 픽업할 차량과 운전사부터 30분 단위로 미팅 등의 일정이 빼곡히 적혀있다. 이렇게 보면 아, 외국 회사들도 의전 엄청 챙기는구나 하고 생각할 수도 있다.
굉장히 높은 글로벌 CEO 같은 경우 의전이 있기도 하다. 한 유명한 글로벌 IT 회사의 창립자이자 회장은 덩치 크고 선글라스 낀 고릴라 같은 보디가드 2명을 항상 대동하고 다닌다고 한다.

그 정도는 아니지만 의전을 챙기지 않는 회사라도 글로벌 차원의 임원들에게는 비서가 있어서 세계 어느 나라를 가더라도 대동하고 아닌다. 다만 그 비서는 잡무가 아니라 정말로 일을 챙기는 비서다. 해야 할 미팅의 내용을 챙기고, 미팅이 끝나면 해야 할 일을 정리해서 실제로 그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끝까지 챙긴다.



핵심 업무 (Core Competency) 가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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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이런 의전에 가까운 일들은 굉장히 소수이고 철저하게 업무 위주다. 미팅을 챙기고 (Arrange), 이동 수단을 마련하고 (Logistics), 있을 장소를 수배해주는 (Venue) 업무 지원 즉, 그 사람이 와 있는 동안 최대한 효율적으로 업무를 하고 비즈니스에 도움이 되도록 만든다. 흔히 우리나라에 의전이라고 할 때 대접이라는 의미가 강하게 느껴지는데 그런 의미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특히 CEO나 글로벌의 소수 고위 임원이 아닌 이상 이 정도의 의전도 거의 챙기지 않는다. 자신의 일은 자신이 챙기는 것이 일반적이고 당연하다. 특히 미리 선발대로 가서 자리 봐놓고, 동선 체크하고, 앉을자리 정하고 이런 형태의 의전은 없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나 구글의 세르게이 브린의 옷차림과 행동은 외국 시각으로 봐서는 이상할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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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의를 갖추고 대접하는 것은 참 좋은 일이다. 실제로 외국에서 온 보스를 국내 기업 임원과 만나는 자리를 만들었을 때 그쪽에서 극진한 의전을 해주자 참 기분 좋아하는 보스를 보기도 했다. 사람 사이의 관계인데 잘해주면 왜 안 좋을까. 그 대접이 본질을 벗어날 때가 문제다. 권위와 권력의 상징이자 혜택이 돼버리고 필요 이상의 손길이 가게 된다.



요즘 핵심 경쟁력 (Core Competencty)이라는 단어를 안 쓰는 글로벌 회사가 없다. 불필요한 잡무나 관리를 위한 관리에 쓰이는 노력과 시간을 비즈니스에 진짜 도움되는 일에 쓰라는 거다.
일만 해도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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