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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할 때 보는 건 회사 자체지만 퇴사를 결심하게 하는 건 사람이라고 하던가.

일반적인 회사원이라면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의 동료들이 그만큼 중요할 거다. 특히 자신의 연봉, 고과 그리고 승진까지 말 그대로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다고도 할 수 있는 매니저라면 더욱 그렇다.

 

매니저와 잘 맞으면 너무나 든든한 우군이 된다. 아 , 그렇다고 모든 면에서 잘 맞을 걸 기대하는 사람은 없을 거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가족과도 항상 모든 면에서 맞을 수는 없다. 하물며 일 관계로 만난 직장 동료와 모두 맞을 걸 기대하는 건 과한 욕심. 적어도 일을 제대로 리드하고 자신을 인정해주는 매니저를 만날 수 있기만 해도 큰 복이다. 전생에 매우 큰 덕을 쌓았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현실은 대부분 자신을 매우 괴롭히거나 혹은 극도로 무능력한 매니저를 만나는 것일까? 당장 브런치나 각종 SNS만 해도 상사에 대한 불만으로 넘쳐나는 걸 볼 수 있다.

 

거꾸로 매니저에게도 팀원은 너무나 중요하면서도 스트레스를 받게 하는 존재. 의외로 자신이 관리하는 팀원들 때문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 매니저들이 많다. 물론 팀원을 사람이 아니라 자신이  성공하기 위해 이용해야 할 리소스로 생각하는 또라이들은 제외하고.

 

여기 매니저를 화나게 혹은 슬프게 만드는 방법을 소개한다. 중요한 건 이 방법들은 회사에서 객관화나 정량화가 되기 힘들다는 것이다. 즉, 보스가 열은 받되 객관적으로 Fact로 하기 쉽지 않은 내용들. 당장 불이익을 받지는 않겠지만 점차로 보스가 자신을 싫어하게 만드는 방법들이다.

 

글로벌 회사에서는 reporting 즉, 보고라는 말로 조직을 표현한다.  direct report 직접 보고자는 자신이 관리하는 직원을 뜻한다. 
예) How many direct reports do you have?라고 물으면 직접 관리하는 팀원이 몇몇이냐는 뜻이다.

1. 적절한 얼굴 표정과 태도를 유지하라

보스에게 직접적으로 싫은 표정을 짓고 대놓고 반발하는 것은 아마추어나 하는 짓이다.

몇 년 전에 새로운 팀을 맡았을 때다. 팀에 나보다 나이가 3살 많은 팀원이 있었다. 보아하니 나이 적은 내가 팀장이 된 게 탐탁지 않는 눈치였다. 이해가 충분히 갔다. 존중하려 했다. 하지만 팀장으로서 할 일은 해야 했다. 하루는 업무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회의실에서 1:1 미팅을 갖자 했다.

"왜요? 무슨 일이신데요? 저랑 별로 할 얘기가 없으실 텐데?" 떨떠름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런 식으로 명백히 누가 봐도 잘못하는 행동을 보이는 건 실수다. 그 날 나는 공식적으로 그 사람을 비난할 수 있었다.  노골적으로 싫음을 표현하지 말 것.

매니저를 제일 열 받게 하는 건 관심 없는 태도다. 새로운 일을 얘기하는 매니저에게 긍정하거나 반대의 의견을 표하면 그는 매니저가 원하는 바다. 말하는 화자에게 집중하되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표정은 좋다. 매니저는 답답해 죽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기에 대놓고 뭐라 할 수 없다. 너무 무관심한 표정도 곤란하다. 매니저가 화를 낼 빌미를 주게 된다.

깐족거리는 건 조금 더 어려운 스킬이다. 매니저의 지적 수준과 눈치에 따라서 그 수위를 조절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 그 균형을 잘 유지할 수 있다면 어렵지만 효과적으로 보스를 열 받게 할 수 있다. 성공한다면 아마 보스는 집에서 자다가 한밤중에 갑자기 깨서 그 깐족을 생각하며 열 받아서 잠을 못 이루게 될 거다.

 

2. 마감시간을 지켜라

말 그래도 일의 마감 시간을 지. 켜. 야 한다. 마감 시간이 돼서야 제출한다. 모든 업무를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라 매니저가 본인의 리포팅을 위해서 팀원들의 협조를 구한 일을 할 때 필요하다.  숙제가 다 끝났어도 매니저가 정한 마감 시간보다 훨씬 일찍 제출하는 건 피한다.

여기서 필요한 건 매니저가 봤을 때 분명히 이건 시간이 얼마 안 걸릴 것 같은데 안 하고 있네?라는 추측이 들게 하는 것이다. 다른 공식적인 업무는 훨씬 더 열심히 기간보다 일찍 해내는 모습을 보이면 더욱 효과적이다.

하지만 늦장 부리다 행여나 마감 시간을 넘기지 않도록 절대주의하여야 한다. 공식적인 성과 리포트에 반영될 수 있는 여지를 줄 수 있다.

이 방법은 매니저에게 '아 쟤는 내가 주는 일을 중요하게 생각 안 하는구나'라는 인상을 선명하게 각인시킬 수 있다.

 

3. 커뮤니케이션, 커뮤니케이션, 커뮤니케이션

사실 회사에서의 모든 것은 커뮤니케이션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커뮤니케이션은 중요하다. 만약 어떤 매니저가 팀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지 않으면 회사는 그 매니저의 능력을 의심한다. 그만큼 보스를 화나게 할 수 있는 방법이 가득한 보물 창고다. (씨익)

예를 들어 메일에 매니저를 cc 넣지 않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아, 중요한 의사결정 등에 cc를 빠트리면 공식적으로 비난받을 수 있다. 의사결정은 아니지만 꽤 중요한 정보가 담겨있거나 전체적인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 필요한 메일들이 대상이다. 이런 이메일의 플레이는 나중에 언제든지 누가 전달을 하거나 매니저를 cc에 넣고 답장을 썼을 때 매니저의 비난에 직면할 수 있는 위험이 따른다.

그럴 때는 아주 순수한 (Innocent)  표정 혹은 아주 쿨한 표정으로 이렇게 얘기하도록 한다.

"아 제가 빠트렸습니다. 죄송해요", "너무 바쁘셔서 이런 메일은 더 부담이 되실 것 같아서요...", "다음부터 꼭 넣도록 하겠습니다!" 화내는 얘기를 시작했지만 계속 뭐라 하면 쫀쫀해 보이니 짜증과 화를 억누르고 돌아서는 매니저를 볼 수 있다.

공식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마음을 안 여는 것도 꽤 좋은 방법이다. 자신과는 공식적인 일 얘기만 하지만 다른 부서 매니저와는 개인적인 고민을 토로하는 당신을 보면서 매니저는 이렇게 생각할 거다. '아 쟤는 나랑 같이 갈 생각이 없는 애구나.' 그래도 겉으로 드러낼 수는 없기에 소주잔을 홀로 기울이며 매니저 자질이 없는 자신을 탓하게 된다.

 

 

갓 입사한 신입사원이 아닌 바에야 누구나 Manager이면서 동시에 Report이다. 여기 소개하는 보스를 화나게 하는 방법은 아마도 누구나 직접 report로부터 당해보았을 것이다. 혹은 보스를 화나게 하기 위해서 쓰고 있는 방법일 수도 있고.

 

아, 그리고 이건 외국계 회사의 Report-Manager관계에서 주로 적용되는 방법이다. 상사가 더욱 많은 권한을 가지고 있고 괴롭힐 수단을 훨씬 많이 가지고 있는 일부 국내 회사에서는 어떤 결과를 초래할 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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