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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수많은 면접을 보고, 준비하고, 그에 얽매이며 살아가고 있다. 공무원이 아닌 이상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은 희미해 진지 오래이며, 사회에 첫발을 내딛기 위해, 혹은 더 나은 직장을 찾기 위해, 혹은 지옥 같은 현재를 벗어나기 위해 반복되는 면접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 채 구천을 떠도는 영혼마냥 새로운 면접을 볼 기회가 어디 없나 기웃거리고, 또 그 기회가 마치 전부인 양 몰두하고 또 좌절을 한다. 과거에는 압박면접이라는 공개된 갑질의 한 형태에서 최근에는 심지어 인공지능이 면접의 한 과정을 대행한다고도 한다. 압박면접을 주도한 면접관은 본인이 똑같은 형태의 면접을 을의 입장에서 진행한다면 만점을 받을 만큼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은 둘째로 치더라도 왜 내가 지원한 업무와 별 상관도 없는 창의적이 지조차 못한 질문들을 던지며, 그에 대한 대답을 통해 누군가를 평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인공지능은 어떠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어떠한 알고리즘을 가지고 사람을 평가하고 등급을 매기며 분류하는 것일까? 만약 그 데이터가 신뢰할만한 것이 아니라면, 그리고 그 알고리즘을 개발한 개발자가 해당 업무에 대해 필요한 인재상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어서, 단지 남들보다 조금은 더 목소리 톤이 높던가 조금 더 떨림이 느껴지는 목소리를 인지하고, 이를 탈락의 기준으로 삼는 것은 아닌지도 모르겠다. 눈동자의 흔들림, 질문 후 답변까지 걸린 시간 등이 기준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는 예전에 어떤 기업에서 면접을 볼 때 관상가를 초빙하여 의견을 참조한다던가, 사주를 보고 판단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인공지능이 최첨단의 기술인 빅데이터와 딥러닝을 통해 판단을 한다고 하지만, 관상과 사주야 말로 수 천년을 이어 내려온 거대하기 그지없을 빅데이터와 알고리즘의 조합인 것이다. 수 천년 동안 관상과 사주에 대한 빅데이터를 어떻게 해석하고 활용하는 가에 대한 알고리즘을 잘 정립한 관상가나 사주풀이를 하는 사람은 말 그대로 용하다고 소문이 날 뿐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최첨단 기술의 활용과 과거의 유산까지 총동원하여 면접을 보는 이유는 다시 한번 고민해 볼 만하다. 최근에는 면접비의 지급과 관련된 논란도 있었지만, 단지 면접비를 제외하고라도 면접 그 자체에 사용되는 비용도 어마 어마 하다. 비싼 건물의 회의실 사용료부터, 인사부를 비롯한 다양한 부서의 부서장들의 귀중한 시간을 가벼이 또 빈번하게 소모를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수억에서 수십억의 연봉을 받는 경영진들이 직접 면접에서 그다지 변별력 없는 질문을 하면서까지 힘들게 막대한 비용을 소비하고 있다.  

 

 도대체 왜 그럴까? 교과서적인 대답은 우리 회사에 가장. 적합한 인재를 찾기 위해서라거나 해당 업무를 가장 잘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을 찾기 위해서라고 한다. 조금은 다른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얼마 전 치러진 공무원 시험의 국사 문제가 이슈가 된 적이 있다. 주어진 보기에 대해 발생한 연도순으로 나열하라는 문제였는데, 해당 보기가 천년 전에 가까운 수백 년 전에 발생한 일들에 대해 발생 연도가 고작 3,4년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것이었다. 이 문제는 출제자의 의도를 그대로 반영하여 수많은 수험생들의 오답을 만들어 냈고, 공무원 학원의 국사 과목을 가르치는 강사들로부터도 많은 원성을 들었다. 당연하겠지만, 해당 문제를 맞히고 못 맞추고 가 공무원 생활을 하는 데 있어서 그 어떠한 영향도 주지 않는다. 공무원에 아주 적합하여 과장, 국장을 거친 고위 공무원들에게 이 문제를 풀어보라 한다면 백이면 백 모두 오답을 낼 것이다. 적어도 수십 년 동안의 공무원 생활을 성공적으로 해 오면서 이러한 지식은 아무런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다시 면접으로 돌아가 보면, 압박 면적이 왜 필요한가? 만약 실제 업무를 하는데, 그 정도로 압박을 받을만한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한다면 그 회사는, 그리고 그 직업은 결코 좋은 회사, 좋은 직업이 아니다. 만약 신입사원들에게 시행하는 인적성 평가나 그룹 토론 혹은 앞서 나왔던 인공지능에 의한 어떤 평가들을 현재의 면접관들에게 그대로 대입을 해보면 어떨까? 직장생활에 있어 성공의 상징과도 같은 임원들이나 경영진들에게 이러한 평가를 동일하게 한다면 결과는 어떨까? 물론 능력이 뛰어났기에 오랫동안 회사생활을 유지하고 있었을 것이고, 그렇기에 그들 중에 일부는 여러 평가에 있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수의 현직 임원과 면접자들이 좋지 않은 결과를 받아 들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들은 그 회사의 인재상과 맞지 않고 업무 역량도 부족하다는 의미인데, 이들은 회사를 계속 다녀도 괜찮은 것인가? 아니 그보다는 그런 사람이 회사를 대표해서, 해당 업무의 전문가로서 누군가를 평가한다는 것이 더 어이없는 상황인 것이다.   

 

 면접을 통해 후보자의 역량을 평가하고 판단한다고 하지만, 어떤 회사이고, 어떤 상사인지 역시 면접 후보자들이 판단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면접의 첫 번째 목적을 적합한 인재를 찾기 위한 것이라 애써 이야기한다면, 두 번째 목적은 상호평가이다. 면접관들이 후보자들을 평가하는 그 시간에, 후보자들은 면접관들을 평가하는 것이다. 면접관의 질문의 수준과 태도는 그 회사의 역량과 문화를 보여주며, 지옥 같은 회사로의 입사를 피할 수 있게 해주는 첫 번째 거름망의 역할을 해준다. 면접을 통해 나를 알아주고 인정해 주는 회사를 찾을 수 있으며, 내가 가진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업무인지에 대해서도 파악을 할 수가 있다. 면접관은 여러 후보를 동시에 보기에 스스로가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후보자 역시 동종업계의 여러 기업들에서 면접을 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각 기업들의 문화, 분위기와 면접관들의 역량에 대해서도 얼마든지 평가하고 비교할 수 있으며, 정말 좋은 인성과 역량을 갖춘 인재라면 일련의 면접들을 통해 본인의 역량을 펼치고 기여할 회사를 스스로가 결정을 하게 되고, 그중의 중요한 부분은 같이 일하게 될 면접관들의 역량과 인성 등을 보고 판단하게 된다. 그리고 요즘처럼 정보의 흐름이 다양한 채널을 통해 실시간으로 퍼져나가고 360도 피드백이 당연시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평가는 생각보다 큰 영향력을 가질 수도 있다. 

 

 세 번째 면접의 목적은 뽑는 것이 아니라, 뽑지 말아야 할 사람을 거르는 것이다. 회사가 원하는 인재를 뽑고자 하지만, 상호평가가 이루어지기에 후보자가 회사를 고르기도 한다. 그리고 회사에서 원하는 인재는 언제나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는 그야말로 모든 것을 다 갖춘 인재이면서 회사에서 주는 조금은 부족한 연봉과 불편한 환경을 인내할 수 있는 참을성마저 가져야 하기에 항상 기업에서는 인재를 뽑기 어렵다고 한다. 100%. 만족할 수 인재를 저렴한 비용으로 뽑고자 하는 마음이야 모든 기업의 바람이겠지만, 현실적으로는 1억 원으로 강남 3구에서 학군이 좋고, 지하철 역세권인 지은 지 5년 미만의 25평 아파트를 구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에 타협을 한다. 80% 정도 만족하지만 회사에서 역량 개발 프로그램을 통해 개발될 여지가 있는 후보자들을 그 잠재력을 보고 뽑고 기회를 주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80%는 만족하지만 나머지 20%에서 심각한 결격 사유가 없는지에 대한 판단을 하고, 그러한 후보자를 배제하는 것이다. 부정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이래서 안 되는 사람, 저래서 안 되는 사람을 제외하다 보면 100% 만족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입사한 지 3개월 만에 퇴사를 한다던가, 회사를 학교의 연장선상으로 인식하고 놀러 다닌다던가, 조직에 심각한 불협화음을 낼 만한 사람들은 뽑지 않을 수 있다. 현재 직장을 다니고 있거나 과거에 다녔던 사람이라면 어떻게 이러한 사람이 나랑 같은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을까 싶을 정도로 역량이 부족하거나, 자기밖에 모르는 지독한 이기주의자 이거나, 혹은 도무지 조직생활과는 어울릴 수 없는 고집불통 혹은 학교 근처 골목에서 몰래 담배를 피우며, 자기보다 약한 아이들을 괴롭히는 고등학생 같은 직장 상사, 동료, 후배 들 적어도 한 두 명 이상은 만나 보았을 것이다. 기업에서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면서까지 면접을 진행하고 회사에 인재상에 맞는 후보자를 찾는 이유는 인류의 보다 나은 삶과 세계의 평화를 위해서가 아니라 회사라는 조직의 조직원과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이다. 한 명의 뛰어난 인재가 회사를 먹여 살릴 수도 있지만, 한 명의 지독하게 썩은 사과와 같은 조직원 한 명이 한 상자의 사과를 통째로 버리게 할 수 도 있다. 그리고 그 상자 안에는 그토록 갈구하던 인재상과 부합한 인재가 심지어 다수 포함되어 있을 수도 있다. 만약 회사가 진정 회사의 발전에 막대한 기여를 할 수 있는 인재를 원한다면, 상호평가가 이루어지는 면접을 보다 전문화하고 면접관에 대한 역량을 보다 심도 있게 고려하고 또 선별해야 하며, 10명의 인재를 뽑는 것도 중요하지만, 절대 뽑지 말아야 할 인재상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또 거르기 위한 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 미국의 인터넷 소매업체인 Zappos는 신입사원을 뽑은 후 4 주간의 교육 기간을 거친 후 자발적으로 퇴사를 선택하는 신입사원에게 2,000불의 퇴직금을 지급한다. 4주간의 교육 기간을 통해 이 회사와 내가 맞지 않다면 과감하게 떠날 수 있는 기회를 선택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이다. 누군가는 2,000불이 아깝다고 하겠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앞뒤 가리지 않고 2,000불을 선택하는 사람은 잠재적인 썩은 사과가 될 가능성이 높은 사람일 것이고, 심사숙고 끝에 본인의 적성과 역량을 고려한 후 선택한 결정을 따르는 사람들에게는 보다 의미 있는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한 번의 면접이 2,000불의 비용을 든다고 생각하면, 회사에서는 면접을 그렇게 가벼이 보지 못할 것이고, 아무나 면접관으로 세우지도 못할 것이다. 그리고 인재를 뽑기 위한 면접과 썩은 사과를 걸러내는 면접은 다르지 않다. 썩은 사과는 면접을 통해 회사에 들어가고자 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지만, 면접을 통해 잠재된 인재들에게 회사에 대한 부정적인 인상을 심어주는 회사에서 믿고 맡긴 그 면접관이 될 수도 있다. 현실적으로 면접 기회에 대해 2,000불의 기회비용을 지급하기 어렵다면, 적어도 면접 후 면접자들로부터 면접관에 대한 피드백을 수집하는 것도 면접의 질을 높이고, 보다 좋은 인재를 가려내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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