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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피드백이라는 미명하에 상사로부터 수많은 잔소리와 핍박을 들어야 할 때가 있다. 때로는 자존심이 무너지기도 하고, 인정할 수 없어 얼굴이 붉어진 채로 조목조목 반박을 하기도 하고, 결국은 퇴근 후 소주잔을 기울이며 한숨을 쉬기도 하고, 상사를 욕하며 안주를 질겅질겅 씹기도 한다. ‘나도 상사한테 피드백줄 거 많은데, 지는 얼마나 잘한다고, 맨날 나한테만 뭐라그래, 나도 상사한테 피드백을 줄 수 있는 기회만 있으면 한번 제대로 줄 수 있을 테데…’ 라는 생각을 한번쯤 해 보았을 것이다. 그런데 요즘은 실제 이런 기회들이 현실화되어서 오히려 곤혹스러운 경우가 종종 생긴다.

 

 

360도 피드백의 장점과 단점.

 

몇몇 회사에서는 중간급 관리자들에 대한 360도 피드백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한다. 이는 수직적이고 하향평가 위주의 일방적인 평가를 벗어나 상사뿐만 아니라, 주변의 유관부서, 그리고 팀원들부터의 다면평가를 받아 종합적인 리더쉽과 역량을 평가하는 방식이다. 일부의 관리자들은 지나친 상향식 리더쉽만을 추구하여, 본인의 상사에게는 납작 엎드리면서 점수를 따고, 반대로 팀원들에게는 군림하는 식으로 팀을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 이럴 경우 그 위의 상사는 중간 관리자가 본인한테는 최대한 잘 보이려 노력하기 때문에 당연히 다른 곳에도 잘 하고 있을 거라 착각을 하기 십상이다. 한번은 옆에 팀의 매니져가 새로 왔는데, 너무나 완벽한 상향식 리더쉽을 가지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리더쉽팀 앞에서는 정말 간을 내어줄 것 같은 모습을 보이다가도 팀원들한테는 인식공격적인 막말을 너무나 쉽게 내 뱉는 것이었다. 심지어 본인보다 나이가 많은 팀원들에게도 함부로 대하고, 회사는 직급이 전부니 억울하면 먼저 승진하지 그랬냐는 식이었다. 그러다보니 당연히 팀의 성과는 점점 떨어지고, 문제는 점차 함께 일을 하는 유관부서로 확대가 되었다. 결국은 이 매니져에 대한 유관부서와 팀원들의 피드백이 리더쉽 팀의 귀에 들어가게 되었고, 모든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 비참하게 회사를 떠나야만 했다. 이렇듯 조직의 발전을 저해하는 적폐세력을 파악하기 위해서라면 다면평가와 같은 다양한 피드백의 수집을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모든 회사들이 360도 피드백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때로는 360도 피드백에도 솔직하게 모든 것을 적을 수 없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팀원이 2명 밖에 없는 팀에서 상사에 대해 안 좋은 피드백이 나온 경우 그 상사가 팀원 중 누가 안 좋은 피드백을 주었는지 혹은 둘 다 안 좋은 피드백을 주었는지에 대해 유추하거나 사실을 확인하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니다. 그리고 그로 인한 부작용은 고스란히 팀원들이 겪어야 하는 고초가 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360도 피드백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규모를 갖춘 팀이나 조직이어야 하고, 유관부서를 전부 포함하여야 하며, 결과에 대해 어느 정도는 본인에게 제한되게 전달이 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피드백은 긍정적인 발전을 위한 것이다.

 

예전에 모시던 전무님이 이런 식의 피드백을 수집하는데 능구렁이같이 능숙하셨었다. 한번은 대구에 함께 출장을 갔던 적이 있었다. 동대구역에서 담당 영업사원의 차를 타고 거래처로 이동하는데, 전무님이 슬쩍 영업사원에서 새로 온 지점장은 어떠냐는 식으로 물어보셨다. 그러면서 다른 부서로 이동한 이전 지점장에 대한 피드백까지 은근슬쩍 함께 수집을 하셨다. 처음에는 영업사원도 뭐 다 좋죠 라는 식으로 답하다가, “예전 지점장은 이런 게 조금 부족하지 않았어요?” “이번 지점장은 처음부터 이런 걱정이 좀 있긴 했는데..” 라는 식으로 돌려서 질문을 하시니, 영업사원도 무의식적으로 긍정 혹은 부정의 반응을 보이며 전무님의 질문에 답변을 하게 되었다. 나중에 전무님께서 나한테도 식사자리에서 이런 질문을 던진 적이 있었는데, 나는 “그 분은 이런 부분은 진짜 장점이고, 처음에 비해서 좋아지신 거 같고, 이런 부분만 조금 더 개선이 되면 정말 완벽할 거 같아요” 라는 식으로 답변을 드렸었다. 그리고 전무님은 이렇게 취합된 피드백을 본인에게 전달할 때도 피드백을 받는 사람에 대한 질책이 아니라, 보다 개발할 수 있는 역량에 대해 집중할 수 있도록 유도를 하셨다. 그리고 나 역시 전무님으로부터 그런 식의 피드백을 받아보았기에 충분히 수긍하고 고쳐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됐었다.

 

 

피드백을 받으면, 반드시 지속적인 개선책이 뒤따라야 한다.

 

외국계회사에서는 일년에 한번 혹은 격년으로 회사 전직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다. 회사에 대한 만족도를 비롯하여, 일과 삶의 균형, 회사의 미션과 비젼에 대한 공감 등에 대한 굉장히 광범위한 내용을 포함한다. 그리고 이러한 설문조사에서는 글로벌 리더쉽 팀에 대한 평가뿐만 아니라 한국 내의 리더쉽 팀에 대한 평가도 포함이 된다. 한국의 리더쉽팀이 전략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직원들과의 소통 등에 대한 내용도 포함이 되어 있다. 그리고 부서장 및 팀장에 대한 피드백도 모두 다루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이를 통해 리더쉽팀에 대한 평가뿐만 아니라 부서장, 팀장에 대한 평가도 모두 한꺼번에 이루어지고, 국내뿐 아니라 본사에서도 모두가 그 결과를 공유해서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리더쉽팀과 부서장 들은 이 평가 결과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고, 이전 조사에 비해 어떤 영역의 점수가 낮아졌는지, 다른 나라, 다른부서에 비해 우리 나라, 우리 부서에서는 어떤 영역의 점수가 낮은지 등이 모두 한 눈에 비교가 된다. 그리고 지나치게 낮은 영역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개선책을 반드시 제출해야 하고, 그 다음에 다시 평가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설문조사 전과 결과가 나온 후의 일정 기간이 지나면 모두가 이러한 내용을 잊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서 실제 그 영향력이 순식간에 사라지기도 한다. 한번은 누군가가 주관식 문항에 아주 길게 상사에 대한 불평과 불만을 잔뜩 써서 제출을 해서 이슈가 되기도 했었다. 그러나 그 말투에서 느껴지는 독특함에 누가 누구를 향해 쓴 건지 바로 알 수가 있었고, 그럼에도 크게 달라지는 건 없었다. 결국 피드백이라는 건 취합하는시점이 아니라 평상시에 얻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한 순간의 인식과 노력으로 개선되기 보다는 시스템적으로 지속적인 변화를 추구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유연하게 수용하고 긍정적인 발전을 꾀하라.

 

한번은 외국인 사장님이 부임한지 얼마 안돼서 중요한 고객을 만나러 간 적이 있었다. 사장님은 나름 한국어를 준비해 갔는데, 다리를 꼬고, 소파에 앉아 팔을 벌린 조금은 거만한 고객에게 “도와주세요” 라는 한국말을 하셨고, 고객과 동석한 사람들 모두 깜짝 놀랐었다고 했다. 이에 사장님은 모시고 갔던 다른 리더쉽팀과 부서장들이 한국의 예의에 대해 말씀을 드렸고, 이에 사장님은 다음부터는 90도 인사하는 법을 익혔고, 심지어 직원들만 미팅을 할 때도 항상 웃는 얼굴로 90도 인사를 하곤 하셨고, 고객들에게도 인사성이 바른 외국인으로 각인될 수 있었다. 가벼운 이야기일수도 있지만, 이 사장님은 직원들로부터의 피드백을 굉장히 긍정적으로 수용을했고, 이를 바탕으로 본인의 독특한 정체성을 직원들과 고객들에게 확립했다. 결국 피드백을 주는 이유는 주는 사람의 감정적 해소를 위한 것이 아니라, 받는 사람이 조금 더 발전함으로 조직이 긍정적이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렇기에 피드백을 받는 사람은 보다 유연하고 수용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이 중요하고, 주는 사람도 그 사람의 발전과 조직의 발전을 위해 준다고 생각하면 그 불편함을 조금은 덜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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