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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서 수직적 문화의 장단점은 얼핏 살펴보았으니, 과연 대부분의 사람들이 선호하는 수평적 문화가 과연 기업과 개인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것인지에 대해 생각을 해 보자.

결국은 소통이다.

 

외국계 회사에서는 회의를 진행할 때 영어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회의 중에 호칭을 부르거나 할 때는 그냥 이름을 부르지, 사장님, 전무님 등의 호칭으로 부르지 않는다. 물론 외부에서 영입되어 오신 분들 중에는 이런 문화가 어색해서 영어로 회의를 진행하거나, 영어로 이메일을 보낼 때에도 꼭 호칭을 붙이는 경우도 있기는 한데, 실제로 회의를 하면서 듣다보면 굉장히 어색한 느낌이다. 예전에 2002년 월드컵 당시 히딩크 감독이 우리나라 국가대표팀의 문제로 파악한 것 중 하나가 수직적인 선후배 문화로 인한 의사소통의 어려움이었다. 이에 대표팀에서 훈련을 진행할 때는 모두 이름만을 부르게 했고, 박지성 선수가 홍명보 선수에게 “명보, 명보” 라고 하면서 훈련하는 장면은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다. 이에 몇 년 전부터 국내 회사들에서도 직급을 없애고 “ㅇㅇ 님” 이라고 상호 존중하는 호칭을 붙이는 변화들이 발생하고 있다. 우리 회사와 협력했던 국내 회사 역시 몇 년 전에 직급을 없애고 “님”으로 호칭을 변경했었다. 함께 회의를 진행하는데, 임원분은 실무진에게

“ㅇㅇ님이 이렇게 해주시면 되겠네.” 

라며 호칭만 “님”이 되고, 실제 대화는 이전과 달라진 게 없었을 때 조금 웃음이 났었다. 심지어 실무진에서는 아직도 임원진에게 “ㅇㅇ님”이라는 게 어색해서 호칭을 부르는 것은 난감해하고 있었다. 더 웃긴 건 오너2세 였던 회장님만은 계속해서 회장님이라고 부른다는 것이었다. 외국계 회사에서도 비슷한 경우가 있다. 호칭을 없앤 회사도 있고, 또 어떤 회사는 영어이름으로 부르도록 한다. 이러한 호칭의 변화를 시도하는 이유는 동일하다. 히딩크 감독이 시도했던 것과 같은 소통의 원활화이다. 수직적 문화의 가장 큰 단점은 일방적인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Top-Down) 방식의 소통방식이었다. 좋은 의견이 반드시 상위그룹에서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실제 시장의 변화와 고객의 반응은 실무담당자들이 가장 정확하게 많이 알고 있을 수 있다. 이렇게 아래에서 위로 (Bottom-Up) 자유롭게 소통이 될 수 있게 하기 위해, 호칭을 파괴하고, 영어이름을 부르게 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수평적 조직문화의 장점 중 하나는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통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것이다.

 

개인의 가치가 점점 중요해져 간다.

 

 수평적 조직문화를 가진 외국계 기업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가 된다. 하나는 극히 개인적인 조직이고, 하나는 가족적인 분위기를 갖는다는 것이다. 수직적인 문화는 역시 굳이 분류하자면 동일하게 개인적인 조직과 가족적인 분위기의 조직 두 가지로 분류가 가능하지만, 가부장적인 가장이 있는 가족 안에서는 개인적이건 가족적이건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수평적 조직문화에서 개인적이라는 것은 우선 나의 삶의 개인적 가치가 인정된다는 것이다. 주말에 상사와 등산하는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고, 밤늦게까지 상사의 술자리 상대가 되는 일도 없다는 것이다. 업무에 있어서도 명확하게 책임과 권한이 구분되어 있으며, 다른 부서와의 협업도 정해진 절차에 따라 상호간의 존중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업무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재택근무와 탄력근무시간 등이 적용되기에 수월한 조직문화이기도 하다. 가족적인 문화는 규모가 크지 않은 소규모의 외국계회사에서 많이 발달해 왔었다. 1980~90년대에 주로 국내에 들어온 외국계 회사들은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았다. 당시에는 외국계 회사가 독립법인으로 설립을 할 수가 없어 국내회사와 합자회사 형태로 설립을 할 수 밖에 없었고, 국내 회사의 공장, 유통, 허가 등에 대한 부분들을 공유하다 보니 많은 인원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많지 않은 인원들이 국내 회사에 비해 월등히 좋은 복지와 유연한 근무시간 등을 활용하여 개인적인 친분을 발전시켜 나가기 수월하였다. 그리고 작은 규모의 회사가 언제 없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동반하여 더 똘똘 뭉쳤을 수도 있다. 이러한 구조가 2000년대 초중반까지 이어졌고, 이후 규제의 완화와 시장의 성장으로 인한 회사 규모의 성장으로 이러한 가족적인 문화들은 많이 희석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회사들은 가족적인 문화가 남아 직원들끼리 끈끈하게 서로를 도와주고 나누어주는 문화가 남아 있었다. 그나마도 몇 년 전부터 시장상황의 악화로 지속적인 인력구조조정의 우선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아 현재의 외국계 회사들은 대부분 개인적인 가치를 지향하는 식으로 정착화 되어 가고 있는 듯 하다.

 

그래도 조직문화는 업무를 위한 것이지 개인의 복지를 위한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수평적 조직 문화가 장점만을 가진 것일까? 얼마 전 외국계 회사의 한 팀장으로부터 팀원 관리가 너무 어렵다는 하소연을 들었다. 들쭉날쭉한 출퇴근 시간으로 인해 팀미팅 한번 제대로 할 수가 없고, 모두가 각자의 의견만을 내세우다 보니 의견 일치를 보기 어렵고,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나 방향성보다는 개인의 가치만을 추구하다 보니 일의 진행이 안 되고, 도대체 말을 안 듣는 다는 것이었다. 얼핏 들으면 요즘 젊은 세대들이 다 그렇지 라고 가벼이 여길 수도 있다. 젊은 세대들이 개인의 가치에 대한 존중을 요구하는 것은 절대 잘못된 것이 아니다. 기성세대들이 본인 스스로 포기한 가치에 대한 반성이 우선시 되어야 하는 것이지, 이걸 세대의 문제로 넘기는 것은 스스로가 꼰대의식이 박혀 있음을 반성해야 할 뿐이다. 그리고 개인 가치에 대한 우선적 존중으로 인해 회사의 가치와 방향성이 상실된다면 합의점을 찾아야 하는 부분이고, 회사의 가치와 방향성이 개인의 가치를 훼손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해 먼저 생각하고 의심해 봐야 한다. 만약 그런 것이 아니라면, 개인의 가치를 최대한 존중해 줄 수 있는 해결방안을 모색해 보는 것이 팀장, 관리자의 역할이다. 혹은 올바르고 합의된 회사의 가치를 무시한 채 이기적으로 개인의 가치만을 추구한다면 그것은 그 직원 개인의 문제이고 일탈일 뿐이니 그러한 부분은 인사부와 협의되어야 하는 부분이다.

 

좋은 것과 편한 것은 다르다.

 

 최근에는 스타트업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몇 달 전에 수십억을 투자 받았다고 하던 스타트업이 찾아보면 사라지고 없고, 각종 매체에서 호들갑스레 띄어주던 스타트업들도 어느 덧 사라지고 없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다. 2015년 통계청의 기업생멸행정통계에 따르면 창업기업의 5년 생존율은 27.3%로 10개의 기업 중 7개가 5년 안에 사라진다는 것이다. 이토록 스타트업이 빨리 사라지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수평적 조직문화의 추구를 원인으로 꼽는 사람들도 있다. 요즘은 눈에 조금만 띌 수 있는 기술이 있다면 여기저기서 쉽사리 투자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 하지만 투자가 결정된 이후에는 너무 일찍 샴페인을 터뜨려 버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일견에서는 이러한 투자금을 건강한 조직을 만들기 위해 계획적으로 사용해야 하지만, 사원들의 복지에만 우선적으로 투자를 하고, 가장 일하기 좋은 조직을 만든다는 이유로 사업의 성과창출과는 무관하게 사용된다는 것이다. 실리콘밸리의 자유로운 기업문화에 대한 동경으로 누구나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실현시켜 나가면서 좋은 결과들을 만들어 내기도 하지만, 기존의 틀을 파괴하고 수평적 조직문화만을 강조하다 보니 조직관리에 문제가 생기고,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하고 제자리에 멈추던가 오히려 도태되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는 좋은 것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편한 것만을 따르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조직문화라는 것은 업무를 하기 위한 사무실의 문화인 것이지, 직원들의 개개인의 복지에 관한 것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스타트업의 특성상 비슷한 연령과 경력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모이다 보니 당연히 조직 문화가 수평적일 수 밖에 없으나, 하나의 통일된 방향으로 끌고 갈 리더쉽의 부재는 올바른 의사결정의 도출을 힘들게 할 뿐이다. 스타트업의 경우는 어느 정도 안정권에 든 회사에 비해 훨씬 더 많은 문제들이 자주 발생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들의 해결에 있어 다양한 의견의 충돌은 피할 수 없으나, 이러한 충돌을 조율할 수 있는 누군가도 필요한 것이다.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지 않은 스타트업의 입장에서 일부러 노력하지 않아도 당연할 수 밖에 없는 수평적 사내문화를 굳이 강조하기 보다는, 때로는 역으로 문제해결과 보다 나은 성과 창출을 위해 이러한 수평적 사내 문화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개선하며, 이를 뒷받침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결국은 더 나은 성과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수평적 조직문화의 기본은 상호존중과 책임감이 필수적인 것이다. 조직문화와 업무를 혼돈해서도 안 된다. 상사가 당신을 배려를 해 준다면, 당신도 당신의 상사의 업무 성과에 기대치를 충족시켜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사내 복지라는 것은 직원들이 업무에 보다 집중하고 좋은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기 위해 지원되는 것이지, 복지혜택만을 받기 위해 회사를 다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수평적 조직 문화가 분명히 많은 긍정적인 부분을 가지고 있지만, 때로는 잘못된 인식으로 인해 개인과 조직을 위험에 빠트리게 될 수도 있고, 또 때로는 순간적으로나마 수직적인 문화가 더 좋은 성과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니, 상황에 맞추어 유연하게 조절해 가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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