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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에게는 가정과 함께하는 여성의 성공모델이 필요하다.


유연한 직장생활은 육아에 있어 필수적이다.

 

우리 부부는 모두 외국계 회사에 다녔다. 회사를 다니는 동안 업무와 관련해서 만나게 되었고, 또 결혼을 하게 되었다. 처음 연애할 때는 회사가 바로 근처라 출근도 같이하고, 점심도 같이 먹고, 퇴근도 같이 했다. 결혼해서도 한동안 이런 생활이 이어지다가 각자의 회사가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면서 각자의 출퇴근으로 바뀌게 되었다. 결혼 이후 아이가 생기기 전까지는 결혼 전과 크게 달라질 것이 없었다. 출근했다가 퇴근하고, 일이 있으면 야근하고, 출장이 필요하면 가면 되는 것이고. 그러다가 아내가 첫째를 임신한 순간부터 조금씩 일상의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우선 임신을 하게 되니 정기적으로 산부인과에 검진을 가야 했다. 첫 임신의 확인 때부터 꼬박꼬박 아내와 함께 병원에 갔다. 딱 한번 지방 출장으로 병원에 같이 가지 못했을 때, 아내가 계류유산을 한 적이 있었다. 그 때 너무나 미안했고, 후회가 됐었기에, 다시 임신을 한 이후에는 열일 제쳐두고 꼬박꼬박 함께 가고는 했다. 한 달에 한번에서 두 번씩 병원에 함께 가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업무 일정도 조정을 해야 하고, 또 휴가도 내야 했다. 가능한 토요일 오전에 병원에 가는 것으로 맞춰보려고는 했지만, 항상 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휴가를 내는 것에 대해 그 누구도 뭐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당시의 내 팀장님은 아이가 있는 여성분이었다. 이 분은 겉으로는 굉장히 냉철하고 똑똑해 보이지만, 가족들은 한없이 아끼시고, 또 나에게도 가족의 중요성에 대해 누누이 말씀을 많이 하셨기에, 아내와 병원에 함께 가는 것은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후원을 해 주셨다. 

 

 아내는 출산 예정일 한달 전부터 휴가를 사용했다. 첫 아이다 보니 언제부터 휴가를 내야 하는지도 몰랐고, 배가 불러오니 출퇴근 하는 것도 힘들고 해서 좀 일찍부터 휴가를 사용했다. 그리고 출산 후에도 5개월을 더 쉬어, 총 6개월의 출산 휴가를 사용했다. 둘째 때는 굳이 미리 휴가를 낼 필요가 없다고 하고, 4개월 정도만 쉬고 다시 출근을 했다. 아이와 집에 있는 것보다는 회사에 가는 것이 몸도 마음도 더 편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아이가 생기니 다시 병원에 가야 하는 일들이 잦아 졌다. 한달 에도 한두 번씩 병원에 가서 예방 접종을 맞아야 하고, 또 열이 나거나 설사를 하면 초보 엄마아빠는 무조건 병원을 찾아가고는 했다. 그렇기에 또 많은 휴가를 사용해야 했다. 어쩔 때는 사무실에 있다가 급하게 집에 가야 하는 경우도 꽤 생겼다. 그럴 때마다 항상 팀장님을 비롯하여 전무님 등은 항상 아이가 먼저라고 일은 나중에 하라고 배려를 해 주셨다. 그렇게 또 둘째를 낳았고, 지금껏 둘을 키워 오면서 한번도 회사로 인해 불편하거나 원망스러운 일은 발생한 적이 없었다.

 

같은 여자가 때로는 더 배려를 안 해 준다.

 

나 같은 경우 직장 상사들이 대부분 결혼을 하고 아이가 있고,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있는 여성이었던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 덕분인지 아이 때문에 발생하는 상황들에 대해 보다 많은 이해를 해 주셨고, 또 배려를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함께 일을 하던 남자분들은 다소 보수적인 생각을 가진 분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가정에 충실하고 눈치를 보는 분들을 많았기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육아에 대한 이야기를 하거나 어렵지 않게 나눌 수 있었다. 그러나 옆의 부서는 조금 상황이 달랐다. 그 부서는 여자 구성원의 비율이 다른 부서에 월등히 많은 부서였고, 부서장 역시 여자분이었다. 부서장은 외국에서 온 분이었는데, 아직 미혼이었다. 한국에서 혼자 생활을 하기 때문인지 굉장히 일을 열심히 했고, 그 여파는 그 부서 전체에 미쳤다. 그 부서장은 아이 때문에 출근 시간이 늦어지거나 퇴근 시간이 빨라지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았고, 아이가 아프거나 급하게 집에 가봐야 하는 돌발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매우 불편해 했다. 그리고 다른 회사에서도 비슷한 경우가 있었다. 이 부서장 역시 여성이었는데, 이 분은 아이들이 이미 다 커서 더 이상 집에 큰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는 경우였다. 이 부서장은 본인도 직접 힘든 것을 다 겪었다고 하면서 더욱 엄격하게 직원들을 대하고는 했다. 

 

가정과 분리되어 있는 여성의 성공모델.

 

직장맘들은 하루하루가 쉽지 않다. 위에서 언급한 직장상사와 일을 하는 것은 직장에서 또 다른 시어머니를 모시고 있는 것과 똑같다. 첫 번째의 미혼이었던 부서장의 경우는 직장맘의 고달픔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여성으로서 그 정도의 성공을 거두기까지 스스로가 쉽지 않은 길을 걸어왔기에 부서의 직원들 역시 그러한 혹독한 길을 걷도록 강요하는 것이다. 두 번째의 경우는 정말 내가 힘들었으니 너도 힘들어 봐라 하는 식의 시어머니와 똑 같은 경우이다. 두 경우 모두 직장상사로 모시고 싶지는 않은 경우이나, 요즘 직장에서 성공한 여성 직장인이라면 쉽게 볼 수 있는 모델들이다. 쉽게 말해 가정과는 분리된 성공모델을 가지고 있다. 일과 삶의 균형이 이들에게는 중요하지 않고, 일과 삶의 균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오직 성공만을 향한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려가고, 여성으로서 유리천장을 깨기 어렵다는 주문에 걸려있다. 여성으로서 과거에 받았던 편견의 영향으로 더욱 엄격해 졌을 수도 있다. 사회적으로 성공을 거두고 굉장한 업적을 이루었을 수는 있으나 그런 삶을 따라 살고자 하는 후배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여성의 적은 여성이라는 말이 더 어울린다. 예전에는 남자상사들이 여자직원들을 더욱 힘들게 했다면, 요즘은 남자상사들은 오히려 여자직원들의 눈치를 많이 보고, 여자상사들이 여자직원들을 더욱 괴롭히는 경우가 많다. 

 

직장맘에게는 가정과 함께하는 여성의 성공모델이 필요하다.

 

페이스북의 셰릴 샌드버그(Sheryl Sandberg)도 처음 아이를 낳았을 때 무척 힘들었다고 한다. 셰릴 역시 유모를 고용하며 아이를 돌봐야 했고, 남편과 한동안은 주말부부로 지내면서 육아의 고통에 빠져 있었다. 셰릴은 그나마 유모를 고용하고 남편이 주말마다 비행기를 타고 집에 올 수 있을 정도의 경제력이 있었던 것에 감사하다고 까지 했다. 셰릴은 몇 년 전부터 대표적으로 성공한 여성으로 꼽히고 있으며,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리더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똑같이 육아와 양육에 있어 어려움이 있고, 사회적으로 그러한 부분에 대한 배려가 절실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셰릴은 남편의 협조와 배려, 참여가 절대적이라고 이야기 하고 있다. 이제 이런 남편의 참여는 절대적인 이야기이다. 우리 나라에서는 어느덧 남자의 육아휴직이 미약하나마 사용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젊은 맞벌이 부부가 많아지면서 남자의 육아는 의무나 선택이라는 개념보다는 당연하고 필수적인 것이 되었다. 심지어 당장 서점에 가도 아빠가 쓴 육아지침서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남편이 아닌 여성의 사회 참여에 있어 더 무서운 적은 바로 가정과 함께 하는 성공모델을 가진 여성 리더의 부족이다. 상당수의 현재의 여성 리더들은 무엇인가를 포기함의 대가로서 성공과 사회적 지위를 얻었다. 포기한 것들이 결혼일수도 육아일수도 행복한 가정일수도 있다. 그렇기에 새로운 여성 리더 발굴에 있어 동일한 잣대를 들이대며, 그들도 자신처럼 포기하지 않으면 얻을 수 없는 것이 성공이라 생각을 하고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직장맘들이 가장 우선시하는 가치는 가정을 버린 성공이 아니라 가정과 함께하는 행복이다. 눈앞의 성공이 가정의 행복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 뻔히 보인다면, 과감히 성공을 저버릴 수도 있다. 빠른 성공을 바라기보다 안정적인 성공을 원한다. 여성의 적극적인 사회참여와 성공모델의 개발은 단지 한 가정이나 회사의 문제가 아닌 사회와 국가경쟁력이 상승하는 커다란 동력이 될 것이다. 남자리더들은 열심히 근무하는 직장맘들에게 따뜻한 배려를 해 줄 수 있는 딸 사랑에 앞장서는 든든한 친정아버지 같은 역할을, 여성리더들은 본인과 같은 고생을 직장맘들이 반복하지 않고 사회적 참여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경력개발의 기회와 유연한 업무 환경을 조성해 주어야 하며, 스스로가 시어머니가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그리고 가정과 분리되어 성공한 여성리더의 모델뿐만 아니라 가정과 함께하는 성공한 여성리더가 많아짐으로서 직장맘들의 경력개발을 더욱 지원하고 배려해 줄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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