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는 픽션입니다.
블라인드 사이로 자잘하게 깨지는 햇빛에 눈을 슬며시 떠 스마트폰의 시계를 본다. 7시 20분이다. 알람이 울리기 10분 전이다. 알람보다 미리 일어났지만 크게 아쉽지는 않다. 7시간 이상 잤으니 충분하다는 느낌이다. 찌뿌둥한 몸을 추스리기 위해 누운 채로 기지개를 켜본다. 침대에서 나와 밥을 차려 먹는다. 냉장고에 남아있는 된장찌개를 데우고, 통조림 햄을 굽는다. 하루에 계란 한 개씩 먹는 게 좋다 하니 후라이팬 한 켠에는 계란을 떨어뜨릴 공간을 만들기 위해 구워지고 있는 햄들을 한켠으로 밀어낸다. 티비를 보면 여유 있게 아침을 먹고 머리를 감고 나니 8시 반이 다 되었다. 9시 반까지 출근을 해야 한다. 아직 여유가 있다. 분당에서 잠실까지는 거리상으로는 20km가 조금 넘는다. 몇 년 전만 해도 아침에 출근하려면 족히 1시간은 걸렸다. 자가용을 가지고 출근을 할 때는 분당수서고속화 도로를 이용했었다. 말이 고속화도로지 항상 막히는 곳은 변함이 없었다. 교통상황에 따라 5분에서 10분 정도 지각하기가 예사였다. 딱히 눈치를 주는 사람은 없었지만, 스스로가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한동안은 지하철을 타기도 했다. 신분당선을 타고, 강남에서 갈아타고 잠실까지 가면 집에서 사무실까지 딱 1시간이 걸린다. 지하철 역까지 걸어가는 거리와 환승하는 거리가 그리 길지는 않지만, 하루 종일 의자에만 앉아있는 사무직이다 보니 이렇게라도 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어느 순간부터는 자가용 출퇴근보다는 지하철을 타고 횟수가 많아졌다. 경제적으로도 기름값, 주차비도 아끼고, 지하철을 타는 동안 짬짬이 책도 조금씩 읽을 수 있고, 넷플릭스도 볼 수 있어 나름의 재미도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 바이러스 이후에도 거의 매년 새로운 바이러스성 전염병이 나타나니 사람들이 북적이는 지하철을 이용하는 것이 점점 내키지 않게 되었다. 출근시간이 빠른 편이 아니었음에도 아침에는 항상 몸과 마음이 바빴었다. 지금처럼 아침의 여유를 만끽하고 출퇴근 시간의 불편함과 어려움이 해소된 건 불과 몇 개월 전이다. 매일 출근 시간에 맞추어 자율주행차량이 정확한 시간에 집 앞으로 데리러 오고, 정확한 시간에 회사 앞에 내려준다. 퇴근도 비슷하다. 출근시간은 정기적인 예약을 통해 자율주행차가 온다면, 퇴근은 우버나 타다처럼 필요한 시간에 부르면 되었다.
10여 년 전 테슬라에서 자율주행차를 처음 출시한 뒤, 전 세계의 자동차 메이커에서는 너도나도 할 거 없이 모두 자율주행차 개발에 뛰어들었다. 한동안은 테슬라에서만 완전 자율주행차를 시장에 공급했고, 다른 메이커들에서는 반자율주행차량을 먼저 시장에 내놓았다. 이후 독일의 대표적인 자동차 메이커 3사가 2021년을 기점으로 모두 완전 자율주행차를 시장에 내놓았고, 2022년 현대차에서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한 상용 전기차를 출시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금을 포함하면 3천만 원대에 자율주행 전기차의 구매가 가능했다. 자율주행 전기차의 상용화가 가속화되면서 정부에서는 그간 법적으로 허용하지 않았던 완전 자율주행을 고속도로와 일부 서울 및 도심 주변의 고속화도로에서 가능하게 해 주었다.
규제와 상황이 변하자 예전에 혁신적인 차량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려 했다 2020년 “타다 금지법”이 통과되면서 어쩔 수 없이 사업을 접어야 했던 한 사업가가 다시 시장에 새로운 혁신을 시도했다. “그 회사”는 국내외의 투자자들 모아 1,000대의 자율주행 전기차를 사들여 자율주행 택시 및 렌트업을 시작한 것이다. 이전의 과오를 피하기 위해 택시운수사업자 등록과 렌터카 사업자등록 등을 동시에 마쳤다. 일명 “타다 금지법”이라 불리웠던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의 개정은 정부에서 애초에 주장했던 대로 “모빌리티 혁신법”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이후에도 몇 차례에 걸쳐 개정이 되었고, 대기업뿐 아니라 스타트업에서도 플랫폼을 기반으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주었다. 그럼에도 “그 회사”는 새로운 자율주행 택시 및 렌트업은 기존의 법적인 규제들을 완벽히 대응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하고 나왔다.
일종의 차량 공유 플랫폼인 자율주행차량 렌트 사업은 과거 “타다”에서 문제가 되었던 운전자 알선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승차정원 역시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전기차이기에 배기량의 문제도 없다. 과거 택시면허를 확보해야 한다며 구시대의 손을 들어준 “모빌리티 혁신법”은 더 이상은 이 혁신적인 여객운송사업을 저지할 수 없는 무용지물이 되었다. 동시에 교통약자들이 단독으로 자율주행차량을 이용하기는 불편할 수 있기에 차량의 승하차와 비상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운전자 혹은 운행 보조자가 동승하는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였고, 이와 관련된 법적, 사회적 이슈들을 사전에 차단하고자 일부 택시면허도 인수하였다.
사람들은 더 이상 불편한 택시를 이용하지 않게 되었다. 전 세계적으로 사람들의 삶에 편의를 제공해준 우버라는 서비스의 도입을 막은 몇 안 되는 나라 중의 하나가 우리나라였다. 국민들의 편의를 대가로 여전히 불편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택시 요금을 이유 없이 인상했고, 모빌리티 혁신법을 통해 또 한차례 국민들의 편의를 볼모로 혁신적인 서비스의 도입을 저지했었다. 택시업계는 이 서비스가 시작하기 전에 이미 국민들의 외면을 받았다. 각 지차제들에서 주야간 및 심야 시간의 대중교통을 확대함과 동시에 다양한 맞춤형 운송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들이 속속 등장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대기업 중 하나인 카카오는 몇 개의 중소 택시 회사를 면허와 함께 사들였고, 타다와 유사한 서비스를 새로운 모빌리티 혁신법 아래에서 합법적으로 제공했다. 택시 업계에서는 처음에는 면허와 회사를 사 들이고 고용을 보장해 주는 카카오에 대해 두 손을 들고 환영을 했지만, 결국 카카오에 흡수되지 않은 다른 택시회사들과 개인택시들은 부족한 서비스와 시스템을 극복하지 못하고 도태되어 갔다. 카카오에서도 처음에는 기존 기사들을 흡수하다 보니 서비스가 개선되지 않아 많이 애를 먹었으나, 이를 대기업의 시스템으로 극복했다. 비록 몇 년이 걸리기는 했지만 기존 타다나 우버와 마찬가지로 승차거부가 불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했고, 기사들의 서비스를 철저하게 관리하면서 2020년 “타다 금지법”이 통과되기 전까지 타다에서 이루고자 했던 서비스를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투자하여 마침내 이루어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회사”의 완전 자율주행차량 렌트업이 시작되면서 카카오의 기사를 이용한 서비스는 더 이상 사람들의 콜을 받지 못하게 되었다. 인건비가 들지 않는 자율주행차량의 특성상 차량 이용 운임은 기존의 서비스에 비해 절반 정도로 낮아지게 되었다. 월등한 서비스와 우월한 가격경쟁력은 여객운송사업의 전체적인 틀의 변화를 가져왔다.
완전 자율주행이 허용되면서 교통사고가 급격히 감소했다. 특히나 과속이나 음주로 인한 사고는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난폭운전도 사라짐과 동시에 더 이상 이동 중에 혹시라도 사고가 날까 불안해하지 않아도 되었다. 사람들은 더 이상 불필요한 대화를 하지 않아도 되었고, 혹시 모를 범죄의 위험이나 불쾌한 상황들로부터 벗어나게 되었다. 그나마의 사고들도 자율주행차량으로 인한 것이 아닌 사람이 직접 운전하는 차량들에서만 발생을 했다. 자율주행차량의 경우는 규정된 속도와 규칙을 지키기 때문에 오히려 사고가 나는 게 이상한 것이었다. 정부에서는 사고율이 높은 “인간이 운행하는 차량”에 대해 엄격한 규율을 적용했다. 음주운전은 삼진아웃이 아닌 1회 만에 아웃이 되고, 과속 및 난폭운전에 대한 규제도 강화되었다. 자율주행차량은 사고나 도로교통법을 위반한 전과가 있는 “인간이 운행하는 차량”에 대한 정보를 사전에 파악하고 이를 운행 알고리즘에 반영하여 사고를 미연에 방지했다.
자율주행차량이 상용화가 되고, 또 공유차량의 이용이 수월해지면서 사람들은 이전과 달리 차를 가지고도 얼마든지 음주를 즐길 수도 있었다. 내 차를 가지고 왔더라도 음주운전에 대한 걱정이 없고, “그 회사”의 차량 공유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더 편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안타깝게도 대리운전이라는 또 하나의 직업이 사라지게 된 건 시대의 흐름이라 봐야 한다. 이러한 차량 공유 서비스는 10여 년 전부터 꾸준히 외쳐온 “차량의 소유가 아닌 이용”이라는 슬로건을 드디어 현실화하게 되었다
소비자는 더 좋은 서비스를 더 저렴하게 이용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이 혁신의 출발점이기 때문에 구시대와의 결연한 작별이 없이는 혁신을 받아들이는 것이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긴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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