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를 가나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것 중의 하나가 회식이다. 해도 욕을 먹고 안 해도 욕을 먹기도 하고, 팀원들의 결속력을 다지기 위해서 한다고 하지만, 결국은 결속력을 더 해치기도 한다. 심지어 회식 중의 과도한 음주로 인해 다치거나 서로간의 얼굴이 붉어지는 불미스러운 일들이 벌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식은 없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반드시 상사의 주도로만 이루어 지는 것도 아니다. 회식을 하는 것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 이벤트가 있었을 때, 혹은 그냥 한 달에 한번씩 회사에서 지원을 해 주니까 정기적으로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이루어진다.
스튜핏!! 술은 마시면 느는 게 아니라, 몸도 마음도 상할 뿐이다.
예전 국내회사에 있을 때는 회식이 여간 곤혹스러운 게 아니었다. 그렇지않아도 매일같이 야근을 하고 야근 이후에 술을 마셔야 하는 일이 비일비재 했는데, 회식은 조금 더 일찍 술을 마시는 것뿐이었고, 항상 상무님의 잔소리의 연장선일 뿐이었다. 장소도 매번 회사 근처의 삼겹살집과 감자탕 집을 오갔으며, 어쩌다 중국집에서 요리라도 시켜 먹는 날이면, 2차는 다시 감자탕을 먹으러 와야 했다. 그리고 술을 좋아하시는상무님께서는 개인 주량에 상관없이 무조건 술을 강권하셨고, “술은 마시면 는다” 는 굳건한 철학을 가지고 계셨다. 근 4년을 한 달에도 몇 번씩 이런 회식을 하다 보니, 어느덧 익숙해 지기도했고, 눈치껏 돌아가면서 상무님을 상대하는 법도 익히고, 슬쩍슬쩍 우리가 원하는 식당으로 가는 횟수도 조금씩 늘었다. 그리고 상무님을 포함하지 않은 팀원들끼리의 결속력은 확실히 단단해 졌다.
그뤠잇!! 개인일정과 취향을 존중한다.
외국계 회사에서는 상대적으로 개인적인 일정에 따라 일을 하기 때문에 회식 날짜 자체를 잡는 것이 굉장히 어렵다. 소규모의 팀회식은 물론이고 부서 전체 회식의 경우는 1년에 한 두번 할까 정도이고, 그나마 개인 일정 때문에 전체 인원이 참석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참고로 마케팅 전체 회식 같은 경우 1년에 한번 정도 진행하는데, 근 5년 동안 전체 인원이 모인 적은 한번도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회식 자리가 오랜만에 얼굴 보면서 그 동안의 안부도 묻고 정보도 교환하는 기분 좋은 자리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대체적으로 위에서 내리꽂는 회식 자체가 거의 없다. 영업부 전체 교육이 끝나고 같이 식사를 하는 자리나 부서에서 큰 성과를 달성해 축하파티를 하는 정도가 아니면, 사장님과 임원분들을 회식자리에서 쉽사리 보기 어렵다. 그리고 이분들이 참석한다고 해서 회식 자리의 분위기가 크게 달라지지도 않는다. 사장님이나 임원분들도 술잔을 주고받기도 한다. 하지만 강권하는 분위기는 전혀 없고, 오히려 적당히, 조금만을 끊임없이 말씀하신다. 그리고 대부분은 저녁을 겸한 1차로 마무리를 하게 되고, 2차는 마음이 맞는 사람들끼리 삼삼오오 짝을 지어 간다. 빠르면 8시 늦어도 9시 전에는 대부분의 1차 회식이 마무리 되고, 2차 회식을 찾아가는 무리들이 회사 주변을 배회하고, 그 무리들이 2차 장소에서 만나 합쳐지기도 하고, 알아서들 집에 가고는 한다. 그렇기 때문에 회식은 술자리를 즐기지 않는 사람들도 부담 없이 참여할 수가 있고, 술자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들끼리의 편한 자리를 2차에서 만든다. 회식이란 그저 얼굴보기 힘든 사람들 얼굴 보게 되는 반가운 기회일 뿐이다.
팀장 스트레스 푸는 자리가 아니라, 팀원 스트레스 푸는 자리.
예전에 6명 정도로 이루어진 팀을 이끌고 있을 때였다. 업무량이 많아 다들 바쁘게 지내고 있기에 굳이 회식에 관한 이야기를 먼저 꺼내지 않고 있었더니, 팀 회의를 할 때 회식을 하자는 이야기가 나왔었다. 그래서 저녁이나근사한 곳에서 먹을까 싶어 이야기를 꺼냈더니 회사 근처 치킨 집에서 맥주나 한잔 하자는 이야기가 먼저 나왔다. 가능한 각자 일을 빨리 정리하고 회사 근처 치킨집에서 모였다. 어떤 직원은 외근을 나갔다가 조금 늦게 도착하기도 했다. 직원들 말로는 회식을 하고 싶은데, 팀장인 내가 말을안 꺼내니 오히려 눈치를 보았다고 한다. 나는 오히려 직원들이 바쁜데 눈치 없이 회식하자고 하는 듯 싶어 눈치를 보고 있었던 상황인데 서로간의 눈치가 조금 부족했던 상황이었다. 어찌됐던 그 자리에서는 일 이야기는 제쳐 놓고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거리낌 없이 꺼내며 무척 즐겁게 보냈다. 즐겁게 1차를 마치고 2차는 팀원들끼리 보낼 수 있도록 회식비만 후원을 해주고빠졌다. 다음날 2차를 함께 하지 않아 아쉬웠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으로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우리는 일을 하다 지칠 때쯤, 혹은 누군가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일이 생기면, 팀원들이 모두 모여 스트레스를 풀거나, 누군가를 위로해주는 식으로 무겁지 않은 회식을 종종 즐겼다. 회식을 하면서 업무와 관련된 이야기를 지나치게 나누지 않고, 상호간의 배려를 충분히 해 부담스럽지만 않다면 회식의 순기능은 분명히 있는 듯 하다. 그리고 회식은 팀장을 비롯한 윗분들의 스트레스 해소 하는 자리가 아니다. 팀원들이 그 동안 쌓아왔던 스트레스도 풀고, 윗사람들한테 조금은 마음 편하게 불만스러워던 점도 이야기할 수 있는, 팀원들을 통해 조직력을 강화해 나갈 수 있는 팀장에게는 전략적으로 아주 소중한 자리이다.
술자리는 적절히 활용하는 것.
실제 회사생활을 하다보면 공식적으로 회식이라는 이름이 붙은 술자리보다는 마음이 맞거나 친한사람들끼리 마시는 술자리가 더 빈번한 듯 하다. 꼭 같은 부서뿐만 아니라 유관부서 사람들과도 술자리를 갖는 일이 생기고, 지방에 출장을 가게 되면, 지방에 있는 영업부서와도 종종 술자리를 갖는다. 회식보다는 이런 자리가 오히려 내가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만큼 술을 마실 수도 있고, 개인적인 이야기뿐만 아니라 때로는 업무협조를 구하는데도 부드럽게 이루어지기도 한다. 지방에 갔을 때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9시에서 10시 사이에 술자리를 대부분은 정리하고는 했다. 술자리를 함께한 사람들 대부분이 집에서 가족들이 기다리고 있기도 하거니와, 다음 날에도 항상 만만치 않은 일정들이 기다리고있기에, 지나치게 폭주하는 경우는 다들 자제하는 편이다.
요즘은 회식을 꼭 술자리로 하는 것보다는 문화생활을 즐기면서 간단히 식사를 하는 식으로 진행되는 경우도 많다. 우리 팀도 같이 영화를 보러 가기도 하고 했었는데, 상대적으로 대화할 시간이 부족해서 아쉬웠다는 피드백이 많았다. 회식의 순기능 중 하나는 업무로 인해 스트레스를 풀거나 서로 간의 묵은 감정들을 해소하는 역할을 할 때도 있다. 물론 종종 지나쳐서 문제가 되기도 하지만. 그리고 회식 참석자들의 니즈(needs)는 항상 다양하고, 그 모든 사람들을 항상 만족시킬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때로는 전체 회식이 아닌 니즈가 맞는 사람들끼리의 모임을 갖거나, 패턴의 변화를 통해 지루하지 않고, 다양한 사람들이 돌아가면서 만족을 할 수 있는 방법도 괜찮다. 그리고 회식장소의 선택과 예약 등은 절대로 막내한테 시키지 말고, 팀장이 솔선수범해서 의견을 취합해서 예약까지 진행하면, 만족도는 더 올라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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