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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준생이 연애? 사치 부리지 마



 얼마 전 형이랑 같이 차를 타고 부모님 집으로 내려간 적이 있습니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연애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남자들이 만나면 항상 그렇죠.
- 새로운 소식 있냐?
 형이 아는 저의 연애는 2년 전이 마지막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차를 탈 때면 항상 똑같이 물었습니다. 저 또한 했던 대답을 똑같이 기계처럼 답했습니다.
- 취준생이 연애는 무슨~


| 정말 취준생이 연애가 웬 말인가요?


 저는 취준생은 연애를 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상대방에게 그다지 좋은 에너지를 주지도 못할뿐더러, 연애다운 연애를 할 시간도 없거든요. 당장 역량을 키우고 자소서를 써야 하는데 꽃을 보러 나갈 수는 없는 것이잖아요. 심지어 취준생 주제에 소개팅에 나가거나, 번호를 묻는다거나 한다면 큰 무례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무 것도 확실한 것이 없는 입장이기 때문이지요.


| 주변에서 들려오는 흔한 연애상담


 어느 날 한 여후배가 연락을 해왔습니다. 남자와 관련해서 상담하고 싶은 것이 있다고 말이죠. 그 친구는 당시 취업이 거의 확정되어가는 친구였습니다. 취업준비를 하면서 만난 남자가 있는데, 처음에는 그 남자가 자신을 무척이나 좋아해 줬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 남자가 취업에 실패하고 연락이 끊어졌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몇 개월이 흐른 뒤에 연락이 다시 왔는데, 어느새 직장인이 되어 있었다고 했습니다. 그러고는 저에게 왜 중간에 연락을 끊었었는지에 대해 물어보더군요. 그것이 마음에 걸린다고 말이죠.


| 취준생이기 때문에


 그 남자를 열 번, 스무 번도 더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당당하게 취업해서 좋아하는 여자에게 다가가고 싶은데, 자신의 위치가 사회적으로 안정적이지 않으니 움츠러들 수 밖에요. 그 남자는 취업이 될 거라고 생각하고 걱정 없이 제 후배를 좋아했지만, 막상 취업에 실패하니 더 이상 제 후배 앞에 나타날 수 없었을 겁니다. 자신의 처지가 부끄럽고 미안했을 테니까요. 그것을 모르는 제 후배가 바보인 건지 순수한 건지는 모르겠습니다만.


| 이렇게 힘든 시기에, 나의 아무것도 아닌 일상을 기억해주는 게 고마워


 또 다른 후배가 있습니다. 그 후배는 남자 친구와 취준생 커플입니다. 같이 취준을 하니 힘들 법도 하지만 그 후 배는 안 좋은 얘기를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습니다. 어느 날 그 후배가 제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 오빠, 취준생이라도 연애해야 돼. 이 힘든 시기를 아무런 가치를 없고 의미도 없는 날이라고 생각하지만, 누군가가 그 일상을 의미 있게 만들어 주거든. 그게 굉장히 큰 힘이 돼. 단순히 같이 자소서를 쓰더라도 말이야.
 신기하게도 지금은 신입사원이 된 옛 인턴 동기들은 상당수가 연애를 했었습니다. 그것도 단기간이 아닌 2~3년이 넘은 친구들이 상당히 많았죠. 그것을 보며 이 친구들이 자신감을 가지고 당당한 이유가, 자신의 옆에서 항상 기운을 불어 넣어주는 누군가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힘든 시기를 하루하루 기억해주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에요.


| 연애도 못하면 취업도 못해!(물론 연애 안 해도 취업 가능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김제동 형이 그렇게 말하더군요. 취준 때문에 연애 못한다고 하는 사람들, 취준도 못하고 연애도 못한다고요. 다 할 수 있다고요. 둘 다 잘하는 사람이 다 잘한다고요. 제 형도 항상 제게 제동이 형의 말을 빌려 저에게 말합니다.
- 너 취준 때문에 연애 못한다는 거 다 핑계야. 그렇게 못하면 취준도 못해.
 물론 저는 지금 굉장히 바쁩니다. 자소서를 쓰고, 글을 쓰고, 모임을 나가고, 무언가를 배우죠. 일주일이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서 연애를 할 짬이 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예전처럼 '연애는 무조건 안 돼!'라는 생각을 하고 살지는 않습니다. 사람이 좋아지면 좋아하는 것이고, 사람이 좋다 하면 만나보는 것이지요. 굳이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데도, '취준 때문에 안 돼!'라고 생각하지는 마시길 바라요. 그리고 우리는 직장은 없지만 비전이 있잖아요?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것이지 직장과 직장이 만나는 것이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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