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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시월의 한가운데에 서 있습니다. 내로라하는 대기업의 서류심사 발표가 거진 끝이 났습니다. 어떤 이는 합격의 기쁨을 누리며 인적성 시험을 준비하고 있을 겁니다. 이미 시험을 치른 사람도 있고, 그래서 면접을 준비하는 분도 있겠죠. 그러나 더 많은 사람들은 그러지 못하고 있을 겁니다. 합격한 사람보다는 합격하지 못한 사람이 훨씬 더 많을 수밖에 없으니까요. 선택받지 못한 자기소개서에 아쉬움이 남는 것은 사실입니다. 조금 다른 방향으로 써 볼 걸, 조금 더 깊게 써 볼 걸. 그러나 시간은 되돌릴 수가 없습니다.


 저 또한 정말 많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속으로 마지막 취준이라 생각하고 있기에 아쉬운 마음은 더 큽니다. 정말 가고 싶었던 기업의 문턱조차 밟아보지 못했다는 사실은 조금 슬픕니다. 이제는 기회가 없을 것 같기도 하기 때문이죠.


 저는 불합격 통보를 받든, 합격 통보를 받든, 제가 썼던 자소서를 다시 정독합니다. 합격했다면 어떤 부분이 잘 써졌는지, 불합격했다면 어디가 부족했는지 찾으려 합니다. 합격한 자소서에 잘 쓴 부분은 찾기가 힘들지만, 불합격한 자소서의 문제점은 쉽게 발견합니다. 그 자소서 자체가 문제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탈락한 자소서에는 잘 쓴 부분이 한 개도 없습니다. 기업에 대한 분석도 부족하고, 관심도와 애정도를 녹여내지도 못했으며, 그래서 제 경험과 역량을 연결 짓지도 못했습니다. 그저 제 자랑을 나열했을 뿐이죠. 이 모든 사실을 알고서도 그렇게 쓰지 않았다는 점은, 제 스스로를 책망해도 된다는 근거가 됩니다. 조금만 더 잘 쓰지, 조금만 더 신중하지, 한 번만 더 읽어보고 내지, 그렇게 빨리 내버리고 싶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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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행인지 저에게도 인적성 시험을 치를 기회가 있었습니다. 운이 좋았습니다. 엄청 유명한 대기업은 아니지만 제가 정말 가고 싶었던 회사 중에 한 곳이었습니다. 서류심사 발표가 뜬 후 일주일 뒤에 바로 시험을 치뤘습니다. 그래서 시험을 제대로 준비할 시간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습니다. 참고로 취준생들은 공채 시즌이 시작되기 한-두 달 전부터 인적성 공부를 시작합니다. 그러나 저는 그렇게 준비하지 못했습니다. 이번 하반기는 제 계획에 없었던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결국에 저는 또 아쉬웠습니다. 시험 전날 카페에서 부랴부랴 문제를 풀어보았지만, 이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었습니다. 아침에 시험장에 가서 자리에 앉아 기다리며 또 섬이 되었습니다. 이십 명이 넘는 경쟁자들이 자리에 앉아서 책을 보고 있었습니다. 저만 빼고 다 열심히 준비한 것 같은 눈치였습니다. 시험이 시작되고서도 이러한 마음은 계속 되었습니다. 옆사람이 페이지를 넘기는 소리에 매우 예민하기 때문이죠. 의식하지 않으래야 않을 수가 없습니다. 종이 넘기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리는 와중에도 저는 반 밖에 풀지 못했고, 또 한 번 저에게 말했습니다. 그러게 열심히 좀 하지.


 시험을 마치고 나오는 순간에는 모든 것이 공허하게 느껴졌습니다. 내가 방금 뭘 하고 나온 거지. 끝났다는 홀가분한 마음보다는, 조금 더 열심히 준비하지 못했다는 아쉬움과 자책이 이리저리 엉켜 붙었습니다. 결국 저는 생각을 멈추고 길을 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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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의 글을 쓰고 저장해두었다가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굉장히 답답하고, 짜증이 나고, 화가 났습니다. 왜 저렇게 자책을 하지? 왜 저렇게 아쉬워하지? 왜 저렇게 기가 죽어 있는 거지? 지금까지 내가 사람들에게 했던 말은 뭐였던 거지? 그래서 글을 다 지워버리려다가 다시 두었습니다. 제가 글을 통해 저에게 했던 말과 행동을 똑바로 바라보았듯이, 다른 사람들도 자신에게 매몰찼던 생각과 말들을 곱씹어봤으면 해서요. 저런 생각과 말들이 우리를 얼마나 아프게 하는지 알았으면 해서요. 그래서 저는 저에게 다시 말했습니다. 아니, 나는 최선을 다했다. 아니, 우리는 최선을 다 했다.


 모두가 같았을 겁니다. 이 글을 본 적은 사람들도, 이 글을 보지 않은 많은 사람들 도요. 시험을 마치고 사람들 사이에 섞여 나오면서 일부러 다른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곳곳에서 한숨 섞인 이야기가 들려왔죠. 망했다. 너무 어려웠다. 그거 답 뭐였냐. 틀린 것 같다. 그렇습니다. 사실 아무도 만족할 수 없는 것이 취준이라는 것입니다. 성적을 가르쳐주지도 않고, 어디가 잘못되었는지도 모르기 때문에 내가 잘 했는지 못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모든 사람이 다 아쉬워합니다. 모두가 다 아쉬워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그러니, 괜찮습니다.


 모두가 아쉬워할 수밖에 없는 구조 안에서, 굳이 나서서 자신을 아프게 할 이유가 어디 있을까요? 그래서 우리는 스스로를 몰아세우지 말아야 해요. 자신을 궁지로 몰아세우고, 다시 일어서게 도와주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계속 힘들어야만 할 것입니다.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아쉬움은 따르는 법입니다. 그 아쉬움이 우리의 잘못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너무 자책하지 않기로 해요. 다음에는 더 최선을 다 할 것을 알기에, 이번에도 우리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다들 고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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