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더 이상은 못할 것 같아 - 우리 취준 앞에 잃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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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이 시작하는 즈음에
어느덧 9월이 지나고 10월이 다가왔습니다. 많은 분들에게 이즈음은 단순히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시기일 겁니다. 그러나 취준생들에게는 이제 하반기 서류결과가 쏟아져 나오는 긴장되는 시기입니다. 대기업만을 노리는 취준생들에게는 이번 하반기를 더 기대해도 되는지, 마음을 접고 내년 상반기를 준비해야 할지 결정되는 순간이지요.
| 벌써 두 개나 광탈했어.
나름대로 같이 취준을 하는 주변 사람들이 있습니다. 어디에 지원할지, 어떻게 지원할지 서로 정보를 공유하곤 하죠. 그 중 한 명이 어제 연락을 해왔습니다. 넌지시 두 개 정도의 결과가 나왔다는 말을 던지고는, 많이 우울해 졌다고 하더군요. 아직 이렇다 할 결과가 나오지 않은 저로서는 적지 않은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자존감이 많이 올랐다고 자신만만해 있었지만, 막상 안 좋은 결과를 눈으로 맞이하면 모래성 무너지듯 와르르 무너질 것 같은 기분이 들었거든요.
| 블록인 줄 알았더니, 젠가였어.
한 껏 물오른 제 자존감은 마치 단단하게 쌓아 올린 블록 같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사실은 블록이 아니라 젠가였습니다. 나무막대가 하나씩 빠질 때마다 휘청거리며 무너져버릴 것 같은 젠가 말이죠. 그렇게 약한 정신력으로 다른 취준생들을 위로하고 응원하려 했던 제 자신이 초라하고 부끄러워졌습니다.
| 내가 아는 내 모습이 사실은 내 상상뿐이었을까 봐.
힘들게 지원한 회사가 저를 거부할 때는 이런 생각이 듭니다. 나의 길이 아닐 수도 있는 건가? 나는 기업이 원하는 사람이 아닌 건가? 나름대로 자라오면서 주변의 기대를 듬뿍 받았었고, 스스로도 저는 할 수 있는 인간을 생각해왔습니다. 대학생활을 하면서 만나온 사람들도 저를 높게 평가했고, 너는 될 놈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제가 가장 두려운 것은 그것입니다. 사실은 나란 인간이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그렇게 괜찮은 놈이 아닐 수도 있겠다.
나는 항상 청년의 실패를 흥미롭게 지켜본다.
청년의 실패야말로 그 자신의 성공의 척도다.
그는 실패를 어떻게 생각했는가?
그리고 어떻게 거기에 대처했는가?
낙담했는가? 물러섰는가? 아니면 더 용기를 북돋아 전진했는가?
이것으로 그의 생애는 결정되는 것이다.
- 헬무트 폰 몰트케
인생은 원래 성공과 실패의 연속입니다.
얼마나 많이 넘어졌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다시 일어나는 게 중요한 거예요.
끝까지 자신을 믿으세요.
진짜 실패는 도전하지 않는 것입니다.
- CM펑크
제 책상 앞에는 이런 포스트잇이 수십 개가 붙여져 있습니다. 거듭된 실패에 멘탈이 나가버릴 때면 붙여놓은 포스트잇을 다시 쭉 읽습니다. 그리곤 다시 일어납니다. 힘든 거 압니다. 저도 여러분도 힘들고 무섭고 깜깜합니다. 바로 일어나지 않아도 됩니다. 잠시 누워 있어도 됩니다. 다시 일어나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 다시 일어나기 위해
저는 실패를 앞두고 있습니다. 많은 기업에 많은 서류를 제출해 놓은 만큼, 많은 탈락의 소식이 들려올 것입니다. 물론 합격이 있으면 좋겠지만요. 탈락이 들려올 때마다 무너지지 않기 위해서, 저는 제가 쌓아둔 저 방어벽을 칠 것입니다. 그리고 다시 살아갈 겁니다. 여러분도 여러분만의 방어벽을 쳐놓으셨으면 합니다. 꽤나 큰 힘이 됩니다. 가족사진도 좋고, 꿈의 로드맵을 적어둔 종이도 좋고, 무엇이든 좋습니다. 부디 다시 일어나서 함께 나아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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