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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앞에 앉아 있던 나의 모습

 며칠 전에 회사의 요청으로 제 모교를 다녀왔습니다. 졸업한 지 딱 1년 만이었습니다. 우뚝 솟은 메타세콰이어길도 그대로고, 봄의 아름다움을 뽐내던 매화나무도 그대로였습니다. 달라진 건 더 이상 제가 취준생이 아니라는 사실뿐이었습니다. 항상 노트북을 켜놓고 자소서를 쓰던 빨간 도서관 카페에서 커피를 시키고, 가고 싶던 회사의 취업설명회를 듣던 하얀 도서관 지하 교실에 짐을 풀어놓았습니다. 그리곤 항상 앉았었던 자리의 반대편에 앉아 학생들을 기다렸습니다.

 

 오전 열 시가 넘어가자 학생들이 한 명씩 오기 시작했습니다. 우연찮게도 가장 먼저 온 한 남학생이 제 앞자리에 앉았습니다. 사실 저와는 고작 두 살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친구였습니다. 이제 막 취업준비를 시작하려 하고 있고, 자기 기준에는 뭔가 많이 부족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막상 그 친구가 가진 경험과 역량들은 다른 친구들과의 비교가 필요 없는 멋있고 뛰어난 것들이었습니다. 제 앞자리에 앉은 사람은 저보다 두 살 어린 취업준비생이 아니라 2년 전의 제가 앉아 있는 것 같았습니다.

 

변하는 건 딱히 없더라고요.

 저는 생각이 많은 학생이었습니다. 세상에 의심이 많고 반항심이 강한 성격 탓이었습니다. 막상 시간에 떠밀려서 취업준비를 하고 있긴 했지만 이 길이 정말 나의 길인지 계속해서 고민했습니다. 오죽하면 그렇게 가고 싶던 회사의 인적성 시험도 치르지 않고 집에 처박혀 있었을 정도였으니까요. 그 일 때문에 후회하는 건 시험을 치르지 않은 것이 아닙니다. 그 정도로 취업이 내 길인지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면, 왜 더 열심히 다른 걸 해보지 않았을까 하는 것뿐입니다.

 

 그런 고민과 의심 속에서도 어쩌다 보니 취업은 되었고, 개구리 올챙이적 시절은 까맣게 잊었습니다. 인터넷에서는 연일 역대 최고의 취업난이라는 기사가 뜨지만, 저의 피부로는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이미 저는 당장 코 앞에 쌓인 업무를 해결하는 데에 급급한 직장인일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예전과 다를 바가 없었던 건, 그렇게 전쟁 같은 하루를 마치고 퇴근을 한 후에는 어김없이 의심과 고민이 밀려왔다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과연 잘 살고 있는 걸까? 이 길이 내 길이 맞는 걸까? 이렇게 나는 평생을 살아갈 수 있을까?

 

우리는 같은 고민을 안고 살아갑니다.

 정작 우리는 취업 한 뒤에 우리의 삶이 어떻게 펼쳐질지에 대해서는 깊은 고민을 하지 않습니다. 사실 잘 모르기도 하고요. 적어도 취업준비생의 불안한 미래와 가난한 형편보다는 나을 거라는 추측만 할뿐입니다. 그러나 취업이 되어서도 바뀌지 않는 건 있더라고요.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은 계속되었습니다. 단순히 돈을 벌고 안정적으로 살아간다는 것만으로 잘 사는 건 아니었습니다. 나에 대한 고민을 무시하기에는 제 스스로에게 많이 미안하더군요.

 

 결국 끝없는 쳇바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앞에 앉아서 자신의 부족함을 토로하던 학생의 모습에서 제가 보였던 이유였습니다. 막상 취업이 되어 직장인으로 살아가는 저는 또 다른 준비생이 되어 있었습니다. 막상 회사에 들어오긴 했는데 이 일을 평생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도저히 모르겠다고요. 더군다나 이 고민에 대해서는 누군가에게 털어놓을 수도 없었습니다. 아무도 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문제였으니까요.

 

 고등학생이건, 취업준비생이건, 직장인이건 똑같은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당장 칠순을 앞둔 노인도 남은 여생을 어떻게 살아갈지 고민하는 것처럼요. 남들과는 빠르게 안정적인 궤도에 올라타는 것보다는 자신이 정말 원하는 길로 가는 것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그러한 깊은 고민 없이는 취업을 해도, 나이를 먹어도 똑같이 확신 없는 인생을 살게 되는 거라고요.

 

그러니 우리 잃지 말아요.

 그래서 저는 여전히 같은 생각입니다. 우리 부디 자신을 잃지 말자고 말입니다. 취업준비라는 기간은 매우 어둡고 긴 시간입니다. 그러나 반대로 자기 자신에 대해 깊게 고민해볼 수 있는 아주 값진 시간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을 잃지 말아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취업에 실패하며 자존감과 자신감을 하나 둘 잃어가지만, 저는 그러지 않아야 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물론 아무리 강하고 건강한 사람도 계속해서 벽을 넘지 못하면 자신의 능력을 의심합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의 기준으로 세워둔 벽을 넘지 못한다고 해서 우리는 무의미한 존재는 아닙니다.

 

 급하게 다른 사람들의 길을 따라가는 것보다는 자기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는 것이 필요한 세상입니다. 인생은 너무 깁니다. 자신의 답에 확신만 있다면 시간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천천히 걸어도 좋습니다. 다만, 절대로 주변에 떠밀려서 인생을 결정짓는 행동은 하지 않았으면 싶습니다. 긴 터널 속에서 자신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같이 살아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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