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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의 결말과 관련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니, 잘 판단하시어 읽으시길 바랍니다.

 


 

 

우리는 모두 역할극을 하고 있다.


 'Carpe Diem'. 워낙에 유명한 말이라 모르시는 분이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제겐 정말 소중한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나오는 대사이죠. 하지만 오늘은 현재를 즐기라는 말을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이야기가 영화 끝 부분에 나오기 때문이죠.

 

 영화의 주인공인 '닐'은 부모님이 원하는 우등생이 되기보다는 연극이 하고 싶은 학생이었습니다. 아버지 몰래 오디션에 참가하여 주인공 자리를 따내고, 결국 연극을 성공적으로 마치죠. 그러나 연극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닐에게 아버지는 연극을 그만하라고 호통을 칩니다. 닐은 알겠다고 대답하고는 아버지의 권총으로 자살을 하고 맙니다. 차갑게 식어버린 아들의 육신을 부여잡고 부모님은 통곡합니다.

 

 


 그러나 영화를 아무리 뜯어보아도 닐의 자살은 너무나 급작스러운 전개였습니다. 아무리 부모님이 연극을 반대하여도 스스로 목숨을 끊을 만큼의 일이었나 싶었거든요. 제가 만일 닐의 상황에 처해 있다면 차라리 가출을 하고 말 거예요. 그것이 죽음보다는 나으니까요. 그래서인지 고등학교 때 이 작품을 처음 접했을 때도, 올여름에 재개봉하여 다시 보게 되었을 때도 이러한 전개는 여전히 제겐 미스터리였습니다. 그러나 영화를 보고 나오며 친구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어긋나 있던 톱니바퀴는 맞물려 돌아갔습니다.

 

 “아버지가 닐에게 연극을 그만하라고 했잖아. 그 연극이라는 게 ‘아버지를 위한 착한 아들’이라는 역할극이었던 거야. 키팅이 닐에게 조언했잖아. 착한 아들은 이제 그만두라고. 하고 싶은 것을 하라고. 아버지가 연극을 그만두라고 했을 때 닐이 알겠다고 대답한 것은, 착한 아들이라는 역할극을 그만두겠다는 대답이었던 거지. 그만두는 방법은 죽음뿐이었던 것이고.”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것은 맞지만

 저는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을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짧지 않은 삶을 살아왔지만 충분히 그러한 경험을 많이 해왔습니다. 그렇지 않던 사람도 어떠한 위치에 서게 되면 그 자리에 맞춰 변해갔고, 어떠한 옷을 입게 되면 그 옷이 가지는 이미지에 맞춰 변해갔습니다. 심지어 저마저도 제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어가는 것을 스스로 깨닫곤 했으니까요. 그러나 대게 본인은 자신이 어떻게 변하고 어떻게 행동하고 있는지 알지 못합니다. 이미 자신마저 사회가 만든 무대의 틀 속에서 자신을 해석하기 때문이지요. 그러한 오류에서 벗어나려면 무대 밖으로 나가서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거나, 자신의 무대를 깨줄 수 있는 조력자가 있어야 합니다. 혹여나 그 무대를 벗어났다고 하더라도 주변의 시선은 엄청난 압박으로 되돌아옵니다.

 

 닐도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평생을 착한 아들로 살아왔고, 그것이 역할이라는 자각은 전혀 하지 못했을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살아왔던 것이고요. 연극을 통해서 그것이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이 아니고, 순전히 남을 위한 무대 위에서 살아왔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부모님을 비롯한 주변의 사슬이 자신을 놓아주지 않았습니다.

 

 영화의 여운을 느끼며 저는 곰곰이 생각했습니다. 어쩌면 취준생도 사회가 만들어낸 역할이고 자리일 수도 있겠다고 말이죠. 취준생은 힘들고, 취준생은 바쁘고, 취준생은 놀면 안 되고, 취준생은 친구들과도 멀어지고. 주변 사람들은 흔히 취준생에 대해 이렇게 생각하곤 합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저를 만날 때마다 우려 섞인 표정으로 진지하게 묻곤 하죠. “요즘, 괜찮아?”

 

 

취준생이라는 자리에 맞춰 자신을 잃어가는 우리들에게

 저는 작년까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저를 '백수'라고 소개했습니다. 대학은 다 마쳤으니 대학생은 아닌데, 그렇다고 다른 취준생들에 비해 이렇다 할 취업준비를 열심히 하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죠. 그런 저를 스스로 취업준비생이라고 부르기에는 부끄럽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당시에 저는 취준생은 반드시 힘들고 하루 종일 바쁘게 살아야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취준생이라는 자리와 역할은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지금의 저는 취준생이라는 역할의 허상을 벗겨냈습니다. 취준생은 반드시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 라는 법은 세상 어디에도 없습니다. 직장을 구하는 사람은 모두가 취업준비생이고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과 노력은 곧 취업준비생의 모습이에요. 사회가 규정한 취업준비생의 자리와 역할에 맞춰서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을 감추는 것은, 자신을 끝없이 힘들게 하는 어리석은 행동이라 생각해요. 취준생도 즐겁게 웃고, 취준생도 여유롭게 쉬고, 친구들이랑 맛있는 것도 먹으러 다니고, 멀리 여행을 다녀도 돼요. 또한 이 모든 것은 '취준생이지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에요. 우리가 '인간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이에요.

 

 닐이 착한 아들이라는 역할극을 그만둔 것처럼(우리는 그런 극단적인 방법 말고!) 우리도 취준생이라는 사회적인 프레임에 갇혀서 스스로를 너무 옥죄지 않았으면 싶어요. 타인과 사회가 만들어 낸 취준생이라는 자리와 역할을, 우리가 우리에게 강요하는 건 너무 안타까운 일이잖아요. 그러니 두려워말고 자신의 삶을 살아가도록 해요. 혹여 그러한 우리에게 ‘너는 취준생 같지가 않아.’라고 누군가가 이야기한다면 당당하게 맞받아치세요. ‘취준생 같은 게 뭔데요?’ 취업을 하는 사람은 우리지, 타인이 아니에요. 그들이 우리에게 어떤 모습과 역할을 강요할 순 없어요. 자신이 서 있는 자리에 얽매여서 자신을 잃어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나다운 게 뭔지, 그런 게 존재는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주변의 시선과 압박에서 자유로이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살아갈 때 우리는 가장 아름다워요. 이제 더 이상 잃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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