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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자기소개서는 안녕하십니까? - 직무와 직장에 대해 분석하라


 A회사의 자기소개서를 방금 작성한 당신. 마감 시일에 겨우 맞추어 제출하고 나니, 취업사이트에서 당신이 가고 싶어 하는 B회사의 공고가 눈에 들어온다. 마감은 내일. 머리는 이미 깨질 것 같지만 원서를 안 낼 수는 없는 일. 부랴부랴 B회사의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자기소개서 항목을 확인한다. 기존에 작성한 자기소개서와 비슷해 보이는 항목들은 그대로 Ctrl + c, v를 통해 채워 넣는다. 어떻게 해도 새로 써야 할 것 같은 두 가지 항목은 고민 끝에 내일 쓰기로 한다. 비슷해 보이는 내용을 계속 쓰는 것도 신물이 날 지경이다. 기존의 것을 그대로 쓰자니 무엇인가 내용이 다른 것 같고, 완전히 새로 쓰자니 너무 힘들고 그야말로 진퇴양난이다.  

    

 A회사의 인사담당자 K과장. 채용이 주 업무는 아니지만 채용 시기에 접수되는 수많은 자기소개서를 채용 담당자만 소화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 이번에 K과장이 읽어야 할 자기소개서의 양은 400명분이다. 주어진 시간은 일주일 남짓. 본인의 업무도 바쁘지만 혹시나 누군가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K과장은 자기 몫의 자기소개서들을 열심히 읽으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회사의 일이라는 것이 그것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자기소개서 또한 재미있기가 어려운 내용들인 덕분에 K과장의 의욕은 시간이 지날수록 바닥에 가까워진다. 그래도 쭉쭉 읽다 보니 잘 썼다 싶은 자기소개서가 있는데, 이게 웬걸, 어이없이 결론에 B회사에서 열심히 일하겠다고 쓰여 있다. 그렇게 작성한 상황이 이해는 되는데, 그래도, 참 어찌해야 하나. K과장은 오늘도 자기소개서 때문에 진퇴양난이다.      

 

 

 자기소개서는 사실 취업준비생과 인사담당자 모두에게 고역입니다. 작성도 쉽지 않고 평가도 쉽지 않습니다. 글이라는 것이 쉽게 써질 것 같아도 막상 써보면 만만치가 않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글을 작성해도 그것으로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더욱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글의 어려움 덕분에 글만큼 그 사람에 대해 잘 드러내 보이는 것도 없습니다. 특히 자기소개서의 경우 자신에 관한 이야기를 쓰는 것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덕분에 잘 작성된 자기소개서는 소위 말하는 스펙을 뛰어넘는 일을 해냅니다. 하지만 실제 저의 경험에 비추어볼 때, 그런 놀라운 일을 해내는 자기소개서는 전체에서 10%가 조금 못 되는 것 같습니다. 자기소개서 중 대략 80% 정도는 크게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인상을 주고,  절대로 합격할 수 없는 자기소개서와 무척 잘 써진 자기소개서가 나머지 20%를 차지하는 것 같습니다.      

 

 취업이 확률게임이라는 것을 감안할 때 명심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잘 써진 10%의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무척 중요하고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자신의 자기소개서가 비슷한 평가를 받는 80%의 자기소개서 범주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설마 ‘내가 쓴 자기소개서가 절대로 합격할 수 없는 자기소개서가 되겠어?’라는 생각을 할 수 있겠지만, 실제로 벌어지는 일입니다. 상위 10%의 자기소개서를 쓰는 것 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자기소개서로  떨어지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자신이 지원한 직장과 직무에 대해 분석하는 것입니다. 인사담당자는 당신의 자기소개서가 자신의 회사에 대해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면 가차 없이 절대 합격할 수 없다는 평가를 내릴 것입니다.     

 

 먼저 직장을 이해하는 것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앞서의 글(취업을 위한 기본, 그러나 너무 쉽게 버려지는 것Ⅱ)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직장을 이해하는 것은 직장의 핵심 활동을 이해하는 것을 뜻합니다. 지난번보다 조금 더 세밀하게 직장의 핵심 활동을 이해하는 것에 대해 단계별로 살펴보겠습니다.      

 

 (1) 돈을 어떻게 버는가?

 (2) 시장 상황은 어떤가?

 (3) 지금 현재 이 회사의 주된 고민은 무엇인가?

 (4) 회사의 분위기는 어떤가?     

 

 (1) 번은 말 그대로입니다. 이 회사가 돈을 버는 구조에 대해 이해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자동차를 생산해서 판매한다든지, B나라의 물건을 수입해서 C나라에 판다든지 하는 이러한 기본적인 회사의 매출과 이익이 발생하는 구조에 대해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눈으로 쓱 보고 넘어가기보다는 상상을 해 보시기 바랍니다. 회사에서 자동차를 만든다면 무엇에 관해 신경을 쓰고 있을지, 만든 자동차를 판매한다면 무엇에 관해 신경을 쓰고 있을지 등 구체적인 활동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하시기 바랍니다. 상상하지 않으면 ‘무엇을 한다’라는 활동이 말로 끝나버리지만, 상상을 하게 되면 ‘무엇을 한다’라는 활동 다음에 파생되어 생기는 활동들이 나타나게 됩니다. 그 부분들을 함께 이해해야 진정 (1) 번을 이해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2) 번은 이 회사의 경쟁상대 들과 앞으로의 전망과 관련된 것입니다. 경쟁상대인 회사들은 인터넷 검색만으로도 금방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경쟁사 대비 회사의 업계 내 위치 또한 쉽게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의 전망은 기본적으로 연초 혹은 연말에 제시되는 각종 경제연구소나 증권사에서 발행하는 산업별 전망을 확인하는 것이 편리합니다.      

 

 (3) 번은 (1), (2) 번을 보았다면 확인 가능한 사안입니다. 회사는 기본적으로 더 많은 매출과 더 많은 이익을 추구하기 때문에, 주된 고민은 매출이 확대되지 않거나 이익이 많이 나지 않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회사가 좋지 않은 상황이 오는 것은 경쟁사가 잘 해서 혹은 외부 여건이 좋지 않거나, 해당 산업이 사양산업이 되는 등의 이유입니다. 이런 사항들은 (2) 번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도출할 수 있을 것입니다.      

 

 (4) 번은 쉽게 찾을 수도 있고 찾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회사는 기본적으로 조직문화라는 것이 있습니다. 조직문화라는 것이 거창해 보이지만 사실 그 회사에서 생활하는 사람들 간의 암묵적인 행동 규범 같은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어떤 회사는 소위 말하는 군대같이 상명하복이 강한 대신 인간적인 정이 많은 반면에 어떤 회사는 개인의 사생활에 대해 전혀 간섭하지 않는 대신 성과에 대한 신상필벌이 매우 강력한 경우 등 회사별로 조직문화는 차이를 보입니다. 통상 같은 업종 혹은 같은 대기업 계열은 비슷한 조직문화를 가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조직문화 또한 인터넷으로 일부 확인할 수 있겠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은 현직자 혹은 퇴직자에게 이야기를 듣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이렇게 직장에 대한 여러 정보를 수집하고 이해가 끝났으면 머릿속에 한 가지가 떠올라야 합니다.      

 

 ‘회사는 새로 채용하는 사람들에게 무엇을 기대할 것인가?’     

 

 회사가 어떻게 돈을 벌고 어떤 고민이 있는 상황인지를 이해했다면 그 회사에 새로이 입사할 사람들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영업이 핵심 활동인 회사라면 당연히 신입사원이 영업을 잘 하는 혹은 잘 할 수 있는 사람이거나 영업이 잘 이루어지게 만들어 줄 사람이기를 바랄 것입니다. 

 

 직무에 대한 이해 또한 여기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회사는 더 많은 이익을 목표로 움직이기에 돈을 벌어들이는 주된 활동에 집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앞서의 예처럼 영업이 핵심 활동인 회사에서 영업이 아닌 직무를 맡는다고 해도 결국 영업이 잘 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할 수밖에 없습니다. 어떠한 직무를 맡는다고 해도 결국 회사의 주된 활동을 중심으로 모든 활동이 구성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물론 특정한 직무별로 기본적으로 요구하는 지식은 당연히 알고 있다는 전제하에서 말씀드리는 겁니다.)     

 

 준비과정은 당연히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자신이 가고자 하는 업종에 속해 있는 하나의 회사에 대해서 조사하고 나면 나머지 경우들은 쉽게 준비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른 업종을 한다고 해도 한 번 해본 경험 덕분에 처음 하는 것보다는 훨씬 수월하게 준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인사담당자의 마음을 움직여야 가능한 10%의 심동(心動) 자기소개서는 결국 공감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직장과 직무에 대해서 이해하는 것이 필수라는 것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공감할 수 없는 이야기에 감동받지 못합니다. 공감을 위한 기본은 상대방에 대한 이해입니다. 더욱이 자기소개서는 특정한 회사를 가기 위한 것이므로, 그 회사에 대해 깊이 이해할수록 인사담당자의 마음을 움직일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다섯 번째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다음 이야기는 

 당신의 자기소개서는 안녕하십니까?Ⅱ - 문항을 분석하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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