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을 잘 본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면접관의 질문에 대답을 잘 하는 것일까요? 그런데 대답을 잘 했다고 생각했는데 불합격하고, 대답을 잘 못했다고 생각했는데 합격하기도 합니다. 잘하고 못하고의 기준이 지원자 자신이기 때문일까요?
면접 준비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정답을 찾으려는 태도입니다. 면접은 평가이지만 정답이 있는 시험이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면접은 그 회사에 지원한 사람이 실제로 어떤지를 확인하기 위한 과정입니다. 자기소개서와 같은 서류에서는 추상적으로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확인하지만, 면접은 실제 모습을 확인하는 자리입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여러 사람들 중 회사에 적합한 사람을 찾고 싶어 합니다. 정말 적합한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을 선택하겠지만, 현실에서 그러한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주어진 짧은 시간 안에 최선이 없다면 차선을, 아니면 차악을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일 수밖에 없습니다.(물론 최선의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면 아예 채용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경력직을 채용하는 경우에 많이 나타나는 일입니다.) 즉, 채용을 진행하는 회사에서도 이것이 정답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습니다. 누군가 정답을 말한다고 해도 그 정답은 해당 인사담당자의 기준에서만 정답일 뿐입니다.
그렇다면 면접에 대해서는 아무런 준비를 할 수 없는 것일까요? 면접의 가장 큰 준비는 자기 자신의 솔직한 모습을 보기 좋게 드러내는 것입니다. 자신의 솔직함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연기에 능숙하지 않은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사람이 국민배우가 될 수 없듯이, 이십 년 이상 쌓여 만들어진 자신의 모습을 완벽하게 숨기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게다가 대부분의 면접관은 지원자들보다 훨씬 많은 사람을 보아왔고, 평가해왔으며, 자신이 채용한 직원이 근무하는 모습도 보았습니다. ‘그래 이 회사는 이런 모습을 좋아한다니까 이런 식으로 보이도록 해야지’라고 생각하고, 지원자가 인위적으로 자신의 모습을 특정한 모습에 맞추려고 꾸미는 것은 좋은 결과를 낳기 어렵습니다. 당연히 면접관 입장에서도 지원자의 진실함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기 쉽습니다.
모든 사람이 장단점과 강약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정한 회사에 특정한 성격을 가진 사람만 근무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지원자 본인이 가지고 있는 자신의 모습에서 특정한 회사가 좋아할 수 있는 부분을 드러내는 것 , 그것이 앞에서 말씀드렸던 ‘보기 좋게’ 자신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모습에서 특정한 회사와 맞는 모습을 잘 드러내는 것이므로, 면접의 준비는 회사에 대한 공부가 중심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회사에 대한 기초적인 상식은 외워도 좋겠지만 무리해서 과도한 지식을 암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하는 회사이고 어떤 것이 중심인 회사이고 어떠한 사람을 좋아할 것인가 입니다. 그에 대한 준비가 된다면 지원자 자신이 특정한 회사에 다녀야 하는 혹은 다니고 싶은 이유에 대한 답 또한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사실 면접에서 자주 나오는 핵심적인 질문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다른 지원자들을 너무 의식해서인지 잘하려는 마음에 본인이 능력을 보여주지 못 하는 경우들도 있습니다. 실제 필자가 면접관을 하면서 경험한 일입니다. 지원자 열 명에게 한 가지 토론 주제를 주고 다섯 명씩 찬반으로 입장을 나누어 토론을 실시하는 면접이었습니다. 준비하는 과정에서부터 토론까지의 과정을 면접관은 관찰만 하면서 평가를 하게 되어 있습니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참여는 어떻게 하는지, 경청은 잘 하는지, 자신의 의견은 가지고 있는지 등등 주어진 30분의 시간 동안 토론 준비를 하는 지원자들을 지켜보며 필자는 평가를 진행했습니다.
본 토론이 시작되었고 10명의 지원자들은 열심히 의견을 개진하며 토론을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유독 1명의 지원자가 눈에 띄었습니다. 토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나름 열성적으로 참여했었지만 정작 본 토론에서는 발언을 하지 않았습니다. 통상 그런 토론 면접에서는 5명의 지원자들이 본 토론에서 각각 최소 한 번씩은 발언할 수 있도록 발언 내용을 정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그 지원자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발언을 하지 않았습니다. 같은 팀의 다른 지원자가 그 지원자의 발언 내용을 먼저 말하는 것 같지도 않았습니다. 토론 중간에 조금씩의 정적 같은 공백이 있었지만 그 지원자는 결국 발언하지 않았습니다. 본인도 계속 말을 하려고 시도하는 것이 면접관인 필자에게도 느껴졌지만 끝내 발언하지 않았습니다. 다른 사람의 발언에 리액션하는 모습을 보아서는 과도하게 긴장하고 있다는 느낌도 아니었습니다. 아마 그 지원자는 잘 하고 싶었을 것입니다. 지금 말하고 있는 다른 지원자보다 잘 말해야지라는 마음이 그 지원자의 마음이었을 것입니다. 결국 그렇게 토론이 끝났고, 필자는 무척 안타까웠지만 본 토론 관련해서는 낮은 점수를 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면접이 끝나고 지원자들이 나간 후 옆에 있던 다른 면접관이 스치듯 이렇게 말했습니다. ‘말을 안 하니 어떻게 할 수가 없네.’
여러 명이 동시에 치르는 면접에서 옆 사람보다 잘해야겠다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면접은 정답이 없는 시험입니다. 동일한 회사의 면접도 어떤 면접관이 보느냐에 따라 결과가 다르기 십상입니다. 너무 잘해야겠다는 생각은 정말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조차 드러내지 못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지원자 자신이 생각하는 ‘잘 하는 것’이 면접관이 생각하는 ‘잘 하는 것’과 같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자신의 솔직한 모습을 드러내도록 하되 그 부분을 회사라는 기준에서 볼 때, 어떤 부분에 강약을 주는 것이 현명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시기 바랍니다.
열세 번째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다음 이야기는
누가 최종 합격을 하는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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