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대단한 나라다. 극심한 굶주림의 문제를 걱정하던 상황에서 지금의 경제 수준까지 발전하는 데 60여 년의 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러한 경제 성장의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들이 제시되지만, 모든 의견에 공통적으로 드러나 있는 것은 ‘사람’의 힘이다. 경제 발전의 구체적인 이유들에 대해 저임금이나 높은 교육 수준 혹은 강한 동기부여 등을 꼽을 수 있겠지만, 그러한 이유들은 결국 ‘사람’의 힘으로 정리할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한국 경제 특히 산업 부문의 발전에서 ‘사람’은 많은 비용을 들이지 않으면서도 어느 정도 이상의 생산결과를 낳을 수 있고 또한 쉽게 대체할 수 있는 자원으로 여겨져 왔다. 덕분에 임금은 가능한 적게 주면서 노동시간은 가능한 길게 그리고 ‘사람’에게 추가적인 비용을 들이지 않으려는 생각이 암암리에 한국 사회에 자리 잡게 되었다. 사실 회사를 경영하는 경영자의 입장에서 비용을 적게 지출하려는 생각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게다가 ‘사람’이라는 존재가 생산을 위해 필요한 원료와 설비라고 생각된다면 경영자는 당연히 그에 대한 비용을 줄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사실 그러한 전략 덕분에 현재 국제시장에서 소위 말하는 경쟁력을 가지는 한국의 주된 산업들이 성장할 수 있었다.(물론 정부가 중심이 되어 몇몇 대기업 중심의 경제정책을 수행한 것 또한 무시할 수 없는 경제성장의 이유이다.)
[출처: 2015 상반기 KDI 경제전망, 2015)
문제는 이러한 방식의 성장전략이 현재 먹혀들어가지 않고 있다는 것에 있다. 최근 한국 경제는 수출품목의 구성과 후발 국가의 추격이라는 측면에서 90년대 초부터 장기적인 수출 부진을 겪었던 일본과 유사한 상황에 놓여 있다. 물론 그러한 가장 큰 이유는 중국의 수출경쟁력 상승이다. (2015 상반기 KDI 경제전망, 2015) 소위 ‘따라잡기’(Catchup) 전략으로 일본이 국제 시장에서 차지하고 있던 분야를 빼앗아온 한국이었지만 똑같은 상황을 역으로 중국에게 당하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은 더욱 빠르게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저임금으로 대표되던 중국은 세계의 생산기지라는 타이틀을 베트남으로 넘겨주고 있다. 추후 노동집약산업은 베트남, 첨단사업은 중국으로 집중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등장하고 있다.(국제 통상환경 변화와 글로벌 생산기지 변화 동향(KOTRA), 2016) 저렴한 인건비에 기초한 성장전략은 ‘더 싼’이라는 구호를 가지고 빠르게 생산기지를 변경할 것이며, 한국은 이미 그러한 생산기지의 후보군에서 사실상 배제되어 있다.
결국 한국 경제에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답은 사실 나와 있고 모두가 알고 있다. 현 정부가 이야기하는 ‘창조경제’라는 단어 그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러한 창조경제는 결국 처음에 언급한 ‘사람’만이 가져올 수 있는 결과다. 흔히들 말하고 모두들 알고 있는 것처럼 ‘사람’을 통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 다만 전처럼 ‘사람’을 투입과 산출의 개념으로 접근해서는 현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답을 얻을 수 없다. 늘 그랬던 것처럼 ‘사람’을 생산과정의 원재료나 설비와 같은 개념으로 접근하는 순간, 새로운 것의 창조는 복권이 당첨되는 것과 같은 확률로 발생할 것이다.
어떤 과정이 혹은 무엇이 ‘사람’으로 하여금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낼 수 있게 하는지는 아직까지도 명확하지 않다. 다만 한 가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얻어걸리는 것’이 많다는 사실이다. 처음에 시작할 때는 이렇게까지 성공할 것이라고 대부분이 생각하지 않았지만, 어느 순간 대세가 되어버린 물품과 서비스들은 최신의 스마트폰이나 SNS를 예로 들지 않아도 인류의 역사에서 항상 있어왔다.
그렇다면 ‘얻어걸리는 것’이 어떻게든 자주 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그나마 새로운 것의 출현을 가능하게 하는 방법일 것이다. 그런데 ‘사람’을 자로 잰 듯이 숫자로만 평가하고 이해하려는 기존의 방식이 과연 그러한 환경일까? ‘얻어걸리는 것’은 말 그대로 얻어걸리는 것이니까 기존의 방식과 환경에서 불가능한 것이라고 하지는 않겠다. 그런데 주어진 미션과 과업에서 벗어나는 것이 용납되기 어려운 기존의 방식에서 ‘얻어걸리는 것’이 출현할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다.
사실 이와 관련한 시도들은 시작되었다.
'삼성·LG 일하는 방식 확 바꾼다.. 직급·평가체계 혁신'
'삼성·LG전자 "망하면 돌아오라" 사외벤처 전폭 지원'
이러한 시도들은 결국 ‘새로운 것’을 ‘사람’을 통해 만들어내고 얻어내기 위함이다. 이를 위해 한국 굴지의 대기업이 선택한 것은 흔히 말하는 HR부문의 변화다. HR. Human Resources의 줄임말로 한국에서는 흔히 인사·연수 등으로 대체되는 이 단어는 결국 조직에서 ‘사람’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를 의미한다. 결국 ‘새로운 것’, ‘얻어걸리는 것’을 만들고 얻기 위해서 조직들은 ‘사람’을 다루는 방식에 대한 접근을 달리하려는 시도를 하는 셈이다.
이러한 시도들에 대해서 부정적인 코멘트를 할 마음은 전혀 없지만, 실제 잘 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드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아마 습관처럼 버릇처럼 해외의 이론과 사례들을 차용하고는 실패와 변질의 결과가 나타나는 것을 많이 보아 왔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많은 조직에서 격언과 구호처럼 HR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해도, 이도 저도 아닌 결과를 얻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좋다는 말을 듣고 새로운 제도를 도입했는데 직원들의 반응이 별로인 경우, 고생 끝에 도입한 제도가 실질적인 변화를 일으키지 않는 경우 등
이미 떠난 직장이지만 필자는 직전의 회사에서 인사평가/보상, 인사제도 관련 업무를 4년 정도 했었다.(게다가 온갖 잡일을 비롯한 인사 제 분야의 일을 두루 경험했다.) 그리고 학부에서는 교육학을 대학원에서는 정치학을 공부했다. 전혀 무관해 보이는 이러한 경력들은, 사실 ‘사람’을 이해하고 상황에 적합한 접근방법을 찾는다는 측면에서 묘하게 얽혀 필자 나름의 관점을 만들어 주었다.
이제 그러한 관점을 바탕으로 HR, 한국의 HR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전략적 성격의 총론적 관점에서부터 채용, 육성, 평가, 보상 등 세부적인 각론까지의 이야기를 통해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의미 있는 관점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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