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이 잘 되려면 유능한(유능할 수 있는) 사람들이 시너지를 내며 일해야 한다. 이런 과정에 꼭 필요한 것은 상호간의 소통이고 서로에 대한 피드백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피드백이 참 어렵다는 것에 있다. 피드백은 긍정적일 수도 있고 부정적일 수도 있지만, 사람들에게 아무런 통제 없이 피드백을 하라고 하면 부정적인 것을 더 많이 쏟아낼 것이다. '이것이 문제이고 저것이 잘 안 되고..'
부정적인 피드백은 필요한 것임에는 틀림없지만 꼭 좋은 결과만을 가져오지는 않는다. 사실 좋은 결과보다 나쁜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가 더 많기도 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판받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그것보다 중요한 점은 부정적인 피드백이 변화를 촉진하기 보다는 분란을 만드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조직에서 누군가에게 영향을 미치는 의사소통 방식은 '당근'과 '채찍'으로 구분할 수 있다. 다들 알고 있듯이 칭찬과 비판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지만, 긍정적인 피드백만으로 좋은 효과를 거두기는 참 쉽지 않다. 더 큰 혹은 더 중요한 문제는 당근을 잘 사용할 줄 아는 리더나 관리자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 당근을 잘 사용하는 사람이 없으니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잠시 접어두자. 하지만 중요한 것은 채찍을 잘 사용하는 사람 또한 존재하느냐이다.
사실 조직은 하나의 목적을 위해 둘 이상의 사람이 모여 일하는 곳이다. 그런데 누군가는 그 목표를 위해 앞뒤 안가리고 달려들지만, 누군가는 그렇지 않다. 사실 대부분이 그렇지 않은 누군가라고 해도 좋다. 사실 비극은 여기서 시작된다. 많은 조직에서 창업자 혹은 그에 준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가지는 목적의식을 자신들이 지시하는 혹은 조직의 하급직원들에게 전파하고 따를 것을 종용한다. 그런데 그게 잘 되는가? 그걸 잘 하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잘 하는 사람은 얼마나 있을까? 그래서 그걸 잘 하는 사람이 능력있는 경영자로 혹은 성과를 내는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으로 추앙받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하물며 말도 물을 먹이기 위해 물가로 끌고 갈 수는 있어도 물을 먹일 수는 없는데, 사람은 오죽할까?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 등장하는 것이 바로 부정적인 피드백이다. 채찍은 창업자, 리더 혹은 관리자라면 손쉽게 휘두를 수 있는 수단이다. 진행되지 않는 혹은 마음에 들지 않는 일에 대한 부정적인 피드백.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꼭 해야 하는 질문이 있다. 이 피드백의 목적은 무엇인가?
일이 잘 되지 않는 것에 문제의식이 있다면 그리고 그에 대한 대응을 해야 한다면, 결론은 심플하다. 일이 원하는 대로 혹은 잘 되기 위한 방법을 강구하고 실행하면 된다. 이를 위한 수단으로 존재하는 피드백은 어떤 성격을 가지든 상관없다. 그렇다면 일의 교정 혹은 발전을 위한 피드백은 그러한 목적에 부합한 것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물론 그러한 목적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그러한 피드백을 경험하는 당사자에 대한 이해가 필수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실제 그러한가? (필자는 굉장히 이질적인 조직들을 여러 차례 경험했지만 그러한 고민이 있는 관리자나 리더를 만나지는 못한 것 같다. 오히려 인간에 대한 리더의 신념과 생각이 피드백의 형태를 결정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비판으로 칭해지는 부정적인 피드백이 영향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의 날카로운 지적이 사업의 성공을 가져오기도 하고, 누군가의 뼈아픈 비판이 사업의 막대한 실패를 예방하기도 한다. 그런데 문제는 정말 다 그러한 비판인가라는 것이다.
비판을 하기란 사실 쉽다. 잘 되기 위한 방안을 내놓는 것은 정말 어렵고 내놓아도 검증을 통해 박살나기 일쑤지만, 비판은 그렇지 않다. 문제를 지적하는 것은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 보다는 쉽다. 하지만 문제는 거기에 있다. 비판은 너무나 중요하고 필요하지만 위치를 잊어서는 안 된다. 대안 없는 비판은 필요없는 것이 아니라 환영되어야 하지만 그러한 비판으로 현상이나 대안이 깡그리 없어져서는 안 된다. 비판은 도약을 위한 주춧돌이어야지 존재하는 것을 없애는 무기가 되어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게 문제다. 주목받는 무엇인가 혹은 누군가가 되기 위해서 수위를 가리지 않는 비판이 난무하는 건 어떻게 보아야 할까?
이채롭게도 타인 혹은 하급자에 대한 비판이 날이 서있고 날카로운 사람일수록 자신에 대한 비판에 예민했던 기억이 있다. 사실 타인에 대해 관대한 사람이 자신에 대한 비판에 대해서도 잘 받아들이는 느낌이었다. 솔직히 말해 예민한 이들은 자신이 다칠까봐 더 가시를 뻗치고 있는 느낌이었다. 자신에 대해 여유가 없으니 타인에 대해서도 여유가 없는 느낌마저도 들었다.
그런 점에서 넷플릭스의 피드백에 대한 4A원칙은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피드백을 주는 사람이 가지는 원칙(Aim to assist, Actionable), 받는 사람이 가지는 원칙(Appreciate, Accept or Discard)은 조직내에서 존재하는 피드백의 존재 이유에 대한 근원적인 해답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조직이 처해 있는 상황과 역사에 따라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맞지 않다. 하지만 우리가 왜 모여서 조직이라는 것을 만들어 일하고 있고 그 안에 왜 위계가 존재하며 그리고 왜 이러한 피드백이 오가는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 성실하게 답변하도록 노력한다면, '비판'이라는 것의 적절한 위치를 찾는 단초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조직을 아끼고 도약을 생각한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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