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데없는 일에 시간 낭비 하지 말라'
'선택하고 집중하라'
'너 나이를 생각해서라도 이제 한가지를 정해라'
나는 이런 조언들이 고맙지 않다.
나의 상황을 진심으로 숙고한 끝에 해주는 조언 이라기보다 그냥 아주 좋지도 아주 나쁘지도 않은 '안전한' 조언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 사람의 인생을 관통하는 일관된 주제를 찾는 일은 젊은 나이에 할 일이 아니며, 또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빨리 한가지 목표를 결정하라고 수없이 재촉한다.
곰곰이 되짚어보니, 내게 그런 조언을 해주는 사람들 대부분은 진정 내가 원하는 삶의 목적이나 비전을 듣고 싶어하는 게 아니라 '아주 그럴싸한' 목적의식이나 직업적 열망을 듣고 싶어 나를 독촉한 게 아닐까 싶다.
만약 내가
'저는 평생 남을 놀라게 하는 삶을 사는 게 목적입니다' 라고 대답한다면, 그들은 분명 '그래서 어떤 직업을 갖고 싶은데?' 라고 다시 물어볼 것이다. 자신의 상식으로 이해할 수 있는 대답이 나올 때까지.
교수, 공무원, 대기업 사원은 목적이 될 수 있지만, 남을 놀라게 하는 삶은 목적이 될 수 없는 것일까? 전자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견이 없으나 후자에 대해서는 수많은 질문과 질책이 따르는 것은 왜일까? 나와 다른 삶에 대한 단순한 호기심에 그런 것일까? 혹시 구체화된 이미지를 떠올릴 수 없으면 불안하거나 거부감이 들기 때문은 아닐까? 한 사람의 삶의 목표가 직업으로 표현되어야 하는 분명한 이유가 있을까? 직업이 아닌 살고자 하는 삶의 모습을 표현했을 때, 왜 수많은 질문과 눈초리에 시달려야 할까?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갖고 있는 상식의 폭이란 생각보다 아주 좁은 것 같다.
상식의 폭이란 즉, 그 사람의 삶의 폭이기도 하다. 때문에 상식의 폭을 깨고 나오는 건 바꿔 말해 그동안 살아온 삶의 방식을 뒤엎는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절대 쉬울 리가 없다.
그래서 왜 나를 좌절 시키느냐고 비난 할 수도 없고, 또 마찬가지로 그들을 설득하고 그들에게 인정받으려고 공을 들일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그냥 상식이 다를 뿐이다.
나는 내 식대로 나의 상식을 만들어가면 된다. 그래서 나는 나이 운운하는 말들을 내 상식에서 지울 것이고, 내 인생을 관통하는 거대한 주제를 찾는 일을 단기간에, 그것도 이렇게 미숙한 순간에 결정하려고 덤벼드는 것 또한 내 상식에서 벗어나는 일이라 여길 것이다.
이리저리 기웃거리다가 죽도 밥도 안되니 되도록 한가지를 빨리 정해서 하라는 말도 일리는 있지만 당분간은 듣지 않을 것이다.
누군가 흘린 말처럼,
미친듯이 변화하는 세상에서 안정된 일을 하는 것만큼 위험한 게 없다는 생각이 지금의 내 상식이고, 그러니 앞으로도 여기저기 더 기웃거려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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