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한 지 정확히 2개월 차가 되는 날, 나는 취준생 시절 생겼던 스트레스성 식도염이 재발해 하루 종일 헛구역질에 시달렸다. 벌거벗겨진 회사의 민낯을 보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하나의 목적을 위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협력하고 있는 곳이 회사구나'라는 감상 어린 시각은 어느샌가 '자기를 대신해 모든 실수와 책임을 뒤집어써줄 희생양을 찾아 불을 켜고 달려드는 동물들의 집합체'라는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뀌었다. 월요병이 심하다 못해, 일요일 오전부터 회사 갈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다. 밤새 회사에서 시달리는 꿈을 꾸다 잠에서 깨길 반복했고, 출근할 때도 퇴근할 때도 그저 비관적인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내 주변 사람들에게 까칠하게 날을 세워 대응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나는 그런 내 무의식적인 반응에 너무 놀랐고, 두려웠다. 하루 이틀 일 할 것도 아니고 앞으로 몇십 년 가까이 회사생활을 할 확률이 높은데, 앞으로도 회사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이런 식으로 내 주위 사람들에게 풀게 될까 봐 두려웠다. 특히, 내가 너무 사랑하지만 또 그만큼 나를 잘 받아주고 이해해주는 나의 가족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나도 모르는 새에 공격적으로 대하게 될까 봐 무서웠다. 지금이야 초년생이라 이런 나의 모습에 대해 낯설어하고 경계할 줄 안 다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이 마저도 무뎌질 수 있겠구나 싶었다.
너무너무 불행한 일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 자신에게도, 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도.
스위치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회사에서는 회사인으로서 스위치가 켜지고, 일상에서는 일상인으로서의 스위치가 켜지는. 그래서 회사에서 받은 모든 스트레스는 회사인 스위치가 꺼지는 순간 완벽하게 차단되어 일상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말이다.
하지만 나는 '회사인으로서의 나' 역시 내 일상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회사에서의 삶과 나의 일상이 꿀렁꿀렁 섞여서 회사에서의 스트레스를 일상 깊숙한 곳까지 끌고 들어와서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다.
짧은 직장 생활을 통해 느낀 건, 그간 자기계발이니 뭐니 하면서 너무 쉽게 간과해왔던 '잘 쉬는 삶'이 선택적 요소가 아니라 나와 내 주변을 지키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라는 것이다. 취업, 회사를 포함한 외부로부터 받은 스트레스에 내 모든 일상이 점령당하지 않으려면 우리는 잘 쉬어주는 삶을 통해 스트레스의 스위치를 잘 차단하는 방법을 이해해야 한다.
덧붙여 내 경험상, 자기가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운동이 스위치를 차단하는 매우 좋은 방법인 것 같다.
너무 자주 들어 식상하겠지만, 정말 신기하게도 몸을 쓰고 땀을 흘리다 보면 머릿속을 헤집고 다니던 회사 생각이 희미해질 뿐만 아니라, 내 신체의 역량을 느끼다 보면 마음 역시 대범해지면서 정신적인 스트레스로부터 해방되는 느낌을 받는다.
꼭 운동이 아니더라도 좋다.
내 삶이 외부의 스트레스에 끌려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우리는 정말 '잘' 쉬는 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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