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쓸 일도 많고, 눈치 볼 일도 많아 이래저래 에너지를 소진하다보면 생각을 많이 해야하는 책보다는 생각없이 웃고 즐길 수 있는 책이 끌리곤 합니다.
그래서인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스트레스가 많은 요즘엔 무거운 책보다는 가볍게 읽어 넘길 수 있는 책들만 골라 읽었습니다.
지인의 집에서 우연찮게 집어든 백범일지도 읽어야겠다는 목적보다는 시간이나 때울까 하는 생각에 슬렁슬렁 책장을 넘기다가 어쩐지 읽게 된 책입니다.
한국인이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 목록에 어김없이 들어가는 이 백범일지는 '반드시 읽어야 한다'는 수식어만큼이나 손이 잘 가지 않기도 하고, 또 왠지 경건한 마음가짐으로 읽어야 할 것 같은 책이라 무겁게만 느껴졌던 책이었습니다.
그래서 의식적으로 피해왔던 책인데 읽으면서 생각지도 못한 위로를 건네받아 놀랍기도 하고 즐겁기도 했습니다.
엄밀히 말해 즐거움이라기보다 반가움이었습니다. 진로가 막막해서 마음이 무거운 나처럼, 청년 김구도 진로가 막막해서 여기저기 기웃거렸나보구나 싶어서 반갑기도하고 위안이 되기도 했습니다.
또 한편으론, 시대불문하고 진로고민이란게 이렇게나 무서운 놈이구나 싶어 우습기도 했습니다.
누구나 다 품에 안고 사는 고민인 것을, 왜 그렇게 나 혼자만 세상 다 짊어진 것처럼 괴롭게 받아들였을까 싶었습니다.
누구나 다 품에 안고 사는 고민인 것을, 왜 그렇게 나 혼자만 세상 다 짊어진 것처럼 괴롭게 받아들였을까 싶었습니다.
어느 위치에서 어느 일을 하든 저는 꽤나 오랫동안 진로고민을 할 것 같습니다. 물론 고민만 하면서 주저앉아 있는 일은 없어야겠지만요.
청년 김구도 이렇게 진로고민을 많이 했는데, 범인인 제가 평생 진로고민을 하는 건 어쩌면 그리 안타까운 일도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백범일지는 당장 다음달 월세를 감당할 돈이 없어 청사존폐를 고민하던 상해임시정부 시절, 그 허름한 건물에서 쓰여진 책입니다. 뜻을 함께하던 동지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잡혀가서 고문을 당하던 그 시절, 김구 선생께서 어떤 마음으로 이 일지를 쓰셨을 지 가늠조차 안됩니다. 그럼에도 제가 이렇듯 가벼워 보이는 서평 아닌 서평을 쓴 건, 저처럼 어려워보여서 손댈 생각조차 않고 있는 누군가가 조금이나마 부담을 내려놓고 이 보물같은 일지를 들여다봤으면 하는 바람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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