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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뛰어들기 이전까지 주변의 그 누구도 저에게 ‘삶이 뜻대로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 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거듭되는 실패와 좌절이 당황스러웠으며, 그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해 우울한 시간을 보내곤 했습니다.

 

그동안 저는 제 삶을 차근차근 계획하고, 계획한 대로 노력하면 그렇게 살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제 주변 사람들이 항상 저에게 다음 계획을 물어보니, 저는 당연히 다음 계획이 매번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열심히 노력하면 된다고들 말하니, 저는 당연히 제가 계획한 대로 열심히 노력하면 다 이루어지는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연인 간의 문제나, 시험, 취업, 결혼 문제 등 저를 둘러싼 중요한 문제들이 제 의지와 노력과는 상관없이 흘러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어렴풋하게나마 압니다. 제가 예상치도 못한 것들이 저의 계획을 뒤틀어놓을 수도 있고, 제 노력의 절반도 보답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음을 이제야 배웁니다.

 

이처럼 삶의 허약한 토대 위에서 스스로를 지키고, 낙관주의를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작가는 맨 마지막 장에서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스케이트에 비유해 말합니다.

 

‘굳어지지 말 것, 무릎을 굽히고 균형을 잡을 것, 어떻게든 앞으로 나아가려고 애써볼 것.’

 

저는 아직 미숙하고 혼란스러우며 주변의 소리에 이리저리 휘둘리고 있어, 전과 같이 또 쉽게 우울해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한 편으로는 삶이 뜻대로 되지 않을 수도 있으며, 그럼에도 절대 실망하지 말라고 이야기해주는 사람이 한 명 있는 것 같아 위안이 됩니다.

 

 

<빅 퀘스천>에 나오는 몇 가지 질문들에 대한 생각

 

1. 행복은 순간순간 나타나는 것일까?

저는 분명 행복하고 싶은 사람이지만, 어떻게 해야 행복할지 생각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성취로부터 오는 대단한 행복감은 느껴본 적이 없고, 그냥 맛있는 맥주를 마셨을 때, 좋아하는 사람들이랑 시시콜콜 농담할 때, 낯선 여행지에서 상상도 못 한 풍경을 접했을 때 소소한 행복감을 느끼곤 합니다. 이것들을 합쳐보면, ‘낯선 여행지에서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맥주를 마실 때’가 가장 행복한 순간인데, 이 나이에도 일 없이 계속 그렇게 사는 사람을 보고 우리는 흔히 ‘백수’라고 말하거나 혹은 '철없는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그런 말을 듣고도 제가 마냥 행복을 느낄 수 있을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연봉 8천에 매년 한 달간 휴가를 쓸 수 있는 좋은 직장에 다녀서, 그 한 달의 휴가 동안 저런 삶을 즐기는 거라면 아마 더 행복하지 않을까요? 요컨대, 현실적인 문제들이 저를 괴롭히지 않는다면, 저는 더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행복은 매 순간 모습을 드러내지만, 그 찰나의 행복을 붙잡는 것은 스스로가 행복을 돌아볼 여유가 있을 때에야 비로소 가능한 것 같습니다.

 

2. 인생의 덫은 모두 우리 스스로 놓은 것일까?

연인관계나 인간관계뿐만 아니라 일적인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로 덫인 줄 알면서도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을 몇 번 본 적이 있습니다. 처음엔 그들이 연인에게 혹은 상사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서도 그 상황을 감내하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것 역시 그들의 선택이었고, 그들 자신도 스스로의 선택에 책임을 지기 위해 무던히 노력을 하고 있던 게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여기에 진실은 없고 해석만이 있을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덫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유를 누리는 삶도 옳고, 덫인 줄 알지만 스스로의 선택에 책임을 지는 삶 역시 옳다고 생각합니다.

 

3. 우리는 왜 자기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이야기를 재구성하는가?

저는 애인과 헤어지고 나면 의식적으로 상대방에 대한 이야기를 재구성하곤 합니다. 저는 그것을 이솝우화의 ‘신 포도 작전’이라고 부르는데, 나는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여자 코스프레를 하고 상대방은 천하의 나쁜 놈 배신자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안 좋았던 점을 일부러 더 떠올리곤 합니다. 물론 헤어진 이후에 주변 사람들에게 왜곡된 이야기를 떠들고 다니는 것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하는 일이지만, 혼자 상상 속에서 신포도 작전을 쓰는 것은 나름 이별을 극복하는 방식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이별 앞에서 객관적인 진실을 따지는 것만큼 무의미한 일이 없다고 봅니다. 두 연인을 이별로 이끈 ‘객관적인 상황’과 ‘진실’이 있다고 한들, 그 진실이 이미 떠나간 마음을 돌아오게끔 할 수 있을까요. 고통스러운 이별의 상황에서 조금이나마 스스로를 위로할 수 있다면, 상황을 왜곡하고 재구성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지요.

 

‘우리는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할 때 가장 크게 거짓말을 한다’라는 에릭 호퍼의 말이 책 안에 인용되어 있습니다. 저 역시 살면서 그런 경험들이 아주 많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좀 더 쉽게 가고자 스스로를 속이기도 하고, 제가 원하는 것이 아님을 알면서도 여러 핑계를 대며 스스로를 납득 시킨 적도 있습니다. 남의 이야기를 들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나에게 유리한 부분만 듣고, 불리한 부분은 듣는 둥 마는 둥 한 적이 꽤나 많았습니다. 자기합리화는 양날의 검처럼 나를 위로하기도 하고 흔히 말하는 '마이웨이'를 가능하게 하지만, 한편으로는 독단적이게 만들기도 하고 스스로를 우물 안에 가두게 만들기도 합니다.

저조차도 스스로를 속이는데 주변에서 저를 속이고자 내뱉는 말들이 얼마나 많을까요. 그 속에서 진실을 찾고, 마음의 소리를 들으려고 노력하는 게 지금의 저에게 있어서는 다른 어떤 일보다 제일 공들여해야 하는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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