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면접장을 향하던 친구의 뒷모습이 참 마음 아팠다.
누구나 거치는 단계라고, 이제껏 안 힘들었던 청년세대가 없었노라고들 하지만 사회에 첫 발을 들이는 문턱에서 수차례 좌절하는 내가, 내 친구가 마음 아팠다.
똑똑하고 친절하고 예의 바른, 내 눈에는 부족할 것 하나 없어 보이는 올곧은 친구인데 잦은 탈락과 불합격에 의기소침해하는 모습이 안쓰러웠다.
취업이 너무 어렵다 보니, 나와 내 친구의 학창시절을 망친 '경쟁'이라는 놈이 또 우리의 목을 죄어온다. 면접대기실에 앉아있을 내 친구 옆자리에는 친구 녀석만큼이나 무거운 마음으로 앉아있는 누군가가 있을 테지. 정말 마지막 기회라고, 여기서 무너지면 다시는 일어설 수 없을 것 같다는 내 친구를 생각하면 그 옆자리 누군가가 지각을 하거나 실수를 했으면 싶다.
내 뇌구조는 이만큼이나 망가졌다.
어려운 현재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남을 밟고 일어서야 한다는 생각 외에 다른 대안을 떠올리지 못한다. 옆자리 그 누군가 역시 내 친구처럼 간절할 거라는 걸 알고 있지만 이번 면접에서만큼은 그냥 내 친구를 위한 들러리가 됐으면 하고 바란다. 나는 이런 이기적인 생각을 너무도 쉽게 받아들이고 합리화한다.
지금은 나에게, 내 친구에게 너무 힘든 시기니까 이기적으로 생각해도 되는 거라 스스로 위안한다. 무서웠다. 상황이 나아진다고 해서 한번 망가진 뇌구조가 쉽게 바뀔 수 있을까. 지금은 '취업 빙하기'라는 핑계를 들어 나의 이기적인 마음을 합리화하고 있지만 취업에 성공하고 나면 또 어떤 핑계를 대서 나의 망가진 뇌구조를 합리화하려고 들까.
친구가 잘되길 바란다.
그리고 내 친구만큼이나 그 옆자리에 앉아있을 누군가 역시 잘되길 바란다.
남을 밟고 일어서는 것이 결코 어려운 취업문을 통과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 아님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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