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빽빽하게 들어찬 지하철 안에 간신히 몸을 구겨 넣고 왕복 2시간씩 출퇴근을 하다보면 출퇴근길 자체가 몸서리쳐지는 순간이 온다.

 

기껏 출근해서는 붙박이장처럼 같은 자리에서 10시간 가까이 보내며 온갖 잡무처리에 아낌없이 시간을 쓴다. 이 부서, 저 부서에서 들어오는 협조요청에 대응하고, 상사 입맛에 맞는 문서 하나 만들기 위해 대여섯 번 서류를 고치고, 똑같은 내용을 두 세가지 양식에 맞춰 이중작업을 하다 보면 어느새 하루가 다 지나간다.

 

그렇게 하루 종일 보여주기식 일을 끝내고 나면, 이제 진짜 시간을 들여 공부하고 검토해야 하는 중요한 일이 남는다. 야근부터가 진짜 일의 시작이라는 말이 우스갯소리가 아니라 ‘진짜 진짜’였음을 이제야 느낀다.

 

온종일 일터에서 시달리다 집에 돌아오면 그야말로 숨쉬기도 귀찮은 상태가 된다. 일터에서 온 에너지를 소모하는 바람에 일 외의 모든 일상은 ‘나중에’ 상태에 머무르게 된다.

 

휴가계획이라도 세울라치면, 갑작스러운 업무, 갑작스러운 사건, 갑작스러운 출장 덕분에 어떤 계획도 사실상 무의미한 상태가 된다.

 

직장에서의 규율, 약속 모두 중요하지만 가끔씩은 내 시간이 내 시간이 아닌 것 같아 씁쓸하다.

 

하루가 온통 회사와 일에 사로잡혀 있다는 것은 어쩌면 반쪽짜리 삶을 사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온전히 나의 삶을 산다는 것.

 

학창시절엔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하면 자연스레 이룰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 어떤 것보다도 어려운 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반쪽짜리 삶을 살고 있다고 느껴도 그럭저럭 괜찮을 만큼 내게 주어진 시간이 많은걸까.

 

나의 삶 바깥에 있는 시간들을 보며

언젠가는 내 시간을 이토록 함부로 흘려보낸 것에 대해 후회하는 순간이 오리라 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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