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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직 생활속에서 일에 대한 생각을 여러 가지 형태로 존재한다. 부푼 꿈을 안고 도전하는 대상이 되기도 하고, 마지못해 월급을 받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일이라는 결과가 나의 삶에 조금씩 영향을 미치고, 임계점에서 우리는 일을 지배하는가? 일에 지배당하는가?에 따라 삶의 영전과 풍파가 결정된다. 대부분 이런 결과에서 자유롭지 못한 먹고사니즘의 삶에서 자업자득이라는 말은 뼈아프다. 

 

 B to the D사이에 C가 존재하는 것처럼 인생에서 공짜란 열심히 하는 과정의 덤이다. 그 과정은 지향성을 갖고 있고, 이 지향성은 본인의 선택이 가장 중요한 요인이자 원인이다. 물론 주어진 일이기에 어쩔 수 없다는 몰멘 소리도 있지만, 그 일을 맡게된 이유와 상황에 대한 이해도 존재해야 한다. 서른 중반을 넘어서 시키는데로 했다는 변명만큼이나 책임감 없는 나태한 소리도 없기 때문이다. 

 

 나는 조직속에 주어진 일이란 좀 쉽게 생각한다. 주어진 규칙, 주어진 조건속에서 내 맘데로 하는 것이 조직속의 업무다. 네가 나의 머리속에 들어올 수 없다는 것은 세부적인 사항을 시시콜콜 지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설명하기에 충분하다. 그래서 리더와 관리자들은 목표라는 것을 여러차례 확인하고 인식시키고 이를 위해서 동기를 부여하고 보상을 제시하게 된다. 왜냐하면 내 맘같지가 않은 것이다. 우스개소리로 '엘레강스하고 스타일리쉬하게 장표를 바꿔봐'라는 말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도 시키는 사람도, 하는 사람도 이해할 수가 없다. 다만 장표의 목표를 통해서 이를 가늠할 뿐이지 않은가? 

 

 일의 시작과 관련된 일이다. '딱 보면 몰라?'라는 말이 개그 프로그램에 나온다. 보통 5~7년정도 한 업종에 종사하면 베테랑이라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 업종의 전문성이 눈뜨기 시작하는 시점이다. 단순하게 반복되는 업무는 짧은 시간에도 온몸에 체득된다. 그리고 일상적인 일에서 엉뚱한 상황이 발생하면 우리는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빠르게 판단하고 확인한다. 이 두가지 상황은 결코 다른 일이 아니다. 일의 시작은 할것인가, 안할것인가의 선택이다. 이 결정이 어려운 것이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다. 내가 한다는 결정이 갖고오는 이익, 사람들의 기대와 평판, 자기가 추구하는 것과 부합하는 정도는 누구나 쉽게 이해한다. 그리고 내가 하지 않을 경우에 나가오는 불이익과 실망, 관계를 내가 감내할 수 있는가에 대한 판단이다. 물론 조직내에서 어쩔 수 없지 주어지는 것은 기대와 음모가 함께 존재할 때도 있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어디까지 할것인가, 어디까지 할 수 있는가에 대한 판단은 대단히 중요하다.

 

 일의 시작이 결정된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를 판단해야 한다. 이 때에 필요한 것은 상황의 적확한 이해,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서 해야할 항목을 이해하는 것이다. 무엇보다는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내가 현재 구현할 수 있는 실력의 수준, 내가 포기해야하는 부분, 내가 추가로 확보해야하는 부분에 대한 결정이 매우 중요하다. 지피지기는 백전불태라는 말 속에서 나의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하는 못하는 것은 스스로를 위태롭게 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정확하게 자신의 상황과 목표, 어떻게 할 것인지가 이해되었다면 이를 실행하는 것은 차라리 쉬운 일이기도 하다. 그런데 현실에서 실행이 더딘 이유는 아이러니 하게도 스스로 시작의 이유와 목표 인식이 부족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내가 주도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남이 시켜서 하는 단조롭고 귀찮은 것이라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결과는 내가 이고 지고 안고 가야하는 것인데 말이다. 쉽게 말해서 조직에서 나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것이고 이를 위해서 피라미드 구조로 조직을 구성하고 관리자를 세우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럼 왜 나는 시작의 이유와 목표 인식이 부족한가?

 위에서 말한 조직 구성원으로써의 역할과 책임을 언급했다. 좀더 쉽게 말한다면 나는 '딱 보면 모르기 때문이다'라고 생각한다. 해가 지나서 승진하는 것이 아니고, 한 때 일을 잘해서 지위가 높아지는 것이 아니다. 나이를 먹으면 나이에 걸맞는 행동이 요구되듯이, 조직에서는 주어진 지위와 직책에 걸맞는 경험, 지식이 요구되는 것이다. 이것이 부족할 때에는 학습이란 과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많은 직장인들이 공부와는 담을 쌓고, 현업에서 배운 부분으로 자신의 한계를 긋기 때문이다. 이런 균형이 어긋날 때 많은 직장인들이 파국을 맞게 된다. 두번째로는 모두 자신이 해서 공을 쌓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선수가 코치가 되고, 감독이 되어간다. 감독이 선수로 뛰려는 것은 무모함이고, 코치가 선수를 키울 수 없다는 것은 무능력함이다. 하지만 할 줄 아는게 없으면, 사람은 저렇게 무모하고 무능력한 일을 존재감을 위해서 하게 된다.

 

 베테랑이란 내가 종사하는 분야의 전문가다. 전문가란 현업과 지식, 경험을 축적함으로써 능률과 효율을 이끌어 내는 사람이다. 그 과정에 종사하는 업종의 지식과 인사이트가 축적되고, 그것이 스스로의 가치를 높이는 가장 쉬운 길이다. 그리고 내가 축적한 경험, 기술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것은 바로 내가 공부가 부족하다는 것을 인정해야하는 시점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새로운 지식을 통한 개선책을 찾기 보다 그날의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누군가 도와주지 않아서라는 변명을 쏟아내기 바쁘다. 

 

 진정한 베테랑이란 일정 시간이 되면 내려 놓을 줄 알고, 사람을 키우는 일을 할 줄 아는 사람이다. 사람을 키울 줄 모르는 사람이라면, 어떤 조직과 운영을 통찰하여 경영할 능력이 부족한 것이다. 부족한 사람이 운영하는 것을 탓할 것이 아니라 부족한 사람을 운영하는 자리에 앉히는 것이 더 부족한 결정이기 때문이다. 

 

 일이란 순리에 맞게 돌아가는 것이 바람직한 것이고, 순리에 맞게 돌아가지 않는 미세한 차이를 찾아내는 것이 전문가가 되는 길이다. 그 미세한 차이와 바람직함의 간격을 좁히는 것이 변화에 대응하는 길이다. 그 변화란 외부의 변화가 더 커보이지만, 내가 변화하여 대응하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다. 전문가의 초입은 지식을 쌓는 것으로 가능하겠지만, 그 이후는 지식을 축적한 지혜를 쌓는 것을 통해서 완성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일이란 말보다 업(業)이란 말이 더 무겁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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