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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사는 학년제가 아니다. 요즘 성과중심 평가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늘어나지만 우리나라는 연공서열에 입각한 장유유서 시스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너 몇 살이야?'가 사람의 위치를 의미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몇 살인지 알아서 나이가 더 많으면 할 말도 없으면서 분쟁이 나면 자주 나오는 대사다. 식상하지도 않게 자주 사용하는 이유는 '몇 살이야?(어리면 찍어 누를 수 있다는 기대를 가득 품고)'라는 말이 현실에서 수용된다는 말이다.

 

 그런데 나이가 실력을 대변하거나 성과를 도출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나이가 많다는 것은 기대를 하는 이유가 된다. 하지만 보이는 대로 볼 줄 아는 안목이 더 중요하다. 실력이 있는 사람, 성과를 만드는 사람, 좋은 인간관계를 만드는 사람은 이 부분에 노력과 시간을 투자한 사람이다. 말과 행동이 일치함으로 신(信, 인간의 말)을 구축한 사람이 그 분야의 성취를 갖고 있다.

 

 우리나라는 중학교까지 무상교육이다. 다들 잘 알겠지만, 똑같은 시간의 수업을 듣고 제각각의 성적표가 나오는 이유를 꼭 설명해야 아는가? 사회는 다른가? 다르지 않다. 평등이란 말이 절대적 보장을 의미하지 않는다. 타고난 재주와 능력, 자신이 노력해서 연마한 분야가 사람마다 다르다. 개인주의를 바탕으로 하는 자본주의 시스템에서는 평등은 상대적일 수밖에 없다. 다만 공정한 기회, 같은 일을 할 때 공평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처럼 평등은 제한적이고 상대적이다.

 

 이런 나이다 지위와 동기화되고 비례한다고 생각하면, 마윈이 말한 때에 따른 권유와 조언은 시의적절하다. 긍정의 조언이다. 하지만 나이가 50 가까이 될 때까지 좋은 스승도 못 만나고, 좋은 스승이 될 자질도 부족하고, 주변에 따르는 사람들도 없다고 생각하면 착하고 바르게 살 생각 정도는 해야 한다. 그것도 안 하면 추억이 쌓인 곳에서 함께 한 사람들은 단지 과거 속에 존재하는 기억으로만 존재할 것이다. 조직을 다루는 팀장급이 아니라 배우는 젊은 사람들을 위해서 내가 경험한 것을 쓰는 이유다. 삼국지는 늙어서 읽지 말라고 한다. 늙은이가 잔머리를 너무 굴리면 꼰대의 정점을 찍는다. 상사는 이렇게 너무 못되게 늙지 않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회사라는 곳에 사람들이 모인다. 왜 사람들이 모이는가? 직장인은 월급을 받기 위해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위해서, 꼭 와보고 싶은 곳이라든지 다양한 이유가 있다. 그럼 대표이사는 왜 사람을 모집할까? 다양한 사람들의 5단계 욕구 중 몇 단계까지 내가 해결해 줄 수 있는가 실험하기 위해서? 성인군자와 같은 넓은 아량으로 자선사업을 하기 위해서? 이 다른 이해관계를 갖은 직장인과 대표이사도 생존을 위해서 함께 하는 것이다. 학교와 기업의 차이라면 학교는 함께 하지만 나의 성장에 목표를 두고, 기업은 공동의 생존과 성장에 최우선적 목표를 갖는다. 그 목표활동을 한다는 범위 안에서 자유롭게 행동하고 투입된 시간은 그 약속에 충실하려는 노력의 과정이다. 세부적인 내용은 달라질 수 있겠지만 목표를 향한 방향성은 조직단위에서는 최소한 유사해야 한다.

 

 대표이사는 주인정신, 직장인은 직원 정신을 갖는다. 하지만 만나는 이유는 공동의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선택한 업(業)을 통해서 그들의 생산물을 필요로 하는 곳에 공급함으로 세상에 기여를 한다. 그 결과로 대가를 받는다. 그 대가를 함께 한 사람에게 분배해서 함께 생존하는 것이다. 세부적인 내용은 인간 문명의 다양성만큼 복잡하다. 복잡한 대상을 이해할 때 가장 큰 목적을 단순하게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학교 다닐 때 배운 '주제 파악'이 이럴 때 요긴하다. 

 

 입사를 하면 먼저 우리 회사의 구조(전화번호부, 조직도를 보면 된다),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순서(프로세스), 우리 회사가 가장 잘하는 부문, 시장에서 바라보는 우리 기업의 수준을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 안목이 자화자찬, 우물 안 개구리의 안목을 빨리 벗어나게 하는 지름길이다. 그 과정 속에서 함께 하는 사람들까지 잘 이해하면 배우는 과정이 더 빨라진다. 세상의 안목도 훨씬 좋아진다.

 

 주인정신으로 무장한 대표이사는 사람이 필요하다. 사장이 모든 분야를 다 할 수 없다. 단순하게 청소부터 개발까지 회사의 일은 다양하다. 사장도 잘하는 분야 있지만 못하는 분야가 있다. 여유가 생길 때마다 필요한 분야에 나보다 잘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달리 귀가 큰 유현덕이 제갈량에게 굽신굽신 '한 번만 도와주세요'를 했겠는가? 남의 집 대문 앞에서 굴욕을 참는 일은 기분이 나쁠 수 있다. 그래서 제안을 하고 조건을 건다. 다들 입사지원서, 취업규칙, 연봉 고지와 같은 조건과 계약을 하지 않는가?

 

 어떤 일을 할 때 이성적일 필요가 있다. 참을 땐 올바르고 큰 목표에 다가서는 일인지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 잠시 이런 굴욕을 참을 때, 내가 못하는 것을 세상에서 가장 잘하는 사람이 와서 해주는 평생 이용권이 생긴다면 참을만하다. 유현덕도 그런 이유로 문전박대를 참은 것이다.

 

 그러나 내가 굴욕을 참을 때는 아무 때나 참는 것이 아니라 이런 과정을 한 번 업무의 입장, 삶의 입장에서 짚어봐야 한다. 이익이 있다고 시도 때도 없이 참는 것은 사람의 품격이 낮아지는 지름길이다. 어느덧  손금 없는 놈, 등 굽은 놈처럼 보상도 안 되는 산업재해가 내 몸에 남는다. 거울 속에 보이는 구제할 수 없는 초라한 나를 마주할 수 있어 권장할 일도 아니다. 세상에 하찮은 일을 하려고 태어난 사람은 없다. 어려서 직장인을 꿈꾸던 사람은 더 없다. 주어진 자신의 상황과 분수에 맞는 결과가 주어진다. 그래서 우리의 안목과 역량을 늘려 분수를 적절하게 키워나가야 한다.

 

 못하는 것을 억지로 하는 것만큼 고통스러운 일이 없다. 월급 주고 대타를 구하는 이유다. 직원 정신으로 무장한 사람은 기업활동에서 특정한 역할 서비스 계약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무턱대고 간판만 고르면 하기 싫은 서비스를 해야 할 수 있다. 대표이사는 업종에 대한 선택권이 시작할 때 벌써 결정되어 있는 사람이다. 직장인은 어떤 역할(제조, 영업, 개발, 검사, 회계, 재무, 전략, 마케팅)을 선택할 폭이 조금 넓다. 여기에 자신이 역할에 대한 자신의 선호와 역량을 점검한다. 그런 후에 내가 바라보는 세상의 안목과 전망, 주변의 조언을 참고해서 기업 간판(業)을 결정하면 직업선택이다. 사전 준비 없이 선택하면, 간판도 맘에 들지 않고, 역할도 불편해서 상당한 시간을 소비해야 한다. 너무 많은 시간을 방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자신이 잘하는 일을 선택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며,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하는 것이 이상적인 대안이다. 어떤 선택을 하던, 성실한 시간을 축적하면 이 두 가지는 만나게 되어 있다. 사람은 시간을 사용한 만큼 애착을 갖기 때문이다. 그러니 너무 복잡하게 구불구불 걸어갈 필요는 없다. 적절한 범위를 방황해도 가야 할 방향은 마음의 소리를 듣고 품어야 한다.

 

 이렇게 각 집안의 귀한 사람들이 회사라는 곳에 주인정신과 직원 정신으로 무장하고 만난다. 우선 낙하산과 알박기로 느닷없이 날아오는 소수의 주인정신 갖은 자는 예외로 하자. 어차피 통제할 수 없는 일이다. 회사는 다양한 활동을 하고, 이에 따른 사회적 규칙을 준수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직업을 준비하는 사람에게 월급, 복지제도, 하는 일에 대해서 알려준다. 대신 신상을 털듯 이력과 역량에 대해서는 질문이 많다. 상장사 또는 외부감사를 받는 기업 정도나 전자공시자료를 통해 기업정보를 볼 수 있다. 작은 기업들은 회사가 주는 일방적인 정보를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게 한다.

 

 그런데 직업을 구하는 사람들이 노동법, 근로기준법과 같이 자신의 권리와 의무를 알려주는 지식은 등한시한다. 운동경기를 볼 때 규칙을 알아야 더 재미가 있다. 최소한 가벼운 책이라도 회사라는 경기장에 들어갈 때 규칙을 아는 것은 필요하다. 회사에 들어갔다면 최소한 사규나 회사 규칙이라도 읽어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곳에 당신이 해야 할 의무와 지켜야 할 약속, 권리가 나와있다. 규칙만 강조하면 효율이 없다. FM근무를 사보타지라고 하는 말이 충분히 증명한다. 규칙과 법규는 평상시가 아니라 분쟁, 의견 대립을 가르는 기준이다. 사람은 대화를 통해서 협력이 가능하다. 단 타인을 나와 평등한 위치로 인식해야 소통이 가능한데 그것이 힘들다. 사람은 지위가 높아지면 소통보다는 지시와 강요에 능숙능란해진다.

 

 직원이 주인과 같은 마음 자세로 일하는 것은 공동체에서 의미 있고 좋은 결과를 얻는 방식이다. 하지만 잘못된 주인정신은 문제가 된다. 소주 이름과 유사하게 '주인처럼' 행동하면 재앙이 다가올 수 있다. 근로계약서에 주인으로 계약한 사람은 없다. 내가 다니던 회사의 사장님이 혼신의 힘을 갖고 일을 하라고 하신 적이 있다. '저는 철저한 직원 정신을 갖고 회사생활을 열심히 합니다'라고 대답했다. 어색한 시간이 잠시 흘렀다. 그 연배에서는 주인정신을 갖으라는 표어나 구호가 익숙한 세대다. 그렇지만 직원 정신이란 말이 주는 의미를 내가 하는 일의 일관된 모습, 성과, 방향을 행동으로 보여줌으로 형식적인 신뢰보다는 보다 진실된 신뢰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도 내 판단일 수 있다. 다만 그분은 나의 행동과 말을 통해서 짐작할 뿐이다. 

 

 내 것에 대한 애착은 모든 사람이 강렬하다. 소유욕, 소유에 대한 집착은 모든 사람에게 존재한다. 주인정신을 이해하는 한 가지 방법이다. 가끔 이 자금이 내 돈이라면 이런 일에 투입하겠는가의 고민이 직원 정신을 갖은 자에게도 필요하다. 직원 정신을 갖은 자들 사이에서는 우리 부모, 누나, 형, 삼촌에게도 이렇게 대할 수 있을까? 내 자식이라도 이렇게 대하고 지시할 수 있을까? 생각한다면 세상은 훨씬 좋아질 것이다. 그런 일을 만나는 것은 쉽지 않지만 정말 어려운 결정을 할 때 판단하는 한 가지 기준은 될 수 있다. 이것은 규칙보다 중요한 사람에 대한 존중이기 때문이다.

 

 뛰어난 기업일수록 업무 매뉴얼이 철저하게 잘 만들어져 있다. 외국기업이 더 철저하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ISO 인증을 받았다면 형식적 문서라도 만들어 놓는다. 갱신은 대부분 잘하지 않는다. 그런데 빨리빨리 성과를 강요하며 업무 매뉴얼의 과정을 빼먹는 우리나라의 기업문화와 조금 느리지고 멍청해 보이지만 업무 매뉴얼의 과정을 빼먹지 않는 외국 기업의 경쟁력을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열심히 하는 것보다 제대로 하는 것이 중요하고, 필요한 시간에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 과정이 실력을 쌓는 핵심이다. 빼먹은 문제는 망각의 시간을 돌아 더 큰 부메랑이 되어 뒤통수를 때린다. 이 문제는 벗어나기 어렵다. 고도성장이 반드시 미래의 후폭풍을 만드는 원인다. 시간은 이런 빚을 잊지 않고 독촉장도 없이 추징을 시작한다. 인간이 항상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한 이유다. 지금 세상도 과거의 고도성장 시기에 물질의 성장을 따라가지 못한 문화, 의식, 제도의 부실함을 체험하는 것이다.

 

 회사에 이러한 문서가 없다면 질문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할 용기가 없거나, 아는 척하며 묻지 않으면 나중에 '아는 게 뭐냐?'는 질문이 온다. 제대로 배우지 않고 직급이 올라가면 나중에 후배에게 쩔쩔 메며 부탁하거나 물어볼 수밖에 없다. 나이가 어리고 지위가 낮을수록 좋은 질문이 좋은 답을 얻는 훈련을 많이 할 수 있다.

 

 회사는 집이 아니기 때문에 가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가기로 결정한 순간부터 내가 을이 아니라 노동력을 제공하는 갑의 입장에서 내가 약속한 서비스가 무엇인지 잘 이해하기 바란다. 또한 회사라는 이름하게 가정과 무엇인가를 교환하려는 시도는 하지 말라고 권하고 싶다. 비교할 수 없는 것을 비교하려는 시도가 잘못된 일이다. 인생이 참을 인(忍)을 이고 지고 안고 가는 어려운 길이지만 가치 있는 것을 위해서 참아야 하고, 참지 말아야 할 것을 참는 아둔함보단 용기를 선택하는 현명함이 함께 하길 바란다. 학교와 달리 세상은 조금 야생의 향과 느낌이 물씬 나지만 내가 어떻게 대처에 나가는가에 따라서 펼쳐질 그림이 달라진다. 좋은 결과는 좋은 선택으로 시작하고, 나쁜 결과는 나쁜 선택으로부터 시작할 수밖에 없다. 

 

#못된_상사를_갈구는_발칙한_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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