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채용이 불발되어 다시 신입사원 채용을 검토하고 있다. 어제는 결혼식장까지 출장 다녀와서 하루도 제대로 쉬지를 못하니 틈만 나면 집을 굴러다니고 싶다. "왜 일본 제국은 실패하였는가?"를 출장 갈 때 조금 읽고 지금까지 내팽개치고 있지만, 내일 청춘들의 면접을 위해서 다시금 이글의 이력서를 보고 있다.
지원자들을 추려서 면접 대상자를 선정하면서 요즘 취업의 어려움, 청춘들에게 닥친 시련이 녹녹지 않다고 생각한다. 지금 정도의 실력들이면 내가 취업할 때면 최소 4-5곳 이상 채용이 확정되어, 용돈벌이 삼아 면접을 보러 다닐 실력이기 때문이다. 오늘 삼성이란 대기업 입사시험이 있다는 뉴스를 보고 나서 청춘들이 뛰고 있는 경기의 규칙이 열악하다는 생각을 한다. 또 그런 여건에서 그들을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이 안타깝다. 그러나 우리도 채용의 범위가 사업의 규모, 예산에 따라 편성되어 있으니, 그중에서 우리와 같이 오래갈 좋은 사람을 뽑을 수밖에 없다. 서로가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평가자의 입장으로 읽다 보니 이력서를 쓸 때 이런 부분은 조금 수정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전자업체에 입사지원을 하며, 의류업체의 뛰어난 해외영업사원이 되겠다는 기술이 있는가 하면, 서로 다른 이들의 자기소개서가 특정 부분에서는 똑같은 일이 있기도 하다. 고난한 청춘들에게는 복붙의 참사라고 생각한다. 계약서 서명 원본에 공급가, 공급기간, 공급제품을 잘 못 쓴 것이나 다름없다. 행운의 여신은 뒷대머리이기에 보자마자 머리채를 잡아 돌려야 한다. 이런 작은 실수가 본인에게는 큰 영향이 되기도 하지만, 이런 작은 실수를 하는 것은 더 큰 실수를 할 수 있는 개연성을 준다는 시각도 존재할 수 있다. 입장이 다르기 때문이다.
자소서를 읽다 보면 이해하는 방향으로 읽을 수 있고, 분석하는 방향으로 읽을 수도 있다. 인간의 말과 글은 대단히 부족한 의사소통 수단이다. 내 마음의 전부를 표현하기에 확실하게 부족하다. 그래서 면접을 보며, 그들의 표정, 태도, 뉘앙스 등 다양한 정보를 함께 보고자 하는 것이다. 동시에 인간의 글은 목적에 따라 바라보는 입장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청춘들이 자신을 홍보하는 입장과 이것을 읽고 선택해야 하는 입장은 다를 수밖에 없다. 자신의 홍보를 읽는 이의 선택과 필요라는 관점을 반영해서 기술한다면 훨씬 좋을 것이다. 쉬운 일이 아니지만 이렇게 기술하려는 노력은 사람의 글과 말속에서 묻어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겠습니다"라는 표현이 청춘의 입장에서는 비장한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내 생각에는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새로운 도전과 열정의 준비가 되어있습니다"라고 쓰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금 현재는 준비가 되어 있는지, 저렇게 되도록 훈련을 시켜야 하는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다른 예를 보면 "나만의 경험을 바탕으로 큰 성과를 창출해 낼 자신이 있다"라는 표현이 있다. 경력직이라면 그 경험의 근거를 확인하고 이를 활용하여 추진하려는 영업적 접근과 사업분석을 물어볼 수 있다. 신입사원의 포부로 받아 들일수 있는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글자체로의 신뢰도는 매우 낮다. 해당 업종에 처음 들어온 사람은 최소한 기본업무의 숙련 기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일부 새로운 세대의 아이디어를 접목할 수 있지만, 기존 선배들은 우선 일을 배우는 속도를 확인한다. 그 숙련 단계에 따라서 업무가 확장되는데 잘 알지도 못하면서 내 방식으로 큰 성과를 내겠다는 것은 '사고 함 쳐보겠소'와 유사성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자소서의 내용에 너무 많은 자신의 장점을 기술하면 각 장점 사이에 충돌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저는 몰입하면 주변을 잘 신경 쓰지 않지만, 내부의 원활한 소통과 고객 신뢰를 확보하겠습니다", "빈틈없는 신입사원이 되겠습니다"과 같은 표현이다.
"저는 주어진 업무에 집중은 잘 하는 편임으로, 우선순위 결정에 대한 부분은 직장선배와의 소통을 통해서 고객 신뢰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라고 기술하면 어떨까 한다. 물론 청춘의 의도는 이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쉬움은 글로 그의 마음이 잘 표현되지 못하면 이건 참 안타까운 일이다. 그리고 신입사원은 이 업종에서는 빈틈이 많은 사람이다. 달리 초짜, 신입에게는 배려를 하는가? 정말로 빈틈없는 사원이라면 최소한 과장급 정도로 채용해서 테스트해 볼 수 있다. 문장의 맥락이 이 부분이 의지와 배짱인지, 과도한 자기광고인지 구분된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보다 적확한 표현이 자신의 의도와 뜻을 정확하게 전달한다는 것이다. "주어진 신입의 업무를 충실하게 이행함으로 뛰어난 영업사원이 되는 시간을 단축해 보고자 합니다"라고 쓰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 보았다.
내일은 나만의 질문지와 안나 카레니나의 한 구절로 청춘들을 알아가 보려 한다. 또 면접이 마무리되면 우리 파트장들이 훈련을 위해서 반대로 청춘들의 질문을 받아주는 시간도 갖아보려고 한다. 예전에는 면접을 보면 면접비도 지급하고 여유로왔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다. 좋은 사람을 만난다는 기대를 갖고 작은 선물이라도 준비해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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