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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과 계획의 차이가 무엇인가? 궁금할 땐 사전에서 뜻을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기획은 새롭게 시작할 것을 준비하여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조금 차이가 있지만 구체적인 목표를 만들어 내는 것에 가깝다. 막연해 보이지만, 직무에서 바라보면 분명 범위와 방향성이 좁아진다. 그것을 넘을 수 있으면 더 좋다. 중요한 것은 나의 업, 역할, 목표, 파트너, 시장, 거시경제, 관계와 같은 다양한 요인에 영향을 받는다. 그것을 해석한 내 통찰력과 안목이 화룡정점을 찍거나, 명작에 먹물 찌그린 결과를 만든다. 계획은 어떤 목표가 구체적으로 설정된 전제로 시작된다. 그 목표를 진행하기 위한 절차, 우선순위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체계적 정리한 절차에 가깝다. 방학을 기획하고 방학 계획서를 만든다고 생각하면 쉽지 않을까?

 

 나는 기획서와 계획서를 잘 작성하는가? 글쎄요? 나의 수준은 내가 생각하는 것과 달리 타인이 인정하는 수준에 따라서 결정된다. 년 말부터 보고서 징수 작업을 진행 중이다. 보고를 받을 권리를 위하는 것과 거리가 멀다.

 

 첫째는 본인들이 아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을 상대방에게 논리적으로 전달하는 훈련이다. 둘째는 이 논리 훈련을 통해서 본인들의 생각을 정리하는 이다.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그 생각을 타인의 입장에서 재정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말하지 않고 기대하는 것은 현재를 보이는 대로 보게 하는 이다. 현실을 직시해야 해야 할 것, 필요한 것, 준비해야 하는 것이 일목요연해진다. 이렇게 되면 역지사지의 관점에서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을 글로 정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원하는 것을 얻는 방향으로 한 발 내딛을 수 있다. 내가 책을 읽고 재미있는 것 중에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라는 책과 "인간 관계론"은 제목은 다른데 내용은 유사하다.

 

 보고서를 보면 작성자의 사고 수준과 사고의 흐름을 추정할 수 있다. 계획과 기획은  생각이 타인을 통해서 실행되거나 동의되도록 타인의 생각을 디자인하는 이다. "다듬어 봐"라는 말은 그 생각에 동의할 수 있는데 더 설득력 있게 만들라는 소리다. "안돼"라는 말은 그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 말이다. 그 생각이 안 된다는 것인지, 전달 방식의 문제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꺼져"라는 말은 뭘 해도 해 줄 생각이 없다는 말이다. "이걸 해 보면 어떨까?"라는 말은 전달 방식은 인정하지만 현재의 생각을 다른 생각으로 바꿔보라는 말이라고 이해한다.

 

 이런 견해는 내 경험과 연관되어 있다. 내 생각에는 그럭저럭 평균 이상이라고 생각한 보고서를 임원이 반려했었다. 자신의 뜻과 다르기 때문이다. 해도 지랄, 안 해도 지랄, 하면 더 지랄인 직장생활인데 그 날따라 짜증이 났다. 그림과 차트는 하나도 바꾸지 않고 텍스트만 수정해서 재작성했다. 경을 칠지 어떨지 궁금해하는 동료들에게는 숨은 참조로 수정 보고 내용을 알려주었다. 아주 맘에 든다고 좋아했다. 하나의 실험이었다. 그럼 누가 바보인가? 임원이 바보처럼 보이지만 사실 내가 바보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계획은 절차의 구성이기 때문에 완료를 목표로 한다. 따라서 점검하고 확인할 내용이 주요 구성이 된다. 그러나 기획은 결과 예측이 0% ~ 무한대까지 폭넓다. 시나리오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계획은 전체를 포괄할 안목을 갖고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점검한다면, 기획서는 기획이 망했을 때의 이후에 벌어질 일에 대한 계획, 어중간하게 될 때 해야 할 사전 계획과 새로운 의사결정에 대한 예측 기획을 해야 한다. 기획의 결과가 좋을 때는 그 결과를 유지할 것인가? 확장할 것인가의 관점에서 사전 계획을 세울 수밖에 없다.

 

 내가 한 일은 궁극적으로 해석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절차에 있는 사람들의 동의를 얻어야 위에서 말한 일이 진행된다. 아무리 좋은 보고서도 반려 세 판이면 아웃이다. 나는 기획을 한다면 하나의 대상을 보고 몇 가지로 해석할 수 있는가의 문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계획을 한다면 1-2가지로 할 수 있지만 기획을 한다면 최소한 동일한 내용에 대한 3가지 이상의 해석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계획은 성공과 실패의 연속 구조로, 기획은 내 생각, 네 생각, 네가 하지 못할 법한 엉뚱하고 창조적인 생각, 세상의 생각, 전문가의 생각, 전혀 다른 분야로부터 얻은 영감 등 다양한 해석을 이해하고 이를 하나(기획목표)의 논리로 묶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정리하여, 어떻게 타인의 이성적 논리회로가 그렇게 하고 싶다는 욕망을 깨닫게 할 것인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생각을 디자인하는 일이 기획이다. 기승전결, 서론/본론/결론, 스토리텔링, 인지공학, UX, 사업기획, 사업계획이라는 다양한 표현이 본질적으로 유사하다.

 

  시장 전략계획을 지시했다. 두 명은 제품과 관련된 전략이고, 한 명은 시장과 관련된 통합 전략이다. 그 보고서의 방향성은 사전에 standing meeting을 통해 서로 확인했다. 나보다 팀장들이 보고서를 더 잘 써야 내가 아무런 문제 없이 니나노 모드에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사업부서가 이런 일을 한 두 번 해봤나? 컴퓨터 폴더에 켜켜이 쌓아 둔 유사 보고서를 tamplate로 활용하여 쓱싹쓱싹 하던 대로 금방 쓴다. 보고서를 받아서 빨간펜 선생처럼 지적질을 돌려줬다. 지금 현재 2-3번씩 오가는 중이다. 좋은 생각은 나도 배울 수 있는 기회다. 사람은 참 신박하기 때문이다.

 

 "알아는 듣겠는데 머릿속이 하얗게 된다"라는 소리에 "팀장님은 이제 딸린 식구 먹여 살릴 가장이라 연습해야 해요"라고 대꾸했다. "이렇게 페이지를 줄여가면 머리가 터질 거 같네"라고 하늘에다 투덜대는 녀석에겐 "원래 시간이 없어서 대충 막 길게 쓰고, 시간을 갖고 정리해야 짧아진다"라는 원성 자자한 소리를 했다. 3장짜리 보고서를 한 시간에 쓴다면 이것을 한 장으로 줄이려면 3시간은 걸린다. 그것이 다시 30분에 되면 완전 전문가 수준인 것이다. 시의적절한 단어를 찾아서 단단한 뼈 있는 핵심을 정리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12월의 사전 공지는 2020 사업계획에 맞춰 구체적인 생각을 다시 해보라는 의미였다. 당연히 할리가 읎지. 현재 2주 동안 틈틈이 "다 했다", "다시"를 반복 중이다. 여전히 쫑알쫑알 말들이 많다. 나는 계속 외우지 말고 의도를 이해하고 내 것으로 만들길 바라는 마음으로 하고 있다. 한 번 제대로 도와줘야 여러 번 손이 안 가기 때문이다. 몸에 붙으면 떨어지지 않는 실력이 된다.

 

 시장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는 사업 정의다. 자신이 하는 일 중 구체적으로 해야 할 일을 정의하는 것이다. 곰곰이 생각하면 가다듬을 것이 많다. 아무 생각 없이 하면 막 하기 쉬운 게 사업 정의다. 사업을 정의해야 그 분야가 사업성이 있는지 알 수 있다. 시장 환경, 내부 환경, 고객 상황을 점검해야 가능성을 알 수 있다. 보통 회사에서 환경 분석은 힘들기 때문에 SWOT 분석을 많이 한다. SWOT을 쓰라고는 하지는 않았다. 이 내용이 사업성, 사업 추진 역량을 점검하는 체크 리스트가 된다. SWOT를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협소한 범위, 우리 산업 범위에 대한 이해, 내부 역량에 대한 팀장들의 판단은 믿기 때문이다.

 

 그리고 해당 사업의 목표를 세운다. 목표는 아주 드라이하게 숫자로만 잡는 경향이 있다. 숫자는 사업의 결과일 뿐이다. 이 사업을 통해서 고객에게 전달할 가치와 그 결과로 발생하는 숫자를 함께 적도록 권하는 편이다. 숫자에 의미가 있지만 내가 하는 일의 감성적 보람, 자부심은 숫자와 더불어 실행자에게 큰 자부심을 준다.

 

 어떻게 할 것인가? 전략은 목표를 항상 보고 유념하며 정리해야 한다. 잘못하면 국어시간이라 쓰고, 영어 수업 내용을 쓸 수 있다. 이런 실수가 하고 싶은 말이 많다 보면 자주 발생한다. 왜냐하면 답답하고, 하고 싶고, 억울한 마음들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해외사업본부의 특성상 4P Mix라는 말을 쓴다. 그런데 실제 업무와 4P Mix를 얼마나 잘 연결해서 쓰고 있나요? 컨설턴트가 실무를 보면 한심하고, 실무가 컨설턴트를 보면 배울 점이 있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소리를 하는 먹물에 가깝다. 이 중간 어딘가에 최적점이 있다. 컨설턴트는 실무를 하지 않음으로 실무자가 지식을 추가하면 더 빠르게 최적점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구체적인 실행전략이 시간에 맞춰서 정리되면 보고서가 끝났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것이 사업을 시작하는 beginning stage라고 생각한다. 이후부터는 PDCA(Plan-Do-Check-Action)의 무한반복이다. 왜냐하면 상황이 변화하고, 간사한 나의 마음도 너의 마음도 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Feedback에 관한 준비 사항까지 넣어두면 좋다. 이렇게 1차 보고서 초안이 완료된 셈이다.

 

 왜 초안이라고 부르는가? 모니터에다 놓고 본대 또 본다고 생각이 달라지지 않는다. 사람 원래 그렇다. 이럴 때 PPT라면 한 장에 2페이지씩 인쇄를 한다. 펼쳐놓고 맥락이 맞는지 먼저 본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이 보고서를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 다시 보는 시간을 쓴다. 또 조정할 부분이 있다. 논리의 조정보다는 타인의 생각을 디자인하는 측면에서 보는 것이다.

 

 처음엔 마커펜을 들고 책상에 서로의 생각, 논리적 전개에 관해 토론을 한다. 보고서를 쓰면 의견, 수정 요청, 질문(의도 파악을 위해서), 칭찬을 같이 하려고 노력 중이다. 작성자가 아니지만 다른 팀장들도 서로 보게 한다. 개발자가 agile process를 하는 것이나 영업이 생각 디자인을 looks agile 스럽게 하는 것도 본질적으로 동일한다. 개발자는 사용자로 정의하고, 영업은 사용자이자 소비자로서 정의 할 뿐이다.  그런데 왤케 귀가 가렵냐. 대문 사진처럼 만들라고 한 것도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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