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체 해외영업을 하다 보면, 다양한 일들이 발생한다. 유통도 문제가 생기면 어려움은 마찬가지지만 최후의 수단으로는 제조사에 책임을 추궁하면 된다. 최근 스마트폰에서 발생된 사태를 보더라도, 해당 제조사가 언론에 발표하고 빠른 대응을 결정하는 것은 그것이 곧 사업의 연속성을 유지하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해결 방식에서 초점은 사용자와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 그것이 완벽한 대책에 가깝거나 최대한 만족을 끌어내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
문제가 없는 제품은 없다. 인간에게 완벽이란 요원하며, 완벽에 얼마나 가까울 수 있는가의 문제이다. 고객은 Easy & Smart라는 화두로 호감을 끌어내지만, 쉽게 멋진 기능을 구현하는 뒷단은 수면 아래 오리발과 같이 분주함을 거쳐야 한다. 해외영업과 연구개발은 그 전체 프로세스 중 한가운데 있게 된다. 제품의 내용과 기획이 고도화될수록 사용자는 편하고, 이런 제품이 대부분 명품이다.
해외영업이란 직업은 다양한 정보 분석, 상황 판단력, 사람을 이해하는 공감능력, 논리력 등 다채로운 상황 대처방식을 요구한다. 이런 능력은 다른 분야에서도 필요하지만 직접 대면하며 상담하고 그 상황에서 결론과 합의를 도출하는 능력은 특히 많이 요구된다. 손님이 오셨는데 가격이 얼마인지도, 요구하는 제품이 있는지 없는지도, 언제 공급이 가능한지 대답을 못하고, 문제가 발생해도 결정을 못하는(권한의 범위에서) 것은 부족한 것이 아니라 그 자리의 책임을 감당하지 못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영화, 책, 드라마에서처럼 만나기만 하면 계약서 쓰고, 서명하고 파티를 하는 것은 일상이 아니다. 각고의 노력과 헌신 뒤에 만질 수 있는 성과이기 때문이다. 통속소설에서 나오는 모습이란 좋은 일들이 계속해서 발생하는 일상과 먼 바람일 뿐이다. 물론 출장은 해외에 가는 기회가 되지만 서울에 와서 경복궁이 아니라 업체 사무실에만 있다고 생각하시면 이는 분명 차이가 존재하게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속에서 모든 과정은 오롯이 사람의 몫이다. 전략, 협상, 상담 등 경제뿐만 아니라 인문 전반의 수준이 필요하다.
오늘도 꽤 큰 추진 사업 중 하나를 진행하다가 문제가 발생했다. 고객은 언제나 기다림보다는 독촉이 심해질 수밖에 없다. 문제의 원인이 우리 제품인지 함께 연동하는 고객 측 시스템의 문제인지 알 수가 없다. 동일한 문제가 발생하면 문제점을 추정하기 쉽지만, 어떤 것은 잘 동작하고, 어떤 것은 잘 움직이지 않으면 판단하기 어렵다. 처음부터의 과정을 교과서 읽고 실행하듯이 하나씩 맞춰보는 지루하고 고된 작업이 시작되었다. 개발자들의 작업을 보면서 커피 심부름도 해줄 듯 하지만, 우리도 동작 확인을 도와주고, 진행 결과를 실시간으로 고객과 확인하게 된다. 집에 안 가는 고객사 직원들도 참 대단합니다. 그렇게 또 불평을 하다가도 서로 끈끈하게 이어지는 외국인과의 관계도 생깁니다. 우여곡절 끝에 새벽 세시쯤 결과와 원인에 대한 실마리를 찾았다.
어느 누구도 야근과 특근을 좋아하지 않는다. 하물며 금요일 밤에 회사에 앉아 있는 삶이 행복할리 없다. 삶의 입장에서 보면 불만이다. 하지만 다른 삶의 입장에서 나를 믿고 기다리는 사람들에 대한 책임과 기대가 비록 나를 소진하는 부분이더라도 보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기업에서도 영업, 해외영업직군은 보편적 인식과 대우가 일반 사무직군보다 높은 것이 사실이다. 부수적으로 해외 견문을 넓히는 기회도 많다. 이런 밝은 면만이 아니라 그런 멋진 모습이 드러나기까지 힘들고, 어렵고, 위험한 경계를 넘나드는 일이기도 하다. 물리적인 위험은 상대적으로 적지만, 우리의 행동과 결과가 너무 많은 영향과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4D의 네 번째는 '제기랄'이다. 푸념과 상심의 내뱉음이 아니라, 툭 한마디 던지고 다시 즐기는 과정이다.
아... 다시 시작하자고 메일이 왔다... 오늘은 해 뜰 때 끝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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