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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기업, 이직을 잘하려면?_박수받고 있을 때, 적어도 내 몫을 다할 때


외국계 기업에 관심이 있는 분들을 위해 조금 더 외국계 회사 경험을 나누어 보려 한다.

 

최근 6년 동안 3개 직장을 거쳤고 3번째 이직을 준비하고 있다. 짧은 기간 동안 이직을 반복하고 있는 상황이라 이직에 관한 한 비교적 최신의 정보라 생각한다. 다만 외국계 회사에 국한한 이야기이므로 이직의 황금률 같은 것과는 거리가 있을 수도 있겠다  

 

 

어떤 상황에서 이직하는 것이 좋은가?

 

해당 직무에서 충분한 역량을 쌓았다는 판단이 들 경우다. D사 영업을 5년 하고 나니 화학 회사에서 영업하는 사람으로서는 충분한 역량을 쌓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직 혹은 다른 부서 전출도 고려했지만, 다행히 같은 부서에서 마케팅과 기획을 같이 할 기회를 찾았다. 영업을 해 본 시장에 대한 마케팅과 기획을 담당하니 시너지가 나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영업 경험이 있기 때문에 가격 인상과 같이 영업부가 꺼리는 일을 맡아하더라도 영업부 설득이 수월했다. 이렇게 마케팅을 4년 해보니 예전부터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던 신사업개발 업무에 도전할 때가 됐다는 생각이 또 들었다. J사 신사업개발 담당은 영업, 마케팅, 기획을 혼자 도맡아 하는 자리였는데, D사에서의 경험과 지식이 큰 도움이 되었음은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만약 D사에서 어설프게 영업과 마케팅 그리고 기획을 경험을 했다면, J사에서 맡은 업무는 도저히 해낼 수 없었을 것이다.

 

 

이직 사유는 무엇이 좋은가?

 

이직하려는 회사에서 수긍할 수 있는 사유여야 한다. 개인적인 것이라 하더라도 도전적인 목표를 이직하려는 회사에 제시하는 것도 좋다. 설사 이직을 반드시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누가 들어도 수긍할 수 있는 사유를 만들어 내야 한다. 난 늘 새로운 업무와 새로운 산업군에 대한 도전이 이직 사유 1번이었다. 여기에 사업부 매각, 사업 철수, 가정 상황 같은 개인적인 이직 사유를 덧붙였다. 그렇게 2013년 화학 회사에서 마케팅을 하다 사업개발을 해보기 위해 헬스케어 회사 Business Development Manager (사업 개발 담당)으로 이직했고, 2016년 다시 B2B 영업을 해보기 위해 대기업에 설비를 판매하는 회사의 Key Account Manager로 입사하였다. 2020년에는 IT업계로 옮겨 동남아 시장을 개발하는 업무로 이직하려고 준비 중이다.

 

 

어떤 회사로 이직하는 것이 좋은가?

 

누가 들어도 아는 최고의 회사로 가려고 노력해라. 최소 해당 업계에서 1위를 지키는 업체로 이직하는 게 좋다. 해당 산업군에서 최고의 인재와 일할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반드시 내가 하고자 하는 직무로 이직해야 한다. 무작정 회사 명성만 보고 이직하면 업무에 적응하지 못해 곤란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최고의 회사를 가지 못할 상황이라면 재직 중 회사에서 버티면서 기회를 찾는 게 좋다. 매니저를 잘못 만났거나, 회사 상황이 너무 어려워져 이직을 반드시 하게 될 경우라도 최대한 버티면서 최고의 회사에 입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직무도 중요하다. 대부분의 외국계는 Commercial function이 핵심부서다. 즉 마케팅이나 세일즈가 중심인데, 회사마다 산업군에 따라 마케팅이 핵심이기도, 세일즈가 핵심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소비재의 경우 많은 경우 세일즈 부서보다는 마케팅 부서가 힘 있는 부서다. 반면 B2B를 하는 상당수의 기업에서는 세일즈가 힘이 있는 부서다. 따라서 선택할 수 있다면 힘이 있는 부서로 가는 것이 추후 경력 개발에 더 도움이 된다. 힘이 있는 부서에 가야 성과를 내기가 수월하기 때문이다.

 

 

산업군을 옮기는 것은 가능한가?

 

케이스 바이 케이스다. 유독 다른 산업군에서 사람을 뽑는 회사도 있고, 해당 산업군 내에서만 사람을 뽑는 회사도 있다. J사는 저 연차 사원은 다른 산업군에서 사람을 뽑는 경우가 많지만, 매니저 자리는 다른 산업군에서 사람을 뽑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내가 상당히 예외적인 경우였다. 나를 뽑아준 J사 Y부장은 다른 산업군에서 오더라도 영업과 마케팅, 그리고 가능한 기획까지 한 사람을 찾기를 원했다. 그런 사람이 해당 업계에 많지 않았고, 있더라도 Y부장 눈에는 차지 않았다고 했다. 또 재직 중인 T사는 영업 담당의 경우 대부분 다른 업계에서 사람을 뽑는다. 부장 ~ 이사 직급으로 영업 담당을 뽑는데, 해당 업계 경력이나 지식보다 다른 업계에서라도 B2B 영업을 해보았느냐에 더 초점을 맞춰 사람을 뽑는다. 당연히 이직하려는 회사가 속한 산업군에 적합한 사람이 있다면 금상첨화이겠으나, 그렇지 않을 경우 다른 산업군에서 해당 업무를 해 본 경험 있는 사람을 선택하기도 한다.

 

 

이직자의 인터뷰는 뭐가 다른가?

 

5년 미만 경력자라면 ‘내가 이렇게 역량이 있는 사람이다’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5년 미만 경력에 능숙함을 요구하지 않을 것이다. 인터뷰하면서 해당 업무를 잘할 가능성을 점검해 본다는 게 맞을 것이다. 하지만 그 이상의 경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내가 이런 경험이 있으니 이 업무 잘할 것이다’라는 것을 증명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5년 이상 경력자를 뽑는 인터뷰라면 이렇게 지금까지 한 경험이 앞으로 할 업무와 얼마나 매치되는지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물론 회사, 업종, 직무에 따라 당연히 차이가 있을 것이다. 아무리 저 연차라도 프로그래머를 뽑는 자리에 프로그램 언어 하나 모르는 사람을 ‘역량’만 보고 뽑지 않는다. 또 경력이 상당한 사람을 뽑을 때라도 경험과 직무의 연관성보다 역량을 보고 뽑기도 한다. 이직자에 물어볼만한 주요 질문은 다음과 같다.

 

1. 지금 어떤 일하세요? 지원하신 일과 어떤 연관성이 있나요?

2. 왜 이직을 하시나요?

3. 현 급여 수준, 그리고 희망 급여는 어떻게 되시나요? (인터뷰 과정에서 묻기도 하고, 오퍼를 주기 직전에 묻기도 한다.)

 

 

영어(외국어)를 어느 정도 해야 하는가? Fluent 기준이 뭘까?

 

외국계 회사라 하면 외국에 본사가 있는 한국 주재 회사다. 즉 본사와 누가 되었든 의사소통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일부 부서를 제외하고 영어를 전혀 하지 않아도 직장 생활에 전혀 지장이 없는 국내 회사와는 다르게 외국계 회사는 대부분 영어 구사 능력을 요구한다. 역시 외국계 회사에 재직 중인 우리 와이프는 한 때 하루 종일 영어로만 회의를 하기도 했다. 매니저가 미국 사람이었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모두 다른 나라에 있는 외국인이었기 때문이다. 반면 난 대부분 한국어를 사용한다. 한국 기업을 상대하는 영업 담당 이사가 당연한 거 아닐까? 1달에 한 번 한국 방문하는 유럽 출신 사장님과 회의를 하거나, 해외로 교육을 가는 일 아니라면 영어를 사용할 일이 없다. D사 시절 길들여진 습관 때문에 고객사에 보내는 메일 외에는 영어로 메일을 쓰긴 하지만, 영어로 말할 일은 생각보다 적다. 반면 J사를 다닐 때는 대략 업무의 30%는 영어를 사용했다. 싱가포르에 있는 functional manager가 인도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내가 하는 일에 따라 상황에 따라 요구되는 영어 구사 능력이 다르다. 일반적으로 아주 섬세한 표현은 못하더라도 의사를 충분히 전달할 수 있는 영어 실력이면 Fluent 하다고 본다. 물론 잘하면 잘할수록 좋다. 하지만 업무 능력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다. 외국어 능력이 훨씬 중요하다면 외국계 회사는 통역사 출신 직원이 대부분이어야 할 것이다.

 

 

급여 협상은 어떻게 하는가?

 

말 그대로 협상을 해야 한다. 주는 대로 받는 것은 금물이다. 이직하려는 회사와 재직 중인 회사의 급여체계를 비교해야 한다. 퇴직금 제도, 복리후생, 급여 인상 리뷰 시기, 보너스 지급 시기나 보너스 규모 등 꼼꼼하게 비교해야 한다. 연봉 10% 인상받기로 하고 계약했는데, 입사 다음 연도에 급여 인상 대상자에서 빠지면서 실질적인 인상폭이 그보다 훨씬 못할 수 있다. 나 같은 경우엔 급여 인상 리뷰 시기와 보너스 지급 시기 등을 감안해 늘 20% 정도 급여를 올려서 이직을 했음에도 이직한 다음 해에 따져보니 실질적 급여 인상률이 10% 안팎이었다는 점을 밝혀둔다. 퇴직연금 제도도 중요하다. DB(Defined Benefit)와 DC(Defined Contribution)는 생각보다 큰 차이가 있다. 그리고 근속 연수에 따라 누진을 해주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서도 큰 차이가 난다. 이렇게 보너스를 포함한 급여, 복리후생, 퇴직금 제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내 희망연봉을 제시하고, 협상에 임해야 입사하고도 후회 없이 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

 

 

이직 후는?

 

업무 파악하는 만큼 중요한 것이 회사 문화에 적응하는 것이다. D사에서 J사로 이직했을 때가 떠오른다. 여유로운 분위기의 D사와 달리 J사는 모든 게 빨랐다. 직원도 성향이 달랐다. D사는 대체로 점잖은 느낌을 풍기는 직원이 많은 반면, J사는 스마트하면서 빠릿빠릿한 느낌을 풍기는 직원이 많았다. 여유로운 회사에서 점잖은 직원과 9년을 일하던 내가 템포가 빠른 회사에서 빠릿빠릿한 직원과 일을 해나가는 건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6개월을 이리저리 치이고 나서야 J 회사 문화에 내가 적응이 됐다는 걸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성과를 내야 한다. 꽤나 보수적인 분위기이던 T사에 개성이 강한 내가 입사하자 내 매니저를 포함해 뒤에서 수군거리기는 직원이 꽤 있었다. 입사 6개월째에 총 150만 불 규모 프로젝트를 3개 따고, 입사 1년 반이 지난 시점에 총 6백만 불 규모 프로젝트를 2개를 따내자, 수군거림은 사라졌다. 입사 2년 반이 지난 시점에 추가로 총 9백만 불 규모 프로젝트를 3개 따내자, 이사로 승진했고, 많은 직원들의 신뢰를 받는다는 게 느껴졌다. 회사는 실적을 내 돈을 버는 곳이다. 실적이 왕이다.

 

 

마지막으로...

 

이직은 가능한 하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한 회사에서 인정을 받아 쭉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면, 즉 핵심 인재로 발탁되었다면 회사를 믿어 보는 게 좋겠다. 하지만 핵심 인재는 소수다. 따라서 다수에 해당하는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직장인은 이직을 해야 한다. 단, 최고의 회사로 도전적인 목표를 가지고 내 할 몫을 충분히 하고 있을 때 박수받고 떠나는 게 좋겠다. 그리고 성과를 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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