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사에서 J사로 이직할 때의 인터뷰 기록이다.
외국계 잡 포스팅이 많이 나오던 한 웹사이트에서 J사 잡 포스팅을 봤다. 설명해도 모를 생소한 부서의 BDM (Business Development Manager)을 뽑는다는 포스팅이었다. 일단 들어본 회사였고, 좋아 보이는(?) 회사였다. 게다가 사업 개발 업무 해보고 싶었다. 그러나 산업군이 달랐고, BD(Business Develop) 업무 경험이 미미해 걱정 반 기대 반 심정으로 이력서를 넣었다. 2주 정도 지났을까, 인사부에서 면접 보겠냐는 연락이 왔다. ‘올커니!’ 기쁜 마음에 면접을 준비했다. 전혀 모르는 산업이었지만, 다행히 주변에 이 일이 어떤 일인지에 대해 알려줄 친구가 있었다.
‘AAA라고 들어봤냐?’라 물으니 ‘응. 들어봤지. 근데 그거 한국에서는 아직 취급 안 할걸’
그래서, ‘그래? 그 일 내가 해볼까 해서 면접 볼 건데 어떻게 생각하냐?’라 되물으니 ‘아... 그래. 근데 그거 잘 될지 모를 일이라... 리스크가 좀 큰데’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래도 난 좋은 회사고, 해보고 싶은 업무라 면접을 보기로 결심했다.
인사부 안내를 받아 가니, 면접 보게 될 미팅룸 앞에 Y부장이 이력서로 보이는 서류뭉치를 들고 서 있었다. ‘아 이분이 매니저 될 분이구나... 그런데 젊어 보이시네?’라고 생각하며 면접을 보기 시작했다. 나는 내가 했던 일에 대해 설명하고, 내가 할 일에 대해서는 Y 부장이 상세히 설명해 주었다. 특히 내가 모르는 인더스트리에 어떻게 소프트 랜딩 할지가 궁금했는데, Y부장은 어차피 회사 내에 아는 사람이 없어 누가 이 일을 해도 교육을 받아야 한다면서 입사하면 약 3주간 미국 본사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알려주었다.
인터뷰는 내 경험과 능력이 앞으로 할 일에 맞는지 인터뷰어(Interviewer)와 인터뷰이(Interviewee)가 함께 알아보는 과정이다. 따라서 인터뷰는 소개팅과 같다. 양쪽 모두 기분 좋게 끝나야 결과가 좋다. 다행히 면접 분위기는 좋아서 다음 절차를 기대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열흘쯤 뒤에 화요일에 2차 면접을 보라는 일정이 잡혔다. 싱가포르에 있는 비즈니스 리더라고 하면서 목요일에 꼭 봐야 한다고 했다. 다행히 일정이 맞아 2차 면접을 보게 되었는데, 인터뷰어는 인도 출신 M이었다. M은 내 functional manager로 인도 사람답게 스마트해 보였다. 그는 내가 어떤 일을 하게 될지, 이 비즈니스에 대해 그가 가진 비전을 들을 수 있었다. 무난하게 인터뷰를 마치고 이제 결과를 기다리는 일이 남았다.
그런데 안 되면 안 됐다고 통보해 줄 건데 1달이 다 되도록 연락이 없었다. 인사부에 전화도 해보았지만, 더 기다려 달라는 피드백을 받았다. 그래도 그냥 있을 수 없어 면접 때 받아둔 Y부장 명함을 꺼내 용기를 내어 Y 부장에게 전화를 했다. ‘아, 죄송한데 조금 더 기다려주시겠어요. 차장님 좋은 분이라 꼭 뽑고 싶은데 아직 내부 논의 중이에요’라는 게 아닌가. 그래, 그럴 수 있지 싶어 또 기다렸다. 다시 1달이 지났다. 다시 용기를 내 Y 부장에게 다시 전화를 했다. 기다려 달라고 하면서도 채용할 뜻이 보였다. 이후 한 번 더 마지막 통화를 하고 1주일이 지나 인사부에서 전화가 왔다. ‘차장님 채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런데 면접 보셨던 Role이 아니라 Product Manager Role인데 괜찮으시겠어요?’. ‘당연히 되지요.’라 대답했다. 사실 BDM이 더 좋지만 PM도 하기에 따라서 신제품 출시하고 고객 개발 같이 할 수 있는 일이라 마다할 필요가 없었다. 그렇게, 끈질기게 Hiring manager에게 어필한 끝에 J사에 입사하게 되었다. 그런데, 당일 내 타이틀은 PM이 아니라 BDM이란 걸 알게 되었는데, 좀 황당했다.
나중에 알게 된 내용은 이랬다. 나와 원래 PM을 하던 D 과장, 두 사람을 비즈니스 리더인 M이 저울질하다, D를 선택한 모양이었다. 그래서 난 D 대신 PM을 하고 D가 BDM을 하기로 Y 부장이 결정된 것이었다. 그런데 막판 D가 마음을 바꿔 그대로 PM을 하기로 하면서 내가 BDM으로 입사하게 된 거란다. 즉 Y 부장은 D와 자리를 바꿔서라도 날 채용하려고 하다 보니 내 타이틀이 왔다 갔다 한 셈이었다. 그런 과정에서 날 뽑기 위해 J사 사장님까지 찾아가 이 사람 꼭 뽑아야 한다고 설득했고, 또 비즈니스 리더인 M에게도 마찬가지로 본인이 책임질 테니 같이 잘해보자고 이야기했다고 들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내가 면접을 통해 내 경험과 능력을 잘 전달했던 것도 있겠지만, 3~4번 Y 부장과 통화하면서 얼마나 내가 그 일 하고 싶어 하는지 전달했던 것도 채용을 결정하는 데 있어 큰 역할을 한 게 아닌가 싶다.
그렇게 힘들었지만 배운 것이 많았던 J사에서의 생활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