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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벗어나 일을 시작하니 국적이 다양한 사람들과 일하게 되었다. 유럽계 회사라 아시아 지역에 생각보다 아시아계가 아닌 경우도 꽤 많아 놀랍기도 하다. 내 상사만 해도 멕시코 출신이고, 마케팅 내 바로 옆 부서에는 우크라이나 출신이 근무하고, 앞 글에서 이야기했지만 내 상사의 상사는 파나마 출신이다. 또 해당 국가에 다른 국가 출신이 근무하는 경우도 꽤 많은데 오늘 콜을 한 호주 마케팅 디렉터는 필리핀 출신이고, 어제 콜을 했던 필리핀 세일즈 디렉터는 중국 출신이다. 커리어의 거의 대부분을 외국계 회사에 있었지만 한국에서만 근무한 탓에 외국인과 많은 교류는 나누지 못했는데, 이곳 싱가포르에 와서는 그런 교류가 차고 넘치게 되었다. 물론 아직 집에서만 근무하는 탓에 직접 만나 미팅을 하지는 못하지만, 다양한 국적의 사람과 Virtual로 얼마든지 만나 교류할 수 있으니 말이다. 물론 아직 섬세한 문화적 차이까지는 느끼지 못하고 있다.

또 하나 재미있는 것은 내가 세일즈에서 마케팅으로 넘어오니 절반 이상의 Stakeholder가 여성이라는 점이다. 세일즈에 있을 때는 거의 남성하고 일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내 상사뿐 아니라 팀 동료도 3명 중 2명이 여성, 내 상사의 Peer를 보면 싱가포르에 있는 사람은 모두 여성이다. 그러다 보니 주요 참석자가 모두 여성인 회의가 종종 있는데 오늘이 그랬다. 참석자는 호주 Marketing Director, Product Diretor, Marketing Services Director, 그리고 내 상사까지 모두 여성이었는데, 이 네 사람이 이 회의의 주요 참석자였고 나를 포함한 몇 명은 회의를 Support 하기 위해 들어갔다고 보면 된다. 그러다 보니 이 네 사람이 Small Talk 하는 게 좀 색달랐는데, 정확한 Context 까지는 파악을 못했으나 시어머니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보였다. 남성이 주요 참석자들이 장모님 이야기를 하는 것과 같은 상황인데, 재미있는 상황이었다. 하긴, 와이프 친구들하고 같이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면 시어머니나 남편이 대화 주제가 많이 되는 걸 봐서 낯설지는 않은데, 국적이 다른 이 사람들도 같은 이야기를 하니 당연한 것이면서도 신기했다.


거의 청일점인 분위기

 

실은 여성하고 일하는 건 그리 불편하지 않다. J사 재직 시절 내 상사 역시 여성이었고, 내 Stakeholder 대부분이 여성이었다. J사 재직 시절에도 회의에 들어가면 나 혼자 남성일 때가 무척 많았다. 이런 상황이라면 언행을 조심할 필요가 있긴 한데, 공적인 만남을 하는 곳에서 말실수할 것도 없어서 문제없이 지냈다. 지금 회사에서도 J사 재직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에피소드를 하나 겪으니 인생은 이래서 돌고 돈다고들 하나 싶기도 하고 재미있었다. 그런데 다양한 국적의 사람과 일하는 건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 같다. 그들의 문화는 둘째 치고 일단 다양한 영어 악센트와 어휘에 적응해야 한다. 알아듣는 것 같은데 내가 이해를 못하는 것 같으면 내가 익숙하지 않은 어휘를 상대방이 구사하는 경우다. 오늘 호주 마케팅 디렉터와 콜이 그랬는데, 전반적인 내용을 파악하는 데는 문제가 없지만 섬세한 의미를 파악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었다. 악센트는 적응하고 있는 중이다. 인도 악센트가 가장 힘든데, 최근 자주 접하다 보니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 인도 악센트 특징이 원래 강세는 거의 무시하고 발음하는 거다. 게다가 억양도 거의 없고 말이 빠른 편이다. 그러다 보니 인도 악센트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말이 끊어지지 않고 계속 이어져 따발총을 쏘는 듯한 느낌을 준다. 다행히도 내 상사는 멕시코 출신이라, 조금 익숙해지니 말은 무척 빨리 하는데 알아듣기 쉬워 다행이다.

앞으로 얼마나 이 조직에서 일할지는 모르겠으나, 서로 다른 문화에 적응하고, 영어 악센트에 적응하다 보면 심심할 일은 없을 거 같다. 게다가 다행히도 내가 하는 일은 지역 내 전인미답인 분야라 일하는 어러움은 크게 없을 것 같다. 누가 짜 놓은 일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것보다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가는 게 더 재미있기도 하고 말이다. 코로나바이러스로 한 달은 집에 갇혀 지내야 하지만 이런 재미라도 즐기면서 지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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