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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시작한 지 2주가 조금 넘었다. 잠깐의 시간이지만 한국 직장 생활을 오래 해서 그런지 싱가포르 직장과 한국 직장의 다른 점이 생각보다는 일찍 보였다. 그래서 이번에는 싱가포르 직장과 한국 직장이 다른 점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한다.

 

 

출신 국가가 중요하더라

 

한국 직장에서는 출신 국가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여기에 오니 내가 한국 출신인 게 자리를 잡는데 도움이 됐다는 걸 알게 되었다. 때문에 새삼 출신 국가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 한국은 우리 회사 입장에서 보면 아시아에서 그리 큰 시장도 아니며 특별한 의미가 있는 시장도 아니다. 따라서 아시아 Cluster Role에 한국 사람을 앉히는 게 큰 메리트는 없다. 대부분의 외국계 회사에서도 유사한 상황일 것이다. 고객사가 삼성이나 하이닉스처럼 전 세계 1~2위 기업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한국 주재 대부분의 외국계 회사에서 한국 지사는 아시아 지역 본부나 본사의 주목을 받기 어렵다. 하지만, 우리 팀에 이미 인도 출신이 한 명 있다. 때문에 비슷한 역량을 가진 사람이라면 인도 출신보다는 다른 나라 사람을 뽑는 게 팀의 다양성 측면에도 좋다고 내 상사가 판단한 것 같다. 그래서 인터뷰 과정에서 인도 출신 경쟁자를 물리치기가 수월했던 것 같다.

 

한국인에게는 영어 실력이 중요하더라

 

한국에서 일할 때 영어는 업무 보조 수단이었다. 한두 달에 한 번꼴로 외국 손님이 와야 영어를 사용했고, 그 외에는 영어가 필요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100% 영어 사용 환경이 되었다. 사실 좀 피곤하다. 업무를 하는데 큰 지장은 없으나 더 효율적으로 일하려면 좀 더 정교한 단어 구사가 필요함을 벌써 느끼고 있다. 그런 면에서는 중국인이 부럽다. 내가 경험한 많은 중국인들은 영어 실력이 평범했다. 영어가 조금 부족해도 워낙 중국 시장이 크기 때문에 그 시장을 등에 업은 중국인이 아시아 지역 책임자 혹은 아시아를 커버하는 일을 차지하기가 상대적으로 용이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한국 출신은 영어가 부족하면 안 그래도 한국 사람에게 좀처럼 기회가 주어지지도 않는데, 아시아 Cluster Role에 도전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눈치 보지 않는 재택근무 환경

 

2주째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데 생각보다 할만하고, 업무 강도가 생각보다 높다. 내가 맡은 일은 집에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라 더 그런 것 같다. 대략 20~30명가량의 Internal Stakeholder와 One on One 미팅을 시작했는데 인터넷만 연결되어 있으면 얼마든지 이야기 나눌 수 있어 큰 무리가 없었다. 예전에도 밝혔지만 이렇게 일을 준비해 나가는 과정은 얼마든지 재택근무로 커버 가능하다. 이렇게 업무적으로는 집에서 일하는 게 지금으로서는 큰 문제가 없다. 여기서 마음에 드는 점은 재택근무를 한다고 해서 지켜야 할 뭔가가 있는 게 아니라 좋다. 정시에 메신저에 로그인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보고를 위해 상사와 정해진 시간에 꼭 전화를 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상사와는 이틀에 한 번 30분 ~ 1시간 전화로 회의를 하면서 진행상황을 체크하고 있다. 전적으로 직원을 믿고 재량에 맡기는 게 당연한 분위기다.

 

 

끝없는 콜, 콜, 콜...

 

재택근무라 그런 것도 있지만 정상적인 업무가 진행된다 하더라도 클러스터 마케팅 업무 특성상 대부분의 회의는 콜(전화회의)로 진행된다. 클러스터 마케팅 조직이 아시아 각국에 흩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냥 듣기만 해도 되는 콜도 있지만 대부분의 콜이 나의 필요에 의해 내가 상대방에게 시간을 요청해 이루어지다 보니 부담스러울 때도 있다. 특히 내 Role을 셋업 하는데 가장 중요한 각국 마케팅 디렉터와의 콜이 그렇다. 콜을 통해 각국 마켓 상황은 어떤지 그리고 내 Role에 대한 그들의 니즈는 뭔지 파악을 하다 보니 신경이 많이 쓰인다. 콜이 끝나면 바로 회의록을 작성해서 보내고 그에 대한 피드백까지 받다 보니 신경을 안 쓸 수가 없는 상황이다. 사실 이렇게 일하는 게 거의 처음이라 어색할 법도 한데 그럴 여유는 누리지 못하는 것 같다. 이제 겨우 입사 3주 차가 되는데 다음 주 4일 동안 콜이 10개나 잡혔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사실 지금 한참 사무실에서 사람들과 부딪히면서 잡담도 하면서 이직을 즐겨야 할 시기에 홀로 집에서 근무하니 김이 새긴 하지만, 생각보다 내 Onboardning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 다행이다. 정말 순조로운지는 상사의 피드백도 들어봐야 알 텐데, 상사의 기대치를 훌쩍 넘어서는 것도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일도 없었으면 좋겠다. 내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맡았다는 생각이 든다. 굵직한 Milestone 2~3개만 남긴다는 생각으로 내 페이스대로 일하려 한다. 내가 하는 일에 영향을 받을 사람이 적게는 마케팅 부문에만 20명 정도, 세일즈 부문까지 범위를 넓히면 족히 족히 50명은 되기 때문에 나 혼자 뛴다고 될 일이 아니다. 욕심 내지 말고 누가 알아주든 알아주지 않든 비즈니스에 도움이 될 Milestone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즐겨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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