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개월 전, 인턴을 뽑는 면접에 들어가지 않은 상태로 지원서만 검토한 적이 있다. 면접에는 다른 사람이 들어가지만 누가 뽑힐지 궁금했기에 후보자 6명 정도를 쫙 살펴 봤는데 두 사람이 괜찮아 보였다. 그래서 그 두사람이 이런 이유로 뽑힐 것 같다고 이야기 했었는데 정말 그 두 사람이 합격이 되었다. 첫 번째 소름이었다.
엊그제, 동일한 상황이 발생했다. 또 다시 2명의 인턴을 뽑게 된 것이다. 이번에도 면접에 들어가지 않지만 또 어떤 사람들이 지원했을지 궁금하여 지원서를 살펴봤다. 이번에는 8명이다. 사실 내가 들어가는 면접이 아니다보니 디테일하게는 보지 않고 쓱쓱 빠르게 볼 수 밖에 없었다. 나도 내 일이 있으니 말이다. 내 일이 더 중요하다. 8명의 지원서를 빠르게 살펴보니 대충 이렇게 나왔다.
- ㅁㅁㅁ : 무난. 말을 꽤 하나 엣지가 없음.
- ㅁㅁㅁ : 적극적으로 보이나 다소 딱딱한 이미지, 그냥 취업을 위해 지원해본 느낌
- ㅁㅁㅁ : 사람 좋음. 긍정적 이미지, 적합한 성향.
- ㅁㅁㅁ : 모범생 스타일, 다소 딱딱한 이미지일 수도 있음
- ㅁㅁㅁ : 무난하나 직무관련 관심과 준비가 부족. 추상적
- ㅁㅁㅁ : 어린 티가 많이남. 순진무구. 무난. 직무에 대한 호기심 큼.
- ㅁㅁㅁ : 똘똘이 스타일, 똑 부러짐. 부드러운 느낌은 아님.
- ㅁㅁㅁ : 별 생각 없음. 해당 직무에 대한 준비도 없고, 추상적임.
그리고 나서 면접관으로 들어가는 사람의 성향까지 고려해서 시뮬레이션을 돌려 본 결과, 1순위 3번, 2순위 6번으로 예상했다. 해당 업무가 사람들과 대면 업무가 많고, 상황 대처 능력이 좋아야 하는 점과 면접관의 감성적이고, 관대한 성향을 고려한 결과다. 예상하고나니 궁금했다. 글만 보고 분석해서 예상해 본 건데, 맞을까?
면접관 3명이 면접 후, 논의를 끝내고 최종 합격자를 가리기 시작했다. 내가 1순위로 뽑았던 3번은 만장일치로 합격으로 결정났다. 또 다른 한명은 조금 고민을 하다가 결국 6번으로 정리됐다. 이렇게 실제 면접에 들어가지 않고 지원서만 분석해서는 최종 합격자를 맞췄다. 그것도 2회 연속으로!! 두 번째 소름이다.
이건 뭘 의미하는 것일까? 글에는 그 사람이 사고하는 내용과 그 내용으로 사고하는 구조, 그리고 내용을 표현하는 스타일이 모두 나타난다. 내용을 보고는 직무 관련 관심과 이해도를 가늠할 수 있고, 사고하는 구조를 보곤 얼마나 생각을 체계적으로 하고 정리를 잘 하는지 가늠할 수 있다. 표현 방식을 보고선 커뮤니케이션 성향이나 풍기는 이미지를 예상 할 수 있다. 실제로 면접에 들어갔던 면접관은 내가 위에 분석하여 예상한 내용을 보고 정확하다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렇게 글에는 글쓴이의 DNA가 상당히 많이 담겨있다.
그럼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은 자소서를 어떻게 써야 할까? 우선 목표로 하는 회사와 직무가 어떤 느낌의 사람을 원할지 생각해보는게 중요하다. 그리고 나서 내가 쓴 자소서를 읽어 봤을 때 실제로 그 느낌을 주느냐를 살펴보는 게 중요한데, 안타깝게도 내가 나를 검토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고정관념과 익숙함이 심해서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노련한 선배나, 인사 담당자, 채용 전문가에게 검토를 받는 게 가장 정확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스스로 검토할 수 있다면 매우 좋다.
모든 글에는 글에서 나오는 바이브가 있다. 숨기려고 해도 글에서 불쑥불쑥 드러난다. 공격적인 사람은 공격적인 문체가 나오고, 생각이 정리되지 않은 사람은 모호하고 추상적인 표현만 나온다. 논리적인 사람은 글에서 체계성이 느껴지고, 긍정적인 사람은 글에서 밝은 에너지가 느껴지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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